가짜 무당 '조말례'에 속아 회삿돈 60억 빼돌린 가전업체 대표 1심 징역 3년

실존하지 않는 무속인에게 속아 수십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생활가전업체 전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 노유경)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유명 가전업체 전 대표 김모(48)씨에게 지난달 28일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2019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회사의 자금 총 65억8,7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가 가상의 무속인 '조말례' 지시를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사건은 김씨의 아내 A씨가 2017년 자녀가 다니던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장모(50)씨 부부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A씨가 가전업체 창업주의 며느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장씨 부부는 의도적으로 친분을 쌓았고, 이후 남편 김씨와도 가까운 사이가 됐다.
이듬해 김씨 부부가 아들의 건강 문제를 털어놓자, 장씨 부부는 "고위층 사주를 봐주는 유명 무속인이 있다"며 일명 '조말례'라고 불리는 무당을 소개했다. 이후 조말례와 문자메시지로 소통한 김씨 부부는 그가 아들의 건강 상태를 맞히자 맹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말례는 실존 인물이 아니었다. 장씨 부부가 무속인 행세를 하며 김씨 부부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다.
김씨는 2019년 조말례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집에서 나온 뒤 장씨 부부와 함께 생활하며 이들의 생활비까지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장씨 부부는 조말례를 사칭해 김씨에게 "제단에 바칠 돈이 필요하다"며 회사 자금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씨는 이사회 승인 절차를 무시한 채 회사 자금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하고 이를 장씨 부부에게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대표이사로서 회사 자금 관리 등 소정의 역할과 책임을 다 했어야 하는 피고인이 무속인 지시라는 공범자들의 말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1년 이상 거액을 횡령했다"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 장씨 부부의 심리적 지배를 받았던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장씨 부부가 김씨의 아내 A씨에게도 별도로 아파트 지분과 현금 등 약 87억 원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장씨 부부를 특정경제처벌법상 사기·공갈 혐의로 구속기소한 데 이어, 3월 김씨 횡령 사건의 공범으로 추가 기소했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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