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사채에 숨진 30대 여성…상품권·신용카드 현금화 대출 법망 뚫고 활개

김현지 기자 2026. 5. 2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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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으로 돈 갚아라” “카드로 구매한 물건 주면 수수료 떼고 현금 주겠다”
물건·상품권 거래로 보이는 대출 법망 피해...李대통령 “악덕 사채 단속”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금융감독원이 불법 대부업 광고에만 적용했던 전화번호 이용 중지 제도를 불법 채권추심 등 불법 대부행위 전반으로 확대한 지난해 7월22일 서울 시내 대출 관련 광고물.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살인적인 이자율의 불법사금융 문제에 칼을 빼들었지만 신용카드·상품권 현금화 사채 등 새로운 수법의 고금리 대출이 음성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 30대 여성을 죽음으로 몰고 간 상품권 사채의 경우 겉으로는 상품권 거래처럼 보여 금융당국의 관리망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만원이 한 달 만에 1500만원으로

"고객님 신용카드로 필요한 현금에 맞춰 노트북 등의 전자제품을 구매하세요. 이 물품을 저희에게 보내주시면 물건값에서 수수료 13%를 제외한 현금을 보내드립니다. 상품권 구매의 경우 월 100만원까지 가능합니다. 고객님이 100만원어치 상품권을 구매해서 저희에게 보내면, 수수료 10% 떼고 나머지 금액 90만원을 현금으로 드리는 겁니다."

온라인상에서 '카드 현금화·상품권 대출'을 광고하는 한 민간업체 관계자는 20일 오후 대출 과정을 문의하자 이처럼 답했다. 급전이 필요한 이들은 본인의 신용카드로 물건이나 상품권을 사서 업체에 건네야 한다. 이후 업체는 물건값에서 10~13%의 수수료를 뗀 현금을 고객에게 준다는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법정 최고 이자율(연 20%)을 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고객이 결제해 업체에 넘긴 물건이나 상품권 값까지 고려하면, 실질 이자 부담은 훨씬 커진다. 물건을 구매한 대가인 결제액도 향후 내야 한다.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 A씨는 평소 상품권 사채를 이용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소액의 급전을 빌린 뒤 상환 시점이 되면 더 큰 금액의 상품권으로 갚는 방식이다. 현금 대신 상품권으로 이자를 받아 표면적으로는 '상품권 거래'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신용카드·상품권 현금화 등의 방법처럼 이 역시 대부업법 적용을 피할 수 있다. A씨는 애초 약 50만원을 빌렸지만 일주일 만에 원금의 절반 수준인 비용을 떠안았고, 이후 상품권 돌려막기를 반복하다가 한 달 만에 원리금 규모가 1500만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23년 추심 배드뱅크도 수면 위

경찰청은 이 사건에 대해 19일 언론 공지를 통해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가 수사에 착수했다며 "변사자가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상품권 예약판매를 빙자한 불법사금융 의심 정황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상품권 사채 문제와 관련해 "악덕 사채"라며 "경찰에서도 단속해달라"고 밝힌 뒤 일주일 만이다. A씨에게 돈을 빌려준 불법사금융업자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졌다.

이뿐만 아니라 서민 금융과 관련해 민간 배드뱅크의 장기 추심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배드뱅크는 금융기관의 부실 자산이나 부실 채권을 사들여 이를 관리·처리한다는 명목으로 추심을 진행하는 곳이다. 이 중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은행·카드사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가 주목받았다. 이곳은 정부의 장기 연체채권 소각 정책인 새도약기금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지난 23년간 추심을 이어왔다. 이에 주요 금융사들은 5년간 누적 400억원대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 문제에 대해서도 "원시적 약탈금융"이라며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러자 금융권은 하루 만에 장기 연체채권 8450억원을 새도약기금으로 이관하는 등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채무자는 약 11만명이다. 채권이 새도약기금으로 넘어가면 7년 이상 장기 연체채권에 대한 추심은 즉각 중단된다. 금융위원회는 상록수와 유사한 형태의 업체들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개정 대부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연 이자율이 60%를 넘거나 폭행·협박 등이 동반된 불법 계약의 경우 원금과 이자 모두 원천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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