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사업부에 수억 성과급?"... 삼전 사측이 조정안 못 받은 이유

손현성 2026. 5. 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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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안 속 조직별 분배 비중 수용 못 해
노조는 적자 조직 많이 받는 수치 고수
회사 "사회적 용납 어려운 보상 규모에
다른 산업·기업에 악영향 줄 거라 판단"
20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20일 막판 사후조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건 성과급 분배 비율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결과로 파악됐다. 노조는 적자 사업부에도 반도체 초호황기에 따른 성과급이 비중 있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회사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원칙을 훼손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 협상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

2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삼성전자 측은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을 수락할지에 대한 의견을 거듭 유보했다. 회사는 조정안에 담긴, 반도체(DS) 부문과 여기 속한 사업부(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별 성과급 배분 비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도체 적자 부서 성과급이 비반도체 흑자보다 많다?

노조는 성과급의 70%를 DS 부문 전체가 균등하게 나눠 갖고(공통배분), 나머지 30%를 사업부가 실적에 따라 차등(사업부별) 지급받는 안을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는 실적에 걸맞게 성과급을 지급하려면 사업부별 성과급 비중이 공통배분 비중보다 높아야 합당하다고 반대해왔다. 이런 논리로 회사는 공통배분 30%, 사업부별 70% 안을 제시하다가 이번 사후조정 직전인 17일 노조와의 물밑 협상에서 공통배분 40%, 사업부별 60% 안으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파업 예고일을 단 하루 남긴 벼랑 끝 협상도 배분 비율 이견에 발목을 잡혔다. 조정안에 담긴 공통배분 비중이 그간 사측이 제시해온 수치보다 높았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회사는 협상 결렬 뒤 입장문을 내고 "노조는 적자 사업부(파운드리·시스템LSI)에도 사회적으로 용납이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며 귀책을 노조로 돌렸다.

회사는 3월 집중 교섭 과정에서 적자 사업부에도 실적이 개선되면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연봉 50%)에 추가로 25% '특별포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노조 주장처럼 영업이익 15% 규모를 기준으로 인당 수억 원을 지급하는 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회사가 영업이익 270조 원을 기록하면 반도체 부문 성과급 재원은 40조5,000억 원에 달하고,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 직원은 인당 3억6,000만 원 수준의 성과급을 쥐는 걸로 추산됐다.

비(非)반도체 조직과의 형평성도 감안된 걸로 전해졌다. 비반도체 부문 흑자 사업부보다 반도체(DS) 부문 적자 사업부 임직원의 성과급 수령액이 압도적으로 많으면 조직 전반에 사내 보상 체계에 관한 불만이 들끓을 수 있다. 회사는 이날 입장문에서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성과주의 원칙을 포기하면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거라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왜 높은 공통배분 비중 집착하나

노조 측에서 교섭을 주도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과반 노조로 덩치를 키우는 데 적자 사업부로의 성과급 배분을 활용한 측면이 있어 노사 간 조율이 더욱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10일 기준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27.9%가 적자 사업부 소속이다. 조합원 7만 명을 돌파하며 과반 노조 지위를 얻는 데 적잖은 영향을 준 규모다.

성과급 상한 폐지, 영업이익 기준 재원 규모 등 다른 쟁점에선 노사가 큰 틀에서 접점을 찾아간 걸로 알려졌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 15% 수준 지급의 제도화를, 사측은 성과급 상한은 유지하되 영업이익 200조 원 달성 때 별도로 영업이익 9~10% 수준 특별포상의 명문화를 내세웠다. 단독 조정위원을 맡은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이날 조정 불성립 뒤 남은 쟁점에 대해 "큰 거 하나, 작은 거 한두 가지"에서 의견이 불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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