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교란, 한국 경제 막대한 타격”

두 번의 사후조정 모두 실패
중앙노동위원회는 5월 20일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이 불성립됐다고 밝혔다. 최승호 삼성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전날 오후 10시쯤 노동조합은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으나 사측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서 "예정대로 내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나설 전망이다.사측은 입장문을 통해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을 대부분 수용했음에도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면서 "사후조정 종료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사는 5월 11∼12일 진행된 1차 사후조정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노조는 연봉 50%인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상한을 폐지한 뒤 영업이익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이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OPI 상한을 유지한 채 영업이익의 10%를 특별포상으로 지급하는 안을 주장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5월 18일부터 열린 2차 사후조정에서 그동안 갈등을 빚던 성과급 지급 규모와 제도화 등 쟁점에서 타협점을 찾았으나 메모리사업부가 얻은 성과를 반도체 부문 비(非)메모리 사업부(시스템LSI·파운드리)에 얼마나 배분해야 하는지를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대규모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전체에 일괄적으로 똑같이 나눠줄 몫과 개별 사업부의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할 몫의 비율을 두고 노사가 입장차를 보였다.
노조는 DS 전체 직원이 성과급 70%를 나눠 가진 뒤 나머지 30%를 실적에 따라 배분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초기업노조가 과반 노조가 되는 데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부문 직원들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사측은 적자 사업부에 대한 보상을 최소화하려고 했다. 삼성전자 측은 합의 결렬 후 입장문을 통해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며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파업 시 경제성장률 하향"

자율교섭마저 실패해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협상 결렬 직후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대 공급업체라 이번 협상 결렬은 전 세계 기술 공급망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 역시 "이번 사태로 4만8000명 노동자가 직장을 이탈하는 상황을 초래했다"면서 "한국 경제 건전성을 위협하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공학회에서도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협상이 장기화하거나 생산 차질이 누적될 경우 파급은 노사 당사자를 넘어 협력사와 연구계, 후속 인력 양성 단계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이 18일간 이어지면 한국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최대 0.5%p 낮아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 2.5%에서 2.0%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파업 발생 시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액은 30조 원 규모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나오자마자 삼성전자 주가는 4% 넘게 밀리며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파업 시 글로벌 고객사의 신용도를 잃을 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소부장 업체의 매출 타격과 고용 불안으로도 이어져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섯 번째 긴급조정권 발동되나

이재명 대통령은 협상 결렬 후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일부 노동조합이 단결권, 단체행동권을 통해 단체교섭을 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좋지만 그것도 적당한 선이 있다"면서 "결국 이 조정의 최종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5월 17일 대국민 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면 정부는 긴급조정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동자 파업권을 제한하는 긴급조정권은 1963년 제도 도입 이후 제한적으로만 사용돼왔다. 역대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그룹노조총연합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파업, 같은 해 대한항공 파업 등 4차례뿐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업이 시작되면 원칙적으로 긴급조정권 발동 요건이 충족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정부가 가능성을 미리 언급한 만큼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갈 경우 신속하게 긴급조정권 발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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