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AI로 백혈병 치료법 찾았죠
한남식 연세대 교수
'키메라 나노입자' 치료 개발
암세포 파고들어 자폭유도
5천번 시뮬레이션 끝에
癌사멸 최적 조합 찾아내
검증실험 거쳐 AI 고도화
경우의 수 많아 엄두 못내던
노화·신경계질환 정복기대

"키메라 나노입자는 몸 안에서 특수부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암세포를 범죄 조직이라고 본다면 소굴로 파고들어 폭파시키는 방식이죠. 기존 치료제가 증상을 늦추는 역할을 했다면, 이 입자는 근본 원인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나노 기술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불리는 한남식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키메라 나노입자 치료법'은 백혈병의 근본 원인인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공격해 발병 이전 수준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연구팀은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발견했다.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단백질인 'BIM'을 활성화하고, 세포 생존을 돕는 'MCL-1'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한 교수는 "범죄 소굴에 BIM이라는 자폭 버튼이 숨겨져 있고, MCL-1이 보초 역할을 하며 이를 지키고 있는 셈"이라면서 "키메라 나노입자는 BIM을 활성화하는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와 MCL-1을 억제하는 '사이렌싱 RNA'를 탑재해 각각의 위치에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신약연구소인 밀너의약연구소 AI연구센터장으로 신약 개발을 주도해온 그는 지난해 9월 연세대 양자정보학과 교수로 초빙돼 한국에서도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UCI) 교수팀과 협업하면서 영국에 이어 미국 유력 대학과 학술 협력의 가교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적 권위의 나노 분야 학술지 '나노 컨버전스'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나노입자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 시뮬레이션의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 교수는 "5000번이 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발견하고 UCI 의학·약학 교수들과 협업해 백혈병 완치까지 가능한 나노입자를 만들어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성과로 '랩 인 더 루프(Lab-in-the-Loop)'를 현실화했다는 점을 꼽았다. 랩 인 더 루프란 AI가 가설을 제시하면 동물실험 등 실제 실험을 통해 결과를 확인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AI를 개선시켜 예측 정확도를 향상하는 플랫폼이다.
한 교수는 이 방법을 통해 인간이 치료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노화 등 다중질환까지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는 "양자컴퓨터와 AI를 이용하면 더욱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신속하게 돌릴 수 있다"며 "기존에는 계산량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던 계산, 이를테면 노화로 인한 합병증이나 신경계 질환을 극복하는 방법도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의 연구 성과는 캠퍼스 밖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그가 케임브리지대 연구원 시절 몸담았던 스톰테라퓨틱스는 최근 1차 임상시험을 성공리에 마쳤다. 한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한 연구를 토대로 설립된 이 회사는 후성유전자 METTL-3를 억제해 혈액암 등을 치료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75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받고 2차 임상시험에서 첫 환자 투약을 시작한 상태다.
한 교수가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스핀오프 회사 카디아테크바이오도 소규모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한 교수는 "카디아테크바이오는 심혈관계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약물 탐색 회사로, 동물실험 등 전임상 단계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를 확보했다"며 "당초 계획보다 1년 앞서 펀드레이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자경 기자 / 사진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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