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여름도 안 왔는데” 최소 10월까지 ‘역대급 더위’ 온다…끝이 안 보이는 기후재앙 [지구, 뭐래?]

김광우 2026. 5. 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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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중랑천에서 한 시민이 무더위에 손선풍기를 들고 축제를 즐기고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1년에 절반 이상이 폭염 영향권’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로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 하지만 전국에서 발생한 ‘이상고온’은 이같은 별명이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며, 온열질환으로 일한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문제는 올해 이같은 더위가 일찍 찾아온 만큼, 물러나는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서울 광화문광장 바닥분수대에서 어린이들이 시원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연합]

역대급 더위로 알려진 지난 2024~2025년, 이미 국내 일부 지역에서 10월까지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늦더위’ 경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여름~가을 시기를 기점으로 기온 상승을 유발하는 전 지구적 현상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광암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이 산책하며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

이달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경북 김천의 기온은 오후 2시 40분 36도를 기록했다. 경북 경주의 경우 35.9도, 대구 34.7도 등으로 나타나며, 5월 중순 최고기온 기록을 다시 썼다. 이른바 때 이른 ‘폭염’이 전국적으로 나타난 것.

그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았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더위가 강타한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온열질환자 수는 6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배 증가했다. 아울러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가 시작된 이래 가장 빠르게 사망자가 발생했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다리 아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이같은 이상고온 현상은 5월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지난 4월 전국 평균기온은 13.8도로 최근 20년 평균(12.1도)에 비해 1.7도 높았다. 이는 전국에 기상 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치. 특히 4월 중순에는 전국 곳곳의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나들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여름’ 날씨에 진입한 셈. 역대 최고로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지난해는 4월 평균기온(13.1도)이 올해보다 0.7도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스레 올해 폭염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 물빛광장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임세준 기자

심지어 역대 경험한 것 중 가장 강력한 ‘더위’를 예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장 큰 근거는 올해 예고된 ‘슈퍼 엘니뇨’ 현상.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면서, 전 지구적인 폭염과 가뭄, 홍수 등 이상기후를 유발하는 현상이다.

실제 미국해양대기국(NOAA)은 올해 5~7월 사이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을 82%, 겨울까지 이어질 확률은 92%로 제시한 바 있다. 10월부터 12월까지 매우 강한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 더위가 물러나는 가을철에, 오히려 기온 상승을 유발하는 엘니뇨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 마포대교를 찾은 한 시민이 물을 마시고 있다. 이상섭 기자

엘니뇨가 나타난다고 해서, 무조건 한국이 더워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다가 따뜻해지는 것은 기온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 바다 온도가 올라가면, 공기가 데워지고 수증기가 더 많이 증발한다. 이런 열과 수증기는 대기 순환을 바꿔, 전 세계 기온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반도 주변으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더 자주 유입될 수 있다. 가을로 넘어가며 식어야 할 공기와 바다가 충분히 식지 않은 상태에서, 엘니뇨가 겹치며 여름 더위가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쉽게 말해, 엘니뇨가 이미 뜨거운 열을 대기 중으로 더 밀어 올리는 셈이다.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 설치된 쿨링포그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임세준 기자

심지어 한국의 가을은 이미 더워지고 있다. 10월에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나는 현상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의 경우 제주 서귀포에서 최저기온이 25.5도로 나타나, 관측 이래로 가장 늦은 열대야가 기록된 바 있다. 10월 평균 기온 또한 21.9도로 기록됐다. 제주지방기상청은 따뜻하고 습한 공기 유입과 높은 해수면온도가 10월 고온을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단순 더위뿐만 아니다. 엘니뇨로 인해 비의 패턴이 흔들릴 수 있다. 따뜻한 바다에서 수증기가 더 많이 공급되면서, 짧은 시간 더 강한 비가 내리는 것이다. 특히 강력한 폭염 뒤에 일부 지역에서 ‘물폭탄’이 떨어지듯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한 시민이 손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임세준 기자

한편 당장 올해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여름은 점점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이 공개한 ‘기후변화 상황지도’에 따르면 현재 수준과 유사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할 경우 21세기 후반 여름은 4월 25일부터 시작해 10월까지 약 반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아울러 2080년대에는 폭염일수가 103.8일, 2090년대에는 115.6일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 최고기온은 현재 35.9도에서 후반기 43.8도로 7.9도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더위가 3일 중 하루꼴로 나타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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