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울림으로 희망 두드리는 타악기 연주자 [주파수 36.5]

주성희 기자 2026. 5. 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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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타악기 연주자 이연주 씨
11세 때 음악 치료로 실로폰 시작
어머니와 본격적으로 마림바 연습
각종 음악 경연대회 수상 이어져
힘들때도 있지만, 포기 않고 계속해
3회 독주회에 더 나은 모습 담을 예정
이연주 타악기 연주자와 어머니 남영숙 씨가 비브라폰을 연주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 [주파수 36.5]는 문화체육부 기자들이 36.5도 생기 가득한 지역민의 삶에 주파수를 맞추고 들어보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김해 진영에 있는 한 상가 건물, 아주 커다랗고 맑은 물방울이 큰 희망을 담은 듯 영롱한 소리가 들린다. 이연주(32) 타악기 연주자가 독주회를 앞두고 마림바 연습을 하고 있다.

자폐성 장애를 지닌 이 연주자는 초등학교 4학년(11세) 때부터 어머니 남영숙(63) 씨와 호흡을 맞춰 연주를 해왔다. 이 연주자가 잠시 집중력을 잃자 남 씨가 맞은편에 서서 마림바 채인 말렛을 쥐고 연주를 돕는다. 남 씨는 딸이 음악을 할 수 있는 한 계속 지금처럼 마림바를 두드리길 바란다.

마림바를 만나다

이 연주자는 초등학교 4학년 겨울을 김신희 음악 치료사를 만나러 대구에 오가며 보냈다. 소근육이 약한 탓에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 어렵자 처음에는 타악기인 실로폰을 다루게 됐다. 그렇게 2년 째를 맞이한 해 남 씨가 자신이 다니던 창원 양곡교회에서 발견한 악기가 마림바였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마림바를 연주했다. 마림바는 나무로 된 건반을 두드려서 소리가 부드럽고 청명하다. 건반 배열이 피아노와 같은데, 건반 아래에 울림통이 소리를 크게 증폭시킨다.
이연주 타악기 연주자가 세번째 독주회를 위해 연습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이연주 타악기 연주자가 3회 독주회를 위해 연습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이렇게 4년 정도 치료를 받고, 중학교 2학년 때 창원의 한 오피스텔로 마림바를 옮겨와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그때도 음악을 지도하는 선생님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함께 한 건 어머니 남 씨 였다. 이후 이 연주자는 2012년까지는 경남혜림학교 소속으로 장애인 음악대회에 나갈 기회가 있었다.

2010년에는 경남장애인예술제 특별상, 같은 해 10월에는 전국 장애직업 기능대회 초청 연주를 했다. 이듬해에는 전국 지체장애 예술제와 전국장애인문화제에 차례로 출전하고 9월에는 경남장애인예술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2013년에는 늘푸른전당에서 독주회를 열게 됐다. 주변 사람은 물론 어머니 본인조차도 독주회가 가능하리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해 이 연주자의 아버지가 큰 수술을 받는 동안에 연습을 멈추는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1년간 연습을 해 첫 독주회를 치렀다.

끊임없는 도전과 수상

경남혜림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장애·비장애 구분없이 다양한 음악 경연에 도전했다. 그 결과 2018년에는 24회 마산음악협회 전국 음악콩쿨에서 관·타악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같은 해에 6회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 K'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글로빌전국음악콩쿨, 음악교육신문부산지사콩쿨, 한국의 얼 전국음악경연대회에서 수상했다.

경연뿐 아니라 지역 다양한 무대에도 섰다. 양곡교회에서는 해마다 한 번씩 신도들에게 연주를 들려줬다. 김해에서는 길거리 공연에도 도전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도 독주회 꿈을 놓지 않았고, 첫 독주회를 열고 4년 만인 2017년 2월 18일 창원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두 번째 독주회를 열게 됐다. 이때도 어떤 우연에서인지 이 연주자의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있다가 40일 만에 깨어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2017년 열린 이연주 연주자 두 번째 독주회 홍보물. /창원문화재단

"무대 체질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긴장을 많이 하더라. 음악을 할수록 어렵다는 걸 알고 신경도 많이 쓴다는 의미다."

이렇게 말하는 남 씨 또한 긴장을 놓지 못한다. 독주회 연습을 하는 이 연주자의 손을 계속 쫓아가며 틀린 부분이 있으면 손을 잡고 알려준다. 음악 전공자도 아닌 남 씨가 건반을 거꾸로 보면서 지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곡을 만나면 더욱 힘들다. 감정적으로도 부딪히고 언성을 높여 싸우기도 한다.

음악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일어났던 기적, 마림바를 발견했던 그 순간들이 그들을 살아가게 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 남 씨는 언젠가 딸이 음악을 그만두는 순간을 염두에 두면서도, 연주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해보려 한다.
이연주 타악기 연주자가 세 번째 독주회를 위해 연습하고 있다. /주성희 기자

성장하는 희망의 울림

2021년 김해 진영으로 연습실을 옮기면서 박은주(40) 선생과 호흡을 맞췄다. 창원시립교향악단 소속인 박 선생은 경남대학교 음악학과, 꿈의 오케스트라 창원 등 외부 활동을 하지만 개인적인 교습은 이 연주자하고만 진행하고 있다.

박 선생이 말하는 이 연주자의 특장점은 정확한 음정을 감별하는 능력에 있다. 또 연주할 때 카덴차(Cadenza)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카덴차는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는 즉흥 연주를 뜻한다. 정확한 음정을 알면서 카덴차를 동시에 활용한다는 것은 이 연주자가 자신만의 음악을 하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연주자는 박 선생과 함께 한 시간을 총망라하는 의미로 29일 오후 7시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세 번째 독주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독주회에서 문을 여는 음악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와 바이올린 협주곡 1번 가단조다. 박 선생이 5년 전 이 연주자를 만났을 때, 그가 음악적으로 성장해야 할 시기에 놓여있다고 봤다. 더 큰 무대, 더 깊은 악보를 들여다보길 바라면서 J.S. 바흐의 음악을 선택했다. 두 마디를 익히는데 하루가 걸리고 한 곡을 다 이해하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특별연주로는 영화 <트와일라잇 : 브레이킹던 파트 원> 수록곡인 '1000년(A Thousnad years)'과 영화 <너의 이름은> 수록곡인 '스파클'을 연주한다. 마지막 곡은 브람스의 '헝가리안 무곡'으로 이 연주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그 사이에는 '주님이여 이 손을', '아무것도 두려워 말라', '날마다 숨 쉬는 시간마다', '갈보리산 위에' 등 찬송곡을 조합해 들려준다.

이 연주자는 박 선생을 만나면서 비브라폰과 드럼도 다루게 됐다. 비브라폰은 글로켄슈필에 공명관을 붙인 철금으로 이뤄진 악기다. 글로켄슈필은 실로폰과 비슷하게 생긴 건반 악기다. 날카롭게 높고 섬세한 소리가 나고 피아노처럼 페달을 밟아야 한다. 비브라폰 음색은 찬송곡 '은혜'를 연주로 확인해볼 수 있다.

이 연주가 마림바를 두드리는 말렛이 책상 위에 놓여있다. 말렛은 곡마다 다른 종류로 두드려야 돼 여러 채가 있다. 실로 감긴 머리 부분은 풀리다 못해 너무 두드려져서인지 매끈매끈하다. 다른 연주자보다 한 곡에 들이는 시간이 100배 이상은 될 거라는 박 선생의 말이 실감이 난다. 그의 두드림이 희망의 소리가 될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3회 이연주 타악기 독주회 홍보물.

/주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