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범벅’ 머리만 잘라 바다에 휙…“상어 도살장, 선원도 울더라”
그린피스 ‘아틱 선라이즈’ 항해사 류한범 인터뷰

지난 3월 중순 북대서양 서아프리카 공해. 상어 한 마리가 낚싯줄에 걸려 대형 어업선 위로 끌어올려졌다. 잠시 뒤 배 밖으로 피가 솟구쳤다. 잘린 상어의 머리가 바다 위로 떨어졌다. 그렇게 11시간 동안 32마리의 상어가 배 위에서 도륙당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환경감시선 ‘아틱 선라이즈’(Arctic Sunrise)에 승선한 일등 항해사 류한범(35)씨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는 지난 3개월간 서아프리카 ‘카나리아-기니 수렴대’ 해역에서 상업 어선들의 어업 방식을 모니터링했다. 2017년부터 극지방을 포함해 전세계 바다를 항해하며 환경 조사·감시를 해온 그를 지난 1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지난 10년 항해 중 상어가 쉴 새 없이 죽어 나간 그 순간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매년 1억 마리가 죽어 나가는 피바다

그가 주로 타는 배 ‘아틱 선라이즈’는 ‘북극의 일출’이란 이름처럼, 북극 석유 시추 산업과 상업 어업, 기후변화 현장을 주로 조사하는 쇄빙선이다. 극지방은 물론 아마존 강까지 갈 수 있어 세계 곳곳을 탐험한다. 다만 다른 배보다 바닥이 평평해 항해 자체가 고역이다. “파도가 조금만 쳐도 엄청 흔들려요. 배 별명이 ‘세탁기’예요. 선원들이 빨랫감이 되는 거죠.”

한 번 탑승하면 3개월간 항해가 이어지고, 3개월 휴식 뒤 다시 배에 오른다. 지난 10여년간 총 20여 차례 출항했는데, 때마다 임무도 다양했다. 남극 펭귄 생태부터 플라스틱 등 해양폐기물과 혹등고래 서식·개체 수 조사, 석유 시추 현장 감시와 함께 최근 수행한 가자지구 평화 캠페인까지. 그 과정에서 배가 견인되거나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종종 ‘고생’도 뒤따랐다. 그는 “단 한 번도 비슷한 일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50㎞ ‘죽음의 밧줄’ 앞에서
연승어업이란 길이 20~30해리(약 50㎞)에 달하는 밧줄에 수천 개 낚싯줄을 매달아 바닷속에 설치한 뒤 참치·상어 같은 대형 어류를 낚아 올리는 어업 방식이다. 매년 세계 곳곳에서 1억 마리의 상어·가오리 등이 공해(국가 주권이나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바다)에서 연승어업으로 희생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에서 그린피스는 공해인 카나리아-기니 수렴대에서 조업 중인 2척의 대형 어업선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많은 어류를 포획하는지 표적 관찰했다. 류 항해사는 그중에서도 상어를 주로 잡는 선박을 관찰했다.
“피가 쫙…” 건강보조식품, 화장품 때문에
그린피스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자료를 보면, 전 세계 약 500종 상어 가운데 3분의 1(약 33%)이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한국에서 발견되는 49종 상어 가운데 28종 또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상업선들이 상어를 포획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보조식품, 화장품, 반려동물 사료에 이용되는 상어 간유를 추출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곳이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이 과학적으로 인정한 ‘생태적·생물학적으로 중요한 해역’(EBSA)이란 점이다. 협약은 특정 종의 필수 서식지, 먹이원, 번식지가 되는 곳을 따로 지정하지만, 그저 중요한 해역을 식별하기 위한 제도일 뿐 해양보호구역(MPA·Marine Protected Area)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해양보호구역이 되면 생태자원 보전과 모니터링, 상업 어업에 대한 법적 규제 등 실질적 보호·관리가 이뤄진다. 그린피스는 이 지역처럼 생태적·생물학적으로 중요한 해역을 먼저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 항해사는 “이번 임무는 아프리카 물고기를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의미도 크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 연안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은 육지로부터 200해리(약 370㎞)까지다. 201해리부터는 공해, 즉 어떤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바다다. 그러다 보니 공해가 시작되는 시점은 언제나 대형 상업 선박들로 빽빽하다고 한다.
“바다 60%인 공해, 보호구역 지정해야”
지난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89개국은 ‘해양보호 분야의 파리협정’이라 불리는 ‘국가관할권 이원 지역의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 이용에 관한 협정’(BBNJ·글로벌 해양조약)을 비준해, 지난 1월17일부터 발효 중이다. 조약은 해양생물다양성 보전과 해양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상업 어업이나 자원 채취에 대한 규정이 미비한 공해 지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비롯해 해양유전자원의 공정한 이익 공유, 환경영향평가 의무화, 해양과학기술 역량 강화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현재 전세계 바다의 60~64%를 차지하는 공해 가운데 해양보호구역은 1.2% 수준이다. 류 항해사는 “한국이 2028년 제4차 유엔 해양총회(UNOC4)를 공동개최하는 만큼, 향후 1~2년이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한국이 먼저 나설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항해사는 ‘공해 보호가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같다’는 질문에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대규모로 흡수하고 열을 저장하는 거대한 시스템이에요. 그 바다의 60% 이상이 공해인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어요. 공해가 파괴되고 오염된다면, 결국 우리 앞바다까지 그 영향이 밀려들 겁니다. 바다는 다 연결돼 있으니까요.”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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