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메이저리그 구장 홀린 ‘이천거북놀이’… 이천통신사, 북미 문화외교
시의회 공식 초청 연설·우호도시 면담 등 글로벌 문화교류 巨人 도약
전통연희부터 K-클래식까지 동서양 아우른 선율로 현지 교민·시민 매료
조선시대 평화를 상징하던 통신사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경기 이천시의 문화사절단 ‘이천통신사’가 유럽에 이어 북미 대륙에 진출하며 지역 전통문화의 세계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번 방미는 대한민국 대표 도자문화도시이자 유네스코 창의도시인 이천시가 지역 고유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앞세워 글로벌 외교 무대로 외연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 수만명이 열광한 메이저리그 구장, 오라클 파크를 뒤흔들다
북미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서 펼쳐졌다. 이천통신사는 지난 8일(현지시간) 구단이 개최한 ‘코리안 헤리티지 나잇(한국 문화유산의 날)’ 행사의 메인 공연팀으로 참여했다.
경기 무형유산인 ‘이천거북놀이’ 보존회가 직접 만든 거북이와 풍물패가 마운드와 광장에 등장하자 수만명의 현지 야구팬과 시민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농악과 춤, 재담이 어우러진 한국 고유의 민속연희는 특유의 역동적인 에너지로 관중석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현지 관람객들은 스마트폰으로 무대를 촬영했고, 일부 외국인들은 신명 나는 풍물 장단에 맞춰 함께 춤을 추며 한국 전통의 ‘흥’을 만끽했다.
이천통신사의 발걸음은 도심과 교육 현장, 기업으로도 이어졌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 시빅센터 플라자에서 도심 거리 버스킹을 진행해 각국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미국 로웰 하이스쿨, 산타클라라 복합문화공간 산타나로우, SK하이닉스 미주법인 등에서도 무대를 펼쳐 현지인들과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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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거북놀이의 산타클라라 복합문화공간 산타나로우 공연. 이천시 제공 |
무대의 깊이 또한 남달랐다. 로웰 하이스쿨과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에서 열린 공식 공연에서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무대가 연출됐다.
경기민요 명창 원재연의 구성진 ‘매화타령’과 판소리 정도윤의 소리, 고수 이성용의 묵직한 장단이 어우러진 ‘사랑가’가 한국적 정서의 극치를 보여줬다.
후반부는 고품격 K-클래식이 장식했다. 성악가이기도 한 이응광 이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피아니스트 이소영의 반주에 맞춰 ‘본조아리랑’과 ‘그리운 금강산’을 깊이 있는 음색으로 노래했다. 특히 성악의 서정성과 한국 전통 정서가 융합된 ‘아베마리아’ 무대는 교민들에게는 뜨거운 고국의 향수를, 현지 미국인들에게는 깊은 예술적 감동을 선사하며 피날레인 ‘아리랑 메들리’에서 하나 되어 춤추는 장관을 연출했다.

이천통신사의 행보는 단순한 문화 공연을 넘어 공식 외교 무대로까지 확장됐다. 이 대표이사는 지난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의회에 공식 초청돼 연설했다.
연설에선 “이천은 세계 지도상에서 작은 점에 불과할지 모르나, 문화와 정신의 깊이에서는 세계를 품을 수 있는 거인과 같다”고 말해 힘찬 박수를 받았다.
이천통신사 일행은 우호도시인 산타클라라시를 방문해 리사 길모어 시장과 공식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 도시는 전통적인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고, 향후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문화·예술 교류를 이어가기 위한 든든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천문화재단 관계자는 “정치와 경제가 채우지 못하는 영역을 문화와 예술이 치유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임했다”며 “이천시가 국제 문화교류의 중심 도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천=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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