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 30억·장위 16억… 시공사 만류에도 조합 고분양가 ‘폭주’

박순원 2026. 5. 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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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정비사업 조합의 고분양가 폭주가 거세다.

미계약 우려와 정부 규제 신설 가능성을 감안해 시공사가 분양가 인하를 권하고 있지만, 재개발 조합이 수익성을 고려해 고분양가를 고집하면서 분양가를 둘러싼 양측의 온도차도 크게 벌어지고 있다.

분양가를 통제할 수 있는 별도 장치가 없는 만큼, 하반기 분양가 상승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흑석11구역 재개발 아파트 '흑석 써밋더힐'은 오는 26일 3.3㎡(1평)당 평균 8600만원 수준으로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당초 평당 8500만원대 분양가에 나올 것이란 관측이 있었으나, 최종 분양가는 이보다 소폭 높은 금액으로 결정됐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전용 84㎡ 저층 매물이 29억8000만원에 책정되는 등 1000가구 이상으로 지어진 서울 아파트 중 가장 높은 평당 분양가로 결정됐다.

흑석 써밋더힐은 흑석11구역을 재개발해 지상 최고 16층, 아파트 30개동, 1515가구로 지어지는 단지다. 조합원과 임대물량을 제외한 420가구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흑석11구역 재개발 사업을 대행하는 한국토지신탁은 조합에 이보다 낮은 분양가로 일반분양할 것을 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분양가는 주변 시세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미계약 가구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조합이 일반분양 수익 극대화를 우선해 기존 방침을 유지하면서 현재 가격으로 결정됐다.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 아파트 조합도 다음달 나올 예정인 '장위 푸르지오마크원' 평당 분양가를 5300만원 이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조합에 분양가 조정 필요성을 전달했지만, 조합의 거부로 분양가 인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사는 분양대금 회수 안정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분양가를 보수적으로 책정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데, 조합은 리스크가 있더라도 수익성 증가를 원해 분양가를 낮추려 하지 않는다"며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도 팔린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면서 분양가 상승이 가팔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서울 신축아파트 분양가를 일정 부분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2022년까지 고분양가 심사 제도를 통해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해 왔는데, 최근에는 이전보다 완화된 기준을 시장에 적용하고 있다. HUG의 가격 통제 방식이 주택공급을 위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윤석열 정부 당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또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 강남 3구와 용산구로 제한돼 전반적인 고분양가를 제어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분양가상한제 등 분양가 인상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분상제가 적용되지 않은 곳에서도 분양가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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