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로봇 충돌없이 충전 척척...한국, 국제표준 선점 노린다

판교=김기혁 기자 2026. 5. 2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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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TI 스마트네트워크연구센터 가보니
사람 개입 전무...통합 시스템으로 제어
충전 경합시 우선순위 계산해 교통정리
기존 제조사별 기술 난립 한계 극복
미·중·일 등 7개국 국제표준안 찬성
완전 무인 공장 실현 위한 솔루션 부상
휴머노이드를 비롯한 각종 로봇이 작업 중인 미래형 자동화 물류센터의 내부 모습을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20일 찾은 경기도 판교 소재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스마트네트워크연구센터. 이곳에서는 사람이 아예 없는 미래 스마트팩토리를 가정해 로봇이 모든 작업을 대체한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하고 있었다. 기자에게 공개한 모니터 화면에서는 10대의 자율주행 로봇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 중 한 로봇이 30% 밑으로 배터리가 줄어들자 근처 충전기로 스스로 이동해 충전을 진행했다. 무선 충전 기술로 사람의 개입은 필요하지 않았다. 충전을 마친 로봇은 다시 자연스럽게 원래의 작업 동선으로 복귀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로봇들이 충돌을 피하기 위해 위치 정보를 수신하며 스스로 경로를 바꾸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인 공장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솔루션으로 로봇 무선 충전 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로봇 하드웨어의 성능 향상을 넘어 복잡한 공간에서 다수의 로봇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KETI가 제시한 무선 충전 기술은 국제 표준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표준화 시도는 로봇·충전기 등 제조사별로 다른 통신 규격을 통합하는 것으로 전 세계에서 KETI가 처음으로 추진하는 사례다. 서로 다른 회사의 로봇과 충전기도 하나의 공용 언어처럼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개별 응용 분야별로 개발돼 다수 장비들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에 대한 국제 기준이 부재했던 한계를 극복한 셈이다.

실제로 KETI는 지난달 자율행동체 충전 관련 국제표준안(NP) 3건을 승인받았다. 미국·중국·일본·네덜란드·스페인·오스트리아 등 7개 주요 참여국 모두가 찬성표를 던졌다. NP 승인은 국제 표준 제정의 첫 단계로 최종 국제 표준 선정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해외로부터 기술적 실효성과 산업계의 필요성을 동시에 입증받았다.

박용주(왼쪽 끝)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책임연구원과 팀원들이 경기도 판교 스마트네트워크연구센터에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로봇 무선충전 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KETI

박용주 KETI 책임연구원은 “스마트폰이나 전기차 충전 기술 표준은 미국이 장악했는데 로봇 무선 충전 기술의 경우 한국이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라며 “2023년부터 국제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대외 활동을 이어왔으며 2028년 말까지 충전 기술을 개발 완료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KETI가 축적해온 무선충전 기술력을 기반으로 로봇 무선충전 기술 분야를 선점하겠다”고 했다.

KETI 기술은 로봇 종류에 상관없이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표준으로 정의된 자율행동체에는 자율주행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드론 등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무인 기기를 아우른다. 로봇의 효율적인 제어는 전력 소모량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러 로봇들이 쓸데없이 충전하는 비효율적인 문제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여러 로봇들을 하나로 엮는 네트워크와 응용 서비스까지 포함한 통합형 통신 구조를 설계했기에 가능하다. 충전 통신 인터페이스를 단일 제어 시스템으로 표준화해 24시간 연속으로 운영이 가능한 무인 제조 체계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기존에는 제조사마다 충전 방식과 통신 프로토콜이 다른 탓에 시스템 통합이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며 “KETI 기술을 적용하면 로봇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해 매일 24시간 돌아가는 무인 제조 현장이나 스마트시티 인프라에서 에너지를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여러 로봇이 소수의 충전기를 두고 경합할 때다. KETI는 개별 로봇이 보낸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선순위를 실시간으로 계산해 교통정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충전 우선권을 획득한 로봇은 충전기로 이동하면서 주변의 다른 로봇들에게 이동 경로 정보를 무선으로 전파한다. 이를 수신한 주변의 다른 로봇들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추거나 알아서 경로를 수정해 양보한다.

KETI 기술은 돌발 상황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와이파이 통신망이 고장나더라도 관제 시스템은 즉각 저전력 블루투스(BLE) 통신으로 자동 전환이 가능하다. 무인 공장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통신 마비에 따른 대형 사고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KETI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셈이다.

KETI는 로봇 무선 충전 기술의 표준화를 달성하고 민간 기업으로 기술 이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자동화 속도가 빠른 물류 공장에서 기술 수요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연구원은 “로봇 제조사와 무인 공장을 운영하려는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본격적인 실증을 추진하는 게 다음 과제”라며 “산업계에 실제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기업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기술을 더욱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판교=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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