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도 파업? ‘이익공유형’ 성과급 요구 확산···삼전 ‘기준점’ 되나

삼성전자의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산업계 전반에 임급 교섭과 관련한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그간 경영진의 재량으로 여겨진 성과급을 ‘영업이익 N%’ 기준으로 지급하라는 요구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성과급 기준을 투명하게 보여달라는 노동자의 요구와 투자 여력이 축소된다는 사측의 입장이 대립하면서 향후 노사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노조)는 20일 판교역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카카오 등 5개 법인에 대한 파업 투표를 찬성 가결했다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쟁의권이 마련된 만큼 향후 투쟁 계획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4개 법인은 노동위원회 조정 결렬로 쟁의권이 확보돼 즉각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카카오도 오는 27일 조정 절차가 결렬되면 파업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파업이 확정될 경우 본사 기준 창립 이래 첫 파업이 된다.
이들은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그간 경영진 중심의 성과 배분 구조를 바꿔 제도화해달라고도 했다. 이날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성과 평가 투명하게, 보상 구조 개편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런 ‘영업이익 N%’ 성과급 지급 요구는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단체협약 요구안에 포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도 영업이익의 20%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준법 투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성과급의 개념이 기존과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간 회사 실적과 연동되는 성과급은 경영진의 재량이 큰 ‘성과 배분’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성과급 지급 기준도 노동자가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삼성전자 사태를 계기로 성과급 지급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는 요구가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향후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간 협상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사측에서는 성과급을 제도화할 경우 경영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투자나 업황 사이클에 따른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년도 성과를 제대로 측정해 다음 성과급에 반영한다는 논리는 합리적”이라면서도 “매년 회사의 내부 상황과 외부 환경이 다른데 이를 명문화하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어 부담”이라고 말했다.
다른 조선 업계 관계자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 제도화는 조선업계처럼 사이클이 명확한 산업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라며 “삼성전자 사태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어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가 하청업체로 확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성과급을 원청과 차별해 지급하지 말라’며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삼성전자가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이번 협상이 타결되면 향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성과급이 ‘뉴노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향후 수출이 잘 돼이익이 많이 나는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임금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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