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1월12일(현지시간) 현대차 인도 첸나이공장 임직원들과 함께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며 상장 초기 기대감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의 성장성을 앞세워 대규모 기업공개(IPO)에 나섰지만 현지 시장 점유율 하락, 수익성 둔화 우려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약해지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현지 공장 생산율을 높이고 신모델을 공격적으로 투입해 시장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인도 증시에서 현대차 인도법인은 1780.3루피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6개월 기준 주가는 20% 넘게 빠졌고, 지난해 9월19일 기록한 1년 내 최고가 2890루피와 비교하면 38% 이상 하락했다. 지난 2024년 10월 기업공개 당시 공모가인 1960루피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MSCI 제외에 점유율 하락까지…커지는 주가 부담
단기적인 주가 부담 요인으로는 MSCI 글로벌 스탠더드 지수에서 제외된 점이 꼽힌다. MSCI는 5월 정기 지수 변경을 통해 현대차 인도법인을 지수에서 빼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지수에 편입된지 약 1년3개월 만으로 이번 변경은 오는 29일 장 마감 이후 적용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약 2억8100만달러(약 4240억원) 규모의 기계적 매도 물량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현지 시장 지위가 예전만큼 견고하지 않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인도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오토펀디츠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의 내수 판매량은 2025 회계연도(2024년 4월1일~2025년 3월31일) 약 59만8666대에서 2026 회계연도(2025년 4월1일~2026년 3월31일) 약 58만4906대로 2.3% 줄었다. 같은 기간 인도 승용차 시장 점유율도 13.9%에서 12.5% 수준으로 낮아졌다.
인도 승용차 시장 내 순위도 밀렸다. 현대차는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오랜 기간 인도 승용차 시장 2위권을 지켜왔지만 최근에는 마힌드라앤마힌드라(M&M)와 타타모터스에 밀려 4위로 내려앉았다. 마힌드라와 타타모터스가 SUV와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한 반면, 현대차는 크레타·베뉴 등 일부 주력 차종 의존도가 높아진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 현대차 분기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자동차 시장은 올해 1분기 133만2000대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성장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인도에서 크레타와 베뉴, 아우라, 그랜드 i10 니오스, i20 등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매월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에 그쳐 시장 전체 성장 속도에는 못 미쳤다. 결국 인도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지만 현대차가 그에 상응하는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수익성도 변수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조925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조9192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순이익은 1년 전 2714억원에서 올해 1907억원으로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점유율 하락에 더해 원자재와 부품 비용 부담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인도법인이 최근 전 차종 가격을 최대 1% 인상한 것도 이런 비용 부담과 무관치 않다. 가격 인상은 단기적으로 수익성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가격 민감도가 높은 인도 시장에서는 판매 경쟁력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다.
◆7조 투자·전동화로 반등 모색
현대차가 반등 카드로 꺼내든 것은 생산능력 확대와 전동화, 현지 연구개발 강화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추가로 4500억루피(약 7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오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20종과 전기차(BEV) 6종을 순차적으로 투입할 계획도 공개했다. 투자금은 생산능력 확대와 전동화, 미래 모빌리티, 현지 R&D 강화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기존 첸나이 공장에 더해 제너럴모터스로부터 인수한 탈레가온(푸네) 공장을 가동하며 인도 내 생산 체계를 키우고 있다. 두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현재 99만4000대 수준이며 오는 2028년에는 107만4000대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제품 전략도 SUV와 전동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현대차 인도공장은 2024년 크레타 부분변경 모델 양산을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크레타EV를 출시했다. 푸네 공장에서는 베뉴 양산도 시작했다. 크레타와 베뉴는 인도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를 지탱하는 핵심 SUV 라인업인 만큼 신차와 전동화 모델을 통해 마힌드라·타타모터스의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도 함께 확대할 방침이다. 인도는 충전 인프라가 아직 충분하지 않고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도 높은 시장인 만큼 순수 전기차만으로는 단기간에 시장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 R&D도 강화한다. 현대차는 지난 15일 인도 주요 공과대학 7곳과 협력해 전기차 핵심 기술과 배터리, 신소재, AI 기반 플랫폼 등 공동 연구를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단순히 완성차를 생산해 판매하는 시장이 아니라 인도를 생산과 수출, 연구개발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장의 성장성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현대차가 주가 반등을 이끌어내려면 경쟁사에 맞서 점유율 회복과 수익성 방어를 동시에 입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