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축구화, 웃음 넘치는 북한 선수들…내고향, 수원FC 누가 웃을까

김세훈 기자 2026. 5. 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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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이 19일 수원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축구화 끈을 묶으며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12년 만의 방남이다. 북한 여자축구 클럽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한국 땅에서 역사적인 경기를 치른다.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위민과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 단판 승부를 벌인다. 승리 팀은 23일 같은 장소에서 멜버른 시티(호주)-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 경기 승자와 우승 상금 100만달러(약 15억원)를 놓고 결승전을 치른다.

북한 선수단의 방남은 2018년 12월 인천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8년 만이다. 축구 종목으로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며, 북한 여자 클럽팀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고향 선수단은 지난 17일 입국한 뒤 수원에서 훈련을 이어왔다. 첫 이틀간 훈련은 가림막을 설치한 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19일 공식 훈련은 AFC 규정에 따라 초반 15분이 공개됐다.

공항과 숙소 이동 당시 굳은 표정을 유지했던 선수들은 이날 훈련에서는 비교적 밝은 분위기를 보였다. 선수들은 검은색 훈련복 차림으로 스트레칭과 패스 훈련을 소화했고,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화기애애한 모습도 연출됐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축구화를 착용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내고향 리유일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비교적 준비가 잘 됐다”며 “우리는 철저히 경기를 하러 왔다. 내일 경기와 앞으로 있을 경기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의미나 남북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거리를 두며 축구 자체에만 초점을 맞췄다. 리 감독은 북한 여자축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지도자다. 2022년 내고향을 북한 정상으로 이끌며 북한 ‘최우수 감독’에 선정됐고, 1966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신화 멤버였던 골키퍼 리찬명의 아들이기도 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이 19일 수원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훈련 준비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주장 김경영 역시 “중요한 경기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며 “인민과 가족들의 믿음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영은 한국 축구에도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2017 AFC U-17 여자 아시안컵 결승에서 한국을 상대로 득점했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도 한국을 상대로 페널티킥 골을 넣었다.

전력만 놓고 보면 내고향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많다. 내고향은 지난해 11월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조별리그 맞대결에서 수원FC위민을 3-0으로 완파했다. 당시 수원FC는 경기 내내 북한 특유의 강한 압박과 피지컬, 거친 플레이에 고전했다. 하지만 수원FC는 당시와 완전히 다른 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지소연의 합류다. 올해 1월 수원FC에 복귀한 지소연은 한국 여자축구의 상징적 존재다. A매치 175경기 75골로 한국 남녀 선수 통산 최다 출전·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과의 상대 전적은 좋지 않다. 지소연이 출전한 남북전에서 한국은 3무6패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수원FC 위민 지소연이 19일 수원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소연은 “내고향 선수들 중에는 대표팀에서 본 선수들이 많다. 사실상 북한 대표팀 수준”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지난해와 다른 팀이다. 상대가 거칠게 나오면 우리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길영 수원FC 감독도 “지난 조별리그 때는 선수들이 겁을 먹고 위축됐었다”며 “당시에는 전반 끝나고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19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기자회견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 리유일 감독과 김경영 선수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실제 수원FC는 올해 3월 중국 우한에서 열린 8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우한 장다를 4-0으로 완파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박 감독은 “안방에서 절대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수원FC만의 축구로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에는 공동 응원단 3000여명이 경기장을 찾을 예정이다. 다만 북한 측은 이에 대해서도 거리를 유지했다. 리유일 감독은 “응원단 문제는 선수단과 감독이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통일부는 “국제대회 취지에 맞게 안전하고 원활한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KFA)와 AFC 역시 정치적 논란 최소화와 경기 운영 안정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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