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집단 휴가로 맞불 놓을까… 긴급조정권 발동, 3가지 시나리오

강지수 2026. 5. 2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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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노사 사후조정 불발]
정부 대응 3가지 경우의 수
①파업 즉시 긴급조정 발동
②파업 후 발동 시기 저울질
③발동 없이 추가 사후조정
정부, 끝까지 대화 강조할 듯
노조, 소송전·연차 맞불 예상
김민석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 총리,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 총리는 이날 "파업 시 국민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뉴스1

성과급을 두고 갈등해온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마저 끝내 결렬되면서 파업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는 당장 21일부터 4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졌다. 정부는 끝까지 노사 간 자율교섭을 유도해보겠다는 방침이지만 만약 파업이 시작된다면 그동안 시사해왔던 긴급조정권(정부가 파업을 일시 중단시키는 법적 권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산업계와 노동계 양측 입장이 첨예한 까닭에 발동 시점을 두고는 다각도로 검토할 전망이다. 크게 세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먼저 ①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직후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가능성이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파업)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해 파업을 30일간 중단시키는 법적 권한이다. 1963년 도입 이후 단 네 차례만 발동했는데 모두 파업 개시 뒤 며칠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파업 후 긴급조정권 카드를 가장 빨리 꺼내든 사례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때다. 파업 개시 후 3일 10시간 만에 발동했다. 반도체 산업은 공정 중단 시 분당 10억 원대 손실 우려까지 나오는 만큼 발동 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거란 전망이 산업계에서 나온다.

다만, 아무리 서둘러도 파업 당일 발동하는 건 쉽지 않다. 긴급조정 결정을 하려면 노동부 장관이 중앙노동위원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법조항이 있어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노위원장이 정식 심의를 하고 공식적으로 의견을 전달해야 절차적 정당성을 갖출 수 있다"며 "절차를 거치는데 최소 하루이틀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②다음은 파업 이후 며칠간 상황을 지켜보다 최후의 순간에 긴급조정권을 꺼내는 수다. 실제로 전례를 보면 2005년 아시아나항공(24일), 1993년 현대차(34일), 1969년 대한조선공사(78일) 등 모두 긴급조정 공표까지 꽤 걸렸다. 정부로선 '국가 경제의 돌이킬 수 없는 피해'라는 명분을 쌓기 위해 시기를 저울질 할 수 있다. 다만 회사가 일정 정도의 생산 중단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라 산업계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라고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긴급조정권 카드를 택한 순간 시점과 무관하게 노동계 반발은 불가피하다. 이미 양대노총은 "경제적 영향만 따진다면 앞으로 대기업 노동자들은 파업을 못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막상 긴급조정 카드를 써버리면 30일간의 냉각기를 두고 직권 중재를 하더라도 이후의 노사관계가 엉망이 돼 사업장이 황폐화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긴급조정 발동 뒤 중노위 조정이 불발된다면 중노위원장이 직권 중재안을 낼 수 있다. 법적 강제력이 있어 노사가 무조건 따라야 한다. 하지만 과거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때도 강제 중재로 사태가 매듭지어진 뒤 노정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다.


'끝까지 대화로' 상황 타개할 수도

이 때문에 ③긴급조정권을 꺼내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노총 위원장을 지낸 현장 노동자 출신 첫 고용노동부 수장인 김영훈 장관이 노정 관계 파탄을 우려해 강제 수단 사용을 유보하는 결정이다. 파업에 돌입한 노조를 협상 테이블에 다시 불러 앉힌 뒤 노사가 재차 접점을 찾도록 유도할 수 있다. 노사의 직접 대화가 어렵다면 파업 중에도 중노위가 사후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는 사태 해결 시기를 예측할 수 없어 산업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집단 연차' 카드 꺼내기 어려울 듯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정다빈 기자

노조도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크다. 긴급조정권 발동에 소송전과 집단 연차휴가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맞설 수 있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건 긴급조정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이다. 노조는 실제 파업으로 인한 손해에 비해 과도한 제재라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집단 연차 투쟁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준법 투쟁' 방식으로 연차 사용이나 규정 근무시간 준수, 안전 규정 엄수 등을 통해 법과 규정의 틀 안에서 사용자(회사) 부담을 높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상황이라면 연차 투쟁을 '준법'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이런 국면에서 조직적 지시가 있다거나 다분히 목적성을 띤 집단 연차 사용은 실질적인 쟁의행위로 해석한 대법원 판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지순 교수도 "근로기준법상 자발적인 연차 사용이더라도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면 사용자가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때도 조합원들이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등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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