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150억 쏟아붓는 6·3 지방선거서 실종된 가치 [장막 속 지선①]
6·3 지방선거 묻힌 이슈 잊힌 이슈①
가치 사라진 지방선거 자화상
청사진 부실하고 공약 재탕삼탕
지역소멸 고찰하는 목소리 없어
우리나라 지자체 제 길 가고 있나
![6·3 지방선거에서 지역소멸 위기를 해소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는 실종됐다.[사진 |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0/thescoop1/20260520152955978qwve.jpg)
# 어디 이뿐이랴. 올해로 벌써 아홉번째 지방선거인데,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가 제 길을 가고 있는지, 그 제도를 갉아먹는 병폐는 없는지 고찰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물며 지역소멸 위기론까지 '한가한 얘기'로 치부되고 있으니 말 다 했다.
# 이번 6·3 동시지방선거에 들어가는 혈세는 150억원에 육박한다. 과연 지금의 선거판은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우리의 풀뿌리 민주주의, 이대로 괜찮은 걸까. 더스쿠프가 6·3 지방선거 특집기획 '지선, 묻힌 이슈 잊힌 이슈'를 준비했다.
# 소멸의 시대
위기, 침체, 그리고 소멸…. 우리나라 지역의 뼈아픈 민낯을 꼬집은 말이다. '기우杞憂'가 아니다. 국내 시·군·구 229곳 중 인구소멸 위험지역은 138곳에 이른다. 60.3% 비중이다. 우리 지역 중 절반 이상이 '대한민국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거다(한국고용정보원·2025년 기준).
먼 미래 얘기도 아니다. 지역 위기는 이미 수도권 포화, 부동산 가격 폭등, 결혼·출산 포기 등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다. 크든 작든 지자체 장長과 지방의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두 기관의 현주소는 어떨까.
# 미성숙한 풀뿌리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아홉번째 열리는 지방선거(이하 지선)다. 4년에 한번씩 선거가 열리니 '민선 지자체(1995년)'를 운영한 지도 벌써 31년이 흘렀다. 세월이 쌓인 만큼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풀뿌리'도 단단해졌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성숙하다. 광역지자체 장은 예나 지금이나 막강한 권력을 누린다. 지방의회는 '은밀한 베일' 속에서 숱한 의문을 빚고 있다.
대개 이런 것들이다.
· 지방의원은 보수를 받는데 왜 겸직이 허용될까.
· 겸직 보수는 왜 의무적으로 공개하지 않을까.
· 겸직 때문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은 없는가.
· 이해충돌을 예방할 방지 체계는 갖추고 있는가.
· 뒷돈을 주면서까지 지방의원이 되려는 건 사익 때문인가.
사실 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아니다. 법망 안에서 투명하게 공개하면 그뿐이다. 지방의회가 수십년째 이런 의문을 낳는 게 어쩌면 이상한 일이다. 너무나 수상한 질문들을 여태껏 풀지 않은 건 더 희한한 현상이다. 그럼 답은 뭘까.
![[사진 | 오상민 작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0/thescoop1/20260520152957414tpbo.jpg)
범위를 좁혀 서울시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의 2025년 의정비(월정수당+의정활동비)는 1명당 7530만원에 이른다. 상용근로자 평균 임금(5047만2000원)보다 49.2%나 많다. 그런데도 서울시 의원들은 법적으로 겸직이 가능하고, '겸직 보수'도 받을 수 있다. 지방자치법 제43조(겸직 등 금지)에서 지방의원의 겸직(공공+민간)을 금지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다.
당연히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4년 11월 발표한 '지방의회 이해충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개(광역의회 7곳+기초의회 13곳) 지방의회에서 2022년 7월~2024년 8월 적발된 이해충돌 사례는 2318건에 달했다. 그중 지방의원이나 그들의 가족이 특수관계 사업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259건(17억8000만원)이나 됐다. 지방의원 상당수가 겸직을 통해 사익을 톡톡히 챙긴 셈이다.
그렇다고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제도가 튼튼한 것도 아니다. 모든 지방의회는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지방자치법 근거)'를 두고 있지만, 대부분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가령, 서울시 25개 자치구 의회가 지난해 개최한 윤리심사자문위의 건수는 의회당 평균 0.28건에 불과했다. 강동·강서·동작·영등포·종로·중구를 제외한 자치구 19곳에선 윤리심사자문위를 단 한번도 열지 않았다. 법이 규정한 '이해충돌 방지제도'가 유명무실한 시스템으로 전락했단 방증이다.
# 연쇄적 흑색비방전
여야 정치권이 이렇게 '풀뿌리 민주주의'를 해하는 폐단을 외면하고 있으니 '지역 공약'이 알찰 리 없다. 각 정당이 지역을 되살리겠다고 내놓은 '10대 공약'은 재탕 삼탕에 짜깁기투성이다.
정책을 두고 경쟁할 게 딱히 없어서인지 입만 열면 '흑색비방'을 연쇄적으로 쏟아낸다. 영문을 알 수 없지만 몇몇은 분을 끓이고 또 몇몇은 저주까지 씹어댄다. 지선 한번 치르는데, 150억원에 육박하는 혈세가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도가 지나치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진은 폐교 후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초등학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0/thescoop1/20260520152958726xnvq.jpg)
진정한 민주주의는 중앙이 아닌 지역에서 만들어진다. 풀뿌리는 민주주의의 정수精髓다(Grassroots democracy). 과연 우린 '묻히고 잊힌 지선 이슈'를 언제쯤 논쟁의 도마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시리즈 1막을 연다.
이윤찬 더스쿠프 편집장
chan4877@thescoop.co.kr
김정덕·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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