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 예상 손실 100조인데…정부 긴급조정권 '진퇴양난'

대법원 판결로 일정 수의 근무 인원은 필수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까닭에 긴급조정권의 발동이 무리하다는 해석도 있다. 노동계 역시 강력하게 반발할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어 정부의 고심이 깊다.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오전까지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이어갔으나 결렬됐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1차 사후조정보다 진전이 있었지만 핵심 쟁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사측이 끝내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조정이 종료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노동조합은 예정대로 내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지 주목된다. 긴급조정권은 노조법에 규정된 고용노동부 장관의 권한으로 대규모 파업 등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나 국민 생활에 중대한 피해를 줄 위험이 있을 때 30일간 파업을 중지시키고 조정 절차에 회부할 수 있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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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역시 17일 "긴급조정권은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최후의 비상수단"이라며 "갈등을 힘으로 억누르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노사 관계를 극단적 대립으로 몰아넣고 더 큰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국제적인 시선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을 비준한 국가다. 정부가 민간기업 노사 분규에 공권력을 동원해 파업을 강제 중단시킬 경우 ILO로부터 압력을 받을 수 있다. ILO는 과거 긴급조정권 제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최근 법원이 삼성전자 사측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평시 수준의 안전·보안 인력은 유지하라"고 명령한 것도 고민거리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작업시설 손상 방지 작업,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 생산라인을 마비할 정도의 파업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국민경제를 해할 위험이 현존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어 날 수 있다.
긴급조정권 발동 권한을 가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입장도 변수다. 김 장관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이재명 정부 입각 때부터 노동자 출신 장관으로 화제를 모았다. 소년공 시절을 보낸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 철학을 이어받을 인사로 평가받았다.
김 장관은 마지막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때는 철도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당시 긴급조정권이 발동되자 철도노조와 민주노총은 연대 파업까지 언급하면서 반발했다.
한편 파업 시 현장 인원 규모를 두고 노사는 갈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법원 판단에 따라 평일을 기준으로 7000명이 근무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노조는 주말 또는 연휴 인력을 주장하며 구체적인 인원은 7000명보다 적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총파업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비조합원 위주로 배치해야 한다고 밝힌 상태다.
법원은 노조가 이 같은 지침을 어기고 해당 시설 등의 평시 수준 운영을 저해하는 유형력 행사·해악 고지·지침 배포 등을 할 경우 두 노조가 1일 각 1억원, 각 노조 지부장과 위원장 대행이 각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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