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비대면 절차서 실명확인증표 재사용 가능" 가족 계좌 개설 간소화…은행·증권사 전산 개편 주목
20일 금융위원회 법령해석으로 부모가 비대면 절차에서 미성년 자녀 여러 명의 계좌를 동시에 개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 제공=뉴시스
부모가 비대면으로 본인 계좌와 미성년 자녀 계좌를 동시에 만들거나 자녀 여러 명의 계좌를 한꺼번에 개설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법령해석이 나왔다. 금융사들이 관련 전산 시스템을 갖추면 부모가 자녀별로 신분증과 가족관계 서류를 반복 제출해야 하는 불편이 줄어들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은행과는 최근 법정대리인이 본인과 미성년 자녀 명의의 비대면 계좌 개설을 같은 시점에 신청하는 경우 최초 제출한 실명확인증표를 재사용해 복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고 회신했다. 부모가 본인 계좌와 자녀 계좌를 함께 개설하거나 자녀가 여러 명일 때 각 자녀 명의 계좌를 같은 비대면 절차 안에서 동시에 신청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회신문에서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동시에 이뤄지는 일련의 연속된 비대면 절차를 통해 본인 및 미성년 자녀의 복수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최초 제출된 본인 및 미성년 자녀의 실명확인증표를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각 계좌별 실명확인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비대면 계좌 개설 때 금융실명법상 거래자별 실명확인 의무를 각각 이행해야 했다. 미성년 자녀 계좌를 만들려면 부모의 신분증뿐 아니라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 등 법정대리 관계와 자녀의 실지명의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했다. 자녀가 둘 이상이면 같은 종류의 서류라도 자녀별로 발급받아 제출하거나 절차를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제 금융사들은 현재 자녀별로 계좌 개설 절차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우리아이통장의 주인은 부모가 아니라 자녀 각각이기 때문에 상품 가입 과정에서 자녀별 개설 절차가 필요하다"며 "자녀가 2명이라면 서류 검증이나 통장 비밀번호 설정 등도 각각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관계증명서나 기본증명서도 자녀 A와 자녀 B 명의로 각각 발급받아야 해 같은 증명서라도 사실상 다른 서류를 받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계좌별 실명확인 의무 자체를 없앤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원칙적으로 금융회사가 매 금융거래마다 개별적으로 실지명의 확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금융위는 동시에 다수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이미 확인된 실명확인증표를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각 계좌에 대한 실명확인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부모가 한 번 로그인한 뒤 본인 인증과 가족관계 확인을 거쳐 자녀 계좌를 연이어 신청하는 구조라면 금융회사가 최초 확인한 증표를 다시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시간차를 두고 별도 거래로 계좌를 신청하거나, 기존 확인 정보의 유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별도 확인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해석으로 은행과 증권사의 미성년 자녀 대상 비대면 서비스 경쟁이 빨라질 수 있다고 본다. 증시 활황 속에 자녀 명의 계좌 개설 수요도 커지고 있다. 토스증권의 올해 1분기 미성년자 전용 '아이계좌' 개설자는 18만48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863% 늘었고 신한투자증권의 미성년자 계좌 개설 수도 같은 기간 272% 증가했다. 카카오뱅크의 '우리아이통장·적금' 역시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50만명을 넘어섰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절차 간소화는 고객 이탈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비대면 계좌 개설 과정에서 서류 제출이나 본인 확인 절차가 길어질수록 중도 포기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별로 같은 절차를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면 실제 서비스 이용률이 높아질 수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편의성 확대와 함께 사고 책임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성년자 계좌는 부모가 대신 개설하고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사용 주체와 명의자가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 가족관계 확인 서류의 진위, 법정대리권 변동 여부, 동일 절차 안에서의 신청 범위 등을 금융회사가 명확히 관리해야 한다.
금융위는 "해당 절차가 단일한 일련의 거래로 관리되도록 해야 하며 명의도용 등 금융사고 위험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내부통제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도 "금융회사가 단순히 인증 절차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단일 거래 관리와 이상거래 탐지 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