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새벽마다 소독해도 속수무책"…사과산지 충주 비상
2018년 첫 발생 이후 누적 피해면적 356.9㏊. 축구장 499개 규모

(충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열심히 소독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요."
20일 충북 충주시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김모(60대)씨는 과수화상병으로 초토화된 이웃 과수원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굴착기가 훑고 지나간 과수원은 누렇게 마른 잡초들이 뒤엉켜 무엇이 심겨있던 곳인지 알아보기 어려웠다.
한쪽에는 햇볕을 받으며 자라야 할 사과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불과 몇m 앞 푸른색 이파리로 가득한 과수원과 선명하게 대비돼 더욱 황량해 보였다.
김씨는 피해 농가 바로 옆에서 수십년째 3천㎡ 규모의 사과밭을 일궈왔다.
두 농가 모두 매년 이맘때면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해 시에서 나눠준 살균제를 꾸준히 뿌려왔다.
4월 중순 사과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수확 전까지 4∼5개월간 10일마다 약제를 살포했다.
김씨는 "고온에서는 살균제 효과가 떨어져 새벽 3시부터 일어나 5시간씩 뿌렸다"며 "피해 농가는 주변 과수원보다 2배 이상 소독했는데 그동안 쏟아부었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고 탄식했다.
충북의 대표적 사과 산지인 충주 지역에 과수화상병이 번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지난 15일 대소원면 과수원에서 올해 첫 과수화상병 발생이 보고된 데 이어 전날 신니면 과수원에서 추가 발생했다.
농정당국은 면적이 각각 0.22㏊, 0.44㏊인 두 과수원을 폐원하고 감염된 나무를 모두 묻었다.
충주에서는 지난해 사과 과수원 38곳(15.8㏊)에서 화상병이 발생했다.
과수화상병이 처음 발생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피해 면적은 356.9㏊에 달한다. 축구장(0.714㏊) 499개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과수 구제역'으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은 주로 사과·배에 피해를 주는 세균성 식물병이다.
줄기와 잎이 불에 그을린 것처럼 검게 말라 죽는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만 감염 경로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방제 지침상 감염된 과수가 5% 이상이면 폐원한 뒤 모든 나무를 매몰하고, 그 미만이면 감염된 나무만 제거한다.
치료제도 없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는 살균제를 뿌리는 것이 전부라 농민들은 매년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김씨는 "벌인지, 바람인지 감염 경로를 알 수 없어 답답할 노릇"이라며 "50년 가까이 농사지은 베테랑 농부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에서 우리 과수원에서도 언제든 발병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침마다 이파리를 확인하러 갈 때면 가슴이 떨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갈아엎은 땅에 대체작물을 심어야 하는데 평생 사과 농사만 지었던 터라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건 만만치 않다"며 "1년 반 뒤에 사과나무를 다시 심더라도 실제 수확은 5년 뒤에나 가능해 농민들에게 화상병은 그야말로 시한폭탄"이라고 덧붙였다.
충주시는 현재 직원 10명을 투입해 발생 농가 반경 2㎞ 내에 있거나 역학관계가 확인된 과수원 28곳(21㏊)을 대상으로 정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또 과원 종사자·작업인력 이동 시 대인·작업 도구 방역 의무화 및 농작업일지 기록, 전지목 등 발생지 잔재물 반출 금지, 묘목 구매·반출 시 병원균 보균 여부 검사 의무화 등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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