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단 한 번도 안 틀렸다…한국 정치의 '족집게' 동네 [사실은]

흔히 지방선거를 '중앙 정치의 대리전'으로 부릅니다. 그 정치적 의미, 중요합니다. 하지만, 거대 담론이 선거판을 휩쓸 때면 정작 우리가 사는 동네의 이야기는 그 기세에 눌려 보이지 않게 됩니다.
SBS 탐사기획팀은 투박한 정치적 구호 대신 '데이터'라는 정밀한 렌즈를 통해 지방선거를 들여다 보려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우리 동네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지표로 확인해 보고, 동네 단위 방대한 선거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 동네별 세세한 표심은 물론 그 이면에 숨겨진 과학적 흐름을 읽어드리고자 합니다.
지방선거의 주무대는 '중앙'이 아닌 아닌, '우리 동네'이기 때문입니다. '구름 위의 전쟁'이 아닌 우리 일상의 결을 결정하는 ‘촘촘한 민주주의’의 장. 그 무게를 유권자 분들과 함께 고민하는 ‘지방선거의 무게’ 연속보도, 오늘은 그 네번째 순서입니다.
족집게 동네. 한국에는 지난 30년 동안 시·도지사 선거 결과를 거의 정확히 미리 보여줬던 동네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곳을 '족집게 동네'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 동네들은 단순히 적중률이 높아 신기하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그 곳 주민들의 선택이 곧 시·도 전체의 선택과 거의 일치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후보가 그 동네에서 1위를 하면, 십중팔구 그 시·도 전체에서도 가장 높았습니다. 30년 8번의 지방선거 모두에서 단 한 번도 빗나가지 않은 곳도 있었습니다.
30년 8번 시도지사, 8번 모두 적중한 1,008곳

대표 사례가 경기 김포본동입니다. 1995년에는 '김포군 김포읍'이라는 군 단위 행정구역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 김포가 시로 승격하면서 김포1동·김포2동으로 갈라졌고, 2010년대 중반에는 김포본동·장기본동으로 다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30년 동안 같은 자리에 있던 동네인데 이름은 네 번 달라진 셈입니다.
즉, 올바른 분석을 하려면 현재 김포본동이란 행정동을 기준으로 과거 4번의 다른 이름들을 통일시켜줘야 합니다. 이를 정제하고 분석해보면, 1995년부터 2022년까지 8번 모두 그 동의 1위가 시·도 당선자와 일치한 행정동은 1,008곳이었습니다. 28.7%, 거의 세 곳 중 한 곳 꼴로 나타났습니다.
호남 44%·TK 23%... '족집게'라는 착시
시·도 자체가 매번 한 진영을 압도적으로 뽑아왔던 곳, 그 안의 어느 동을 펼쳐도 시·도 당선자와 동 1위가 자동으로 일치합니다. '풍향을 잘 읽는 능력'이 아니라 특정 지역의 '정치색'을 따라간 거라 봐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분석 대상을 다시 좁혔습니다.
진짜 풍향계는 시·도 결과가 회차마다 갈리는 곳에서 그 변화를 정확히 따라가는 동네입니다. 그래서 광주·전남·전북·대구·경북, 그리고 7대 1로 사실상 보수 텃밭에 가까운 부산까지 6개 시·도는 '진짜 풍향계' 분석에서 빼고 다시 줄을 세웠습니다. 진영이 4번 이상 갈린 진짜 스윙 시·도 11곳에서, 가장 정확히 시·도 평균을 따라간 동네는 어딜까요.

이들의 정확도를 측정하기 위해 득표율을 조금 더 분석해 봤습니다. 시·도지사 8번의 선거에서 그 동네 1위 후보의 득표율과 시·도 전체 그 후보의 공식 득표율을 비교해, 둘의 차이의 8번 평균을 계산했습니다. 차이가 작을수록 시·도 표심을 정확히 반영하는 풍향계입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1위는 경기 오산시 중앙동(0.96%p) 이었습니다. 경기도는 30년 동안 시·도지사가 4번이나 진영이 바뀐 진짜 스윙 시·도입니다. 오산 중앙동은 그 회차마다 시·도 평균과 거의 1%p 안팎의 차이로 정확히 따라갔습니다.

진영이 진보에서 보수로(1→2회), 다시 보수에서 진보로(6→7회) 갈리는 변동성이 큰 선거에서도 0.87%p, 1.01%p로 정확히 따라갔습니다. 8회(2022) 김동연 당시 후보가 0.15%p 박빙으로 당선된 회차에서도 1.00%p 차이로 시·도 평균을 그대로 비췄습니다.
어떤 동네가 풍향계인가? 익히 알려진 두 가지 이유
두번째는 풍향계 동네는 시·도 평균 인구 구조와 닮았다는 겁니다. 시·도 평균 연령과 비슷한 동네라면 자연스럽게 시·도 평균과 같은 표심이 나올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죠. 검증을 위해 진짜 스윙 시·도 11곳에서 세 그룹을 골랐습니다. 풍향 코어 50곳(평균 차이가 가장 작은 동), 비풍향 50곳(평균 차이가 가장 큰 동), 무작위 200곳을 뽑아서 비교해 봤습니다.

*4년 총이동: 2022~2025년 마이크로데이터 / 평균연령: 2022.10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표만 보면 두 통념 모두 깔끔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풍향 코어가 비풍향보다 인구 이동이 2.3배 활발하고, 시·도 평균과의 연령 차이는 4배 가깝습니다. 통계적으로도 유의합니다. 그런데 한 번 더 확인하다가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풍향 코어 50곳은 자치구 비중이 88%인데, 비풍향 50곳은 64%가 시·군이었습니다. 풍향 코어와 비풍향의 차이가 사실은 '도시 자치구 vs 농촌 시·군'의 차이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자치구 안에서 갈라지는 진짜 변수는 '집값'
세 번째 가설을 세웠습니다. “자치구 안에서 풍향과 비풍향을 가르는 변수는 '집값'이다. 부유층 밀집 지역일수록 시·도 평균과 다른 정치 성향(보수 강세)을 보이고, 그래서 시·도 표심에서 멀어진다.” 자치구별 2022년 한 해 부동산 실거래가 8만 8천여 건을 합산해 평균 매매가를 계산했습니다.

풍향 코어와 비풍향의 자치구 평균 매매가는 6억 대 17억 대로 약 2.8배 차이입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합니다. 두 그룹의 인구 이동·연령은 같지만, 집값에서 3배 가까운 격차가 납니다.
'평범한 도시 중산층'이 시·도 표심의 거울이다
다음으로는 그 자치구 안에서도 평범한 중산층 거주지여야 합니다. 강남 3구·반포·이촌·여의도 같은 17억대 부유층 밀집지는 같은 도시 자치구라도 시·도 평균과 다른 표심을 보입니다. 풍향계 자치구는 평균 매매가가 6억대로, 도시 평균 거주민이 사는 동네입니다. 이 두 조건이 맞물려야 진짜 풍향계 동네에 가까워집니다. '도시 + 평범 중산층'이 한국 정치 표심의 무게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족집게'의 신통력, 이번에는 어떨까
하지만, 정치는 생물입니다. ‘영원’은 없습니다. 적중률 높았던 지역이라도, 어떤 돌발 변수 때문에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미국 인디애나주의 비고 카운티는 60년동안 당선자를 16번을 맞히다 2020년 대선에서 처음 빗나가기도 했습니다. 외신에서도 '60년 무패' 타이틀이 깨졌다는 게 뉴스가 됐습니다.
6월 3일 밤, 1,008개 족집게 동네의 표심은 또 한 번 결과를 비춰줄 겁니다. 동시에 한국 정치 지형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가장 먼저 보여주는 신호가 될 지도 모릅니다.
(작가 : 김효진·박정선, 인턴 : 박근호·송수현)
배여운 기자 woon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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