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넘을 골든타임"… 'HBM 아버지'의 조언

김태연 2026. 5. 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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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아버지'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
"향후 30년 메모리 전성기 이어질 것
삼성전자가 메모리 패권 유지하려면
이익 단기 소진보다 로드맵 따라가야
영업이익 30%는 구성원·주주 공유를
미래 인재들도 삼성 사태 지켜보는 중"
1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스튜디오에서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메모리 산업 전망과 국내 반도체 기업의 대응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윤기훈 인턴기자

"지금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시가총액 1위를 다툴 수 있는 골든타임입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최초 설계하고 상용화 기반을 닦아 'HBM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기 시작한 현시점을 '전략의 시간'으로 규정했다. 기술 로드맵을 어떻게 세우고, 영업 이익을 어디에 재투자하는지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이 세계 1위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다.

1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를 찾은 그는 "자동차 유지비 내듯 AI 구독료를 한 달에 100만 원 쓰는 시대가 오면, 메모리 수요가 지금보다 1,000배까지 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향후 30년간 메모리 전성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작업하는 에이전틱 AI가 사회 전반에 도입되면 대규모 연산과 실시간 데이터 저장이 필요해 메모리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때까지 삼성전자가 메모리 패권을 지킬 수 있는지다. 현재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핵심 공급자로 자리 잡고 있지만, AI 기업들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언제든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다. 미국 마이크론과 샌디스크가 고성능 메모리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중국 역시 HBM 개발에 착수했다. 김 교수는 "자본과 인력 규모에서 밀리는 국내 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은 서너 세대 앞선 메모리 개발로 기술 격차를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선 새로운 경영 방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갈등으로 기존 거버넌스와 보상 체계의 지속 가능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기업이 AI 시대에 맞는 운영 모델을 마련하고 노사가 장기 전략을 함께 실행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는 게 핵심 과제가 됐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넘을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자율형 멀티 AI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화하면 AI 산업 주도권이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메모리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다. AI가 24시간 작동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추론하려면 연산 속도 못지않게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이 중요하다. 지금은 GPU가 메모리를 호출하지만, 미래엔 메모리가 데이터를 쥐고 GPU에 계산을 지시하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 이에 따라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 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패키징까지 할 수 있는 '풀스택'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다양한 고객사를 상대할 수 있다. 또 AI 칩이 통합 패키지 형태로 발전할 경우, 부품 공급을 넘어 파운드리와 패키징 사업까지 동반 성장하면서 전체 매출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AI 칩 시장이 다변화하면 삼성의 HBM 공급 물량은 확대되고, 시총 1위를 두고 엔비디아와 겨룰 수 있다."

-AI 거품 우려가 있는데 메모리 호황이 이어지겠나.

"향후 2~3년 안에 AI 기업들이 승부를 내야 한다. AI 에이전트가 없으면 업무나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낄 정도로 성능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식비나 주거비를 지출하듯 AI 구독료를 필수 경비로 여길 것이다. 나는 현재 120만 원가량 내면서 자료 조사나 발표문 작성에 AI를 활용한다. 전체 업무의 20%가량을 AI가 처리해주는 수준인데, 사람들이 이 비율을 점차 늘려간다면 메모리 수요는 계속 확대될 것이다."

-지금 삼성전자에 가장 필요한 전략은.

"HBM을 비롯해 고대역폭플래시(HBF), 낸드플래시까지 메모리 전 영역에서 물량 1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AI 확산 때문에 수요가 늘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생산 설비 증설에 투자가 필요하다. 동시에 HBM4와 HBM5 이후에 이어지는 장기 로드맵을 설계해야 한다. 단순 성능 개선을 넘어 GPU가 패키지로 통합되는 구조, 메모리끼리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구조까지 미리 내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력, 냉각 문제 연구도 병행해야 경쟁 업체들보다 서너 세대 앞선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할 수 있다."

-장기 성장을 위해 영업이익은 어떻게 분배해야 하나.

"70%는 연구개발(R&D)에 투자해야 한다. 여기에는 직원 교육이나 설비 증설도 포함된다. 차세대 메모리 경쟁은 지속적 설비 확장과 로드맵 선점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익을 단기적으로 소진하는 구조로는 초격차를 유지하기 어렵다. 나머지 30%는 기업 구성원과 주주가 공유하되, 이 역시 현금 보상 위주로 배분하기보다는 중·장기 성과와 연동된 구조가 돼야 한다. 그러면 기업 성장과 구성원 이익이 함께 커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사측은 이때 재투자 원칙과 성장 계획을 공유해 구성원들이 미래 가치 상승을 신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수 반도체 인재를 확보하려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기업 연봉은 이제 의사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안정성이다. 나이를 먹어도 관련 연구나 업무를 계속할 수 있게 정년 제도를 유연화하면 훨씬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노사 갈등을 학생들도 눈여겨보고 있다. 장기 전략을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인지 지켜본다는 뜻이다. 이번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미래 인재들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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