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셧다운 노리는 불법드론… 3중 보호막으로 10분 내 끝장낸다 [르포]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6. 5. 2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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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새울 원전 테러모의훈련]
불법드론 탐지하자마자 격추
조종자 검거까지 10분 안걸려
원안위원장 “에너지 안보 큰역할 기대”
19일 울산 울주군 새울원자력본부에서 불법드론 대응 훈련이 진행됐다. 원전 측 조치로 위치항법시스템(GPS) 신호와 조종 제어력을 상실한 드론이 이내 중심을 잃으며 원전 부지 경계선 인근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새울 원전 반경 4.8km 내에 불법 드론이 접근 중입니다.”

19일 울산 울주군 새울원자력본부 종합상황실에 날카로운 비상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상황실 메인 스크린에는 승인되지 않은 미상의 비행체 항적이 붉은 선을 그리며 원전 부지를 향해 빠른 속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폭발물을 탑재한 드론이 무선주파수(RF) 스캐너의 탐지 반경인 3.0km 내로 진입하자마자 교신 전파가 포착됐다. 새울원전이 운용 중인 이 스캐너는 몇 초 만에 라이브러리에 등록된 드론의 기종, 고유 식별번호(ID), 그리고 드론 조종자의 실시간 위치 좌표까지 식별해낸다.

드론이 원전으로 계속 접근하자 종합상황실은 위협 단계를 격상하고 단계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바로 인근에 주둔 중인 육군 소대와 울산경찰청, 울주경찰서 등 유관기관에 즉각 상황을 타전하고 긴급 합동 공조를 요청했다. 원전 방호의 특성상 국토교통부, 군, 경찰 간의 실시간 협력 체계가 초동 대처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공중 위협이 고조되자 부지 경계 초소의 방호 인력들도 움직였다. 예비군대대장의 지휘에 따라 무기고에서 소총이 지급됐고, 청원경찰과 특수경비원으로 구성된 기동타격대가 부지 전면에 배치됐다. 이들은 평시 군대의 5분 대기조와 동일하게 유사시 총기를 들고 즉각 현장에 투입되는 핵심 방호 인력이다.

동시에 특수경비대원들은 재머(전파교란 장비)를 지참하고 드론 조준 태세에 돌입했다. 현장 지휘권자의 명령에 따라 대원들이 일제히 드론을 향해 휴대용 재머를 겨누고 전파 교란을 시도했다. 강한 교란 전파를 맞은 드론은 위치항법시스템(GPS) 신호와 조종 제어력을 상실하고 이내 중심을 잃으며 원전 부지 경계선 인근 지상으로 추락했다.

공중에서의 드론 무력화와 동시에 지상에서의 추적 및 검거 작전도 긴박하게 전개됐다. RF 스캐너를 통해 실시간으로 조종자의 위치 좌표를 확보한 종합상황실은 이를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에 즉각 공유했다. 전파 정보를 전달받은 울산경찰청과 울주경찰서 소속 기동대원들은 원전 외곽 경계 부근인 조종자 예상 은신처를 신속하게 포착하고, 현장에서 드론을 조종하던 가상 테러범을 검거했다.

이 모든 과정이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현장에 투입된 군 소대원들은 대공 혐의점 조사와 정밀 분석을 위해 추락한 드론 기체를 즉각 확보했다.

새울 4호기 원자로 건물 외벽 두께는
기존 137cm보다 15cm 더 두꺼워졌지만
드론 공격으로도 거대 원전 무력화할 수 있어
19일 울산 울주군 새울원자력본부에서 진행된 불법드론 대응 훈련에서 현장 대원들이 가상의 폭발물 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불법드론 포착부터 파괴, 조종자 검거까지 몇 분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이날 드론 무력화와 조종자 검거 작전은 모의 훈련 상황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출입기자단에게 원전의 물리적 방호 체계를 공개했다. 새울4호기 원자로 건물 외벽 두께는 137cm로 기존 원전보다 15cm 더 두꺼워졌다. 항공기 충돌 평가를 반영한 결과다. 최근에는 항공기뿐 아니라 드론 등을 활용한 공중 위협이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원전을 겨냥한 드론 위협은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중동 전쟁과 UAE(아랍에미리트) 등에서도 드론으로 주요 기반시설을 타격한 사례가 있었고, 현대의 원전 방호는 지상 침투조 차단을 넘어 상공에서 접근하는 소형 드론 방어에 초점이 맞춰지는 추세다.

원전 방호 전문가들에 따르면 불법 드론의 핵심 목표는 수 미터 두께의 견고한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인 원자로 건물 자체를 직접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소형 드론에 탑재된 무기 수준으로는 원자로 격해건물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드론 공격이 노리는 진짜 표적은 원전의 보조 건물, 냉각수 공급 시설, 또는 외곽의 변전소와 송전 탑 같은 주변 전력망이다. 발전소 심장부를 파괴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연계 전력망을 타격해 발전소를 강제로 멈추게 하는 ‘셧다운’을 유도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목적이다. 전력 공급망 체계를 마비시켜 국가 인프라 전체에 연쇄적인 혼란을 일으키겠다는 계산이다.

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이 매년 전체훈련과 분기별 부분훈련을 거듭하며 공중과 지상의 시나리오를 반복 점검하고 있다. 이번 전체훈련 역시 침입 경로와 시간을 사전에 제공하지 않는 실전 방식으로 진행되어 방호 인력들의 초동 조치 능력을 정밀하게 검증했다.

원안위는 진화하는 무인기 위협에 맞춰 장비 고도화도 병행할 계획이다. 최원호 원안위 위원장은 “주파수를 우회하거나 변조하는 드론까지 잡아낼 수 있도록 주파수와 관계없이 드론을 포착하는 레이더와 카메라 연동 시스템을 올해 중 월성원전에 우선 도입한 뒤, 향후 새울원전 등 전 원전으로 순차 확대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산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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