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간 마라톤 회의에도 파국…非메모리 보상안 합의 불발

김현일 2026. 5. 2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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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렬
사측 중노위 조정안 거부 “성과주의 위배”
반도체 부문 공통배분 비율 입장차 확연
노조 “적자 낸 非메모리 동급 보상” 고수
정부 긴급조정권 신중…파업중 대화 가능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사협상 결렬에 따른 입장을 밝힌 뒤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총파업 강행 입장을 밝힌 뒤 협상장을 떠나는 모습. 세종=윤창빈 기자

대타협은 없었다. 삼성전자 임직원의 성과급을 놓고 시작된 노사 갈등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개시일을 하루 앞둔 20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중재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속개했지만 잠정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삼성전자 창사 이래 두 번째 총파업은 결국 현실이 됐다. 노동조합은 예정대로 21일부터 오는 6월 7일까지 18일에 걸쳐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사장단 18명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도 파업만큼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총력을 기울였지만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산업계는 이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앞서 삼성전자 파업에 따른 국가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쟁의행위를 30일간 금지하는 긴급조정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장시간 협상 불구 이견 못 좁혀…사측, 중노위 조정안 거부=당초 삼성전자 노사가 3일간 총 25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협상을 벌이면서 극적 타결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중노위도 막판 조정안을 들고 나와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합의에는 실패했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18일 오전 10시부터 중노위 중재로 마련된 2차 사후조정 테이블에 마주 앉아 합의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성과급 재원 기준과 상한폐지 여부, 메모리사업부 지급 비율, 명문화 등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튿날 오전 10시 2일차 회의를 속개했지만 노사는 역시 쉽사리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12시간이 흐른 오후 10시 중노위가 직접 나서 조정안을 제시했다.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을 노사가 수락하면 단체협상과 같은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노조는 이에 동의한 반면, 회사 측이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결렬 위기에 놓였다. 그러자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이 ‘조정 불성립’을 선언하려는 순간 여명구 사측 대표교섭위원이 일단 거부 의사를 철회하면서 사후조정 회의는 예정일을 넘겨 20일 오전까지 진행됐다. 이날 3일차 회의에서 회사 측은 “의사결정이 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중노위 조정안에 대해 기존 거부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 자율에 의한 교섭 타결이 무산된 데 이어 중노위 중재마저 물거품이 되면서 삼성전자 총파업 사태가 몰고 올 후폭풍은 당분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勞 “非메모리도 챙겨줘야” vs. 使 “성과 낸 메모리 더 줘야”=삼성전자 노사가 막판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돌아서게 된 최대 쟁점은 바로 성과급 공통 배분 비율이다.

회사 측은 이날 협상 결렬 후 낸 입장문에서 “노조는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 반도체 부문 전 임직원에 공통으로 70%를 배분하고, 나머지 30%는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나누자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처럼 공통 비중이 높으면 적자를 낸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임직원들은 대규모 흑자를 거둔 메모리 사업부와 거의 동일한 성과급을 받게 된다.

반면, 회사 측은 지난 17일 노조와의 비공식 미팅에서 반도체(DS)부문 영업이익 200조원 이상 시 영업이익의 9~10%를 재원으로 ‘부문 공통 60%, 사업부 40%’ 비율로 배분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통 비율을 낮추는 대신 성과를 낸 메모리사업부 임직원들을 조금이라도 더 보상하자는 입장이다.

노사 의견이 계속 엇갈리자 중노위가 막판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회사 측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이 원칙을 포기할 경우 저희 회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앞서 중노위는 지난 12일 1차 사후조정 당시 영업이익의 12%를 재원으로 DS부문 공통 70%, 사업부 30%로 나눠 지급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조정안 초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가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결렬된 바 있다.

이번 2차 사후조정에선 회사 측이 노조 측의 요구를 대부분을 수용했지만 적자 사업부에 대한 과도한 배분만큼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정부 ‘긴급조정권’ 신중…파업 중에도 노사 대화 재개 가능=이제 총파업 개시까지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노사는 여전히 중노위의 추가 사후조정이나 대화 가능성은 열어 놓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이날 밤 노사의 물밑 협상 재개로 막판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사가 신청하면 사후조정은 바로 재개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노사 양측이 뚜렷한 의견차를 확인한 가운데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이상 당장 내일 예정된 총파업을 막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파업 기간 중에도 노사가 대화를 이어가며 접점을 모색할 가능성은 있다.

재계는 정부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결국 긴급조정권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하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30일이 경과할 때까지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긴급발동권 발동 권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피해가 우려될 경우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정부는 아직 파업 개시일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노사 협상 재개를 기대하며 긴급조정권 발동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파업이 시작된 후에야 발동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파업 개시 후 이미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제어할 수 없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업종 특성상 파업이 시작하기 전에 정부의 선제적인 긴급조정권 발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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