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반도체 공장 멈춘다…“세계 공급망 전체 위기” [삼성전자 노사협상 결렬]

이정완 2026. 5. 20. 13:2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1일부터 18일간 4만명 규모 총파업 돌입
‘30조원’ 규모 생산 차질에 무형 손실 추가
100조원 손실 현실로
정부·재계·학계 모두 막대한 피해 우려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 신뢰 위축 불가피
주요 외신 결렬 소식 긴급 보도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평택=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이정완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줄다리기 협상 끝에 결국 타협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노동조합에선 즉각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024년 첫 파업 이후 두번째 파업이다.

반도체 생산라인 정상 가동에 제동이 걸리면서 최대 100조원에 달하는 유·무형 손실이 우려된다. 2년 전 첫 파업 참여 인원은 5000여명이었으나 이번에는 4만명 가량이 참여한다. 법원에서 안전보호시설과 보안 작업 인력은 평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지만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필수인력 7000여명만 근무…생산차질 불가피

20일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사후조정이 종료된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노동조합은 예정대로 내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어 “파업 기간 중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법원에서 최근 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쟁의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지만 사실상 생산라인 정상 가동은 어려운 여건이다. 안전보호시설인 방재시설·배기·배수시설 관리와 보안작업에 해당하는 웨이퍼 변질 방지 인력만 평상시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7000여명의 인력이 총파업 기간 중에도 필수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노조에선 쟁의 행위가 어려운 근로자를 비조합원 위주로 배치해달라며 사측과 각을 세웠다.

정부와 재계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가 마주해야 할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파업으로 인해 웨이퍼 폐기가 발생한다면 경제적 피해는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초기업노조 역시 지난달 17일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했다고 선언할 때 파업으로 인해 발생할 피해 규모를 하루에 1조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21일부터 18일 동안 파업에 돌입할 경우 설비 백업까지 감안해 최대 30조원 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사태를 우려해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평택 D램 생산라인에서 1만5000개의 웨이퍼 보관함(FOUP)을 라인에서 꺼내는 작업을 실시했다. 웨이퍼 기준으로 36만장에 해당하는 규모다. 생산 차질로 발생할 품질 문제를 막기 위한 작업이었다.

웨이퍼에서만 손실이 발생하는 게 아니다. 반도체 설비는 전원 차단 후 재가동까지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일부 장비는 수 개월의 복구 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특히 세정 설비 내부 공정용 마스크가 강산·강염기에 노출되면 신규 제작에만 한 달 이상이 걸린다. 만약 약액·가스 토출구가 굳으면 내부 배관을 전면 교체해야 해 신규 설치에 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올해 경제성장률 0.5%p 하락 전망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타격도 크다. 한국은행이 청와대와 관계 당국에 제출한 긴급보고서에 따르면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홀로 대한민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피해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재계와 학계에서도 지속 우려를 표했다. 지난 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6단체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국가 핵심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노조는 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공학회도 이례적으로 개별 기업 사안에 대해 메시지를 냈다. 입장문을 통해 “반도체공학회는 개별 기업 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생산 차질이 누적될 경우 그 파급은 노사를 넘어 협력사, 연구계, 후속 인력 양성 단계까지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업 기간 중 발생하는 손실 외 무형의 손실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달 안민정책포럼을 통해 보이지 않는 비용을 지적한 바 있다. 생산 차질은 복구가 가능하지만 구조적 후유증이 더 치명적이란 것이다. 신뢰 손실, 투자 지연, 가격 왜곡 효과, 산업 생태계 훼손, 국가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 등이 보이지 않는 손실로 거론된다.

송 교수는 “반도체는 가격보다 신뢰 산업”이라며 “파업으로 생산이 흔들리면 고객은 즉각적으로 다른 대체 공급처를 검토하게 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로부터 신뢰를 잃는 것을 우려한다. 주요 고객사는 공급 안정성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엔비디아 사례만 놓고 봐도 분기·반기 공급업체 평가 결과를 물량 배분에 반영한다.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 “엔비디아는 지난 2~3년 동안 공급망을 기획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파트너들은 공급 물량을 보장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만약 메모리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어렵게 얻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자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하면서 차세대 HBM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공급망 안정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외신, 삼성전자 파업 계획 긴급 타전

주요 외신은 일제히 협상 결렬 소식 긴급 뉴스로 보도했다.

AFP통신은 이날 ‘한국의 반도체 거인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라는 제목의 긴급 속보 기사에서 협상 결렬 소식을 전했다.

AFP는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사용되는 반도체 산업 분야의 주요 생산자”라며 “이번 파업이 심각한 차질과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짚었다.

이어 “특히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35%를 차지하는 만큼,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수출 주도형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정부 내부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AFP는 삼성전자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소개하며 삼성전자의 첫 노조가 2010년대 후반에 결성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긴급 속보를 잇달아 송고하며 삼성전자가 노사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번 사태로 4만8000명의 노동자가 직장을 이탈하는 상황이 초래됐다”며 “이는 한국 경제 건전성을 위협하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 서버부터 스마트폰·전기차 등 기기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활용되는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대 공급업체이기 때문에, 이번 협상 결렬은 전 세계 기술 공급망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