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사업부 5억 받는데 흑자 DX는 5000만 원…삼성 “경영원칙 정면 위배” 협상 결렬
최승호 위원장 “적법하게 총파업”
노조 주장 따르면 조 단위 적자보는
비메모리사업부에 약 4.7억 성과급
흑자인 DX부문은 성과급도 불투명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종 사후조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성과급 협상이 결렬됐다. 노사는 매년 수조원 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시스템LSI 사업부에 억대 성과급을 지급하는 데 대한 현격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21일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은 예정대로 내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라며 “파업 기간 중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밝혔다.
사측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회사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측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파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사후조정에서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노동조합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정면충돌한 지점은 매년 조 단위의 적자를 보고 있는 비메모리 사업부에 대한 보상안이다. 노조는 올해 영업이익의 15%를 반도체(DS)부문 70%, 메모리사업부 30%로 나누자고 제안했다. 사후조정 과정에서는 배분 비율이 DS부문 60%, 메모리 40%까지 조율됐다는 말도 전해졌다.
반면 사측은 적자 사업부에 대한 과도한 보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삼성전자의 DS부문 외에도 스마트폰과 TV, 가전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이 있다. DX부문은 올해 중동 전쟁과 글로벌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어려운 경영 환경에 봉착해 있다. 그럼에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DX부문이 올해 4조~5조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면 수년째 조 단위의 적자를 보는 비메모리 사업부는 억대의 성과급을 받고 조 단위의 이익을 낸 DX부문은 성과급이 지급될지조차 불분명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 기준 증권사들의 올해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약 685조 원, 영업이익 353조 원이다.
이 가운데 약 350조 원이 DS부문의 영업이익이라고 가정하고 노조의 안을 수용하면 52조 5000억 원(15%)이 성과급 재원이 된다. 또 이 가운데 36조 7500억 원(70%)이 DS부문에 분배된다. 이 경우 적자를 보는 비메모리 사업부 조합원 약 2만 명을 포함해 7만 8000명의 구성원이 1인당 4억 7000만 원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메모리 사업부 5만 명은 나머지 30%(15조 7500억 원), 1인당 3억 1500만 원을 추가로 수령한다.
하지만 DX부문의 경우 기본연봉의 50%로 제한된 초과이익성과급(OPI)을 받아야 한다. 연봉이 1억 원이라면 최대치가 5000만 원이다. 적자인 비메모리사업부는 약 5억 원을 받고 DX부문은 그에 10분의 1을 받아가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심지어 DX부문은 지난해(약 12조 7000억 원)보다 올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기 때문에 성과급을 받을지조차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사측은 “특히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라며 “이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초기업노조가 교섭대표권 등 권한을 가진 ‘과반노조’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적자 사업부에 대한 억대 성과급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성과급 협상에서 비메모리사업부가 소외될 경우 조합원 최대 2만 명이 탈퇴할 수 있다. 현재 7만 3000여 명으로 알려진 초기업노조는 조합원이 약 1만 명 탈퇴하면 과반노조의 지위를 잃게 된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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