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면 꼭 하고 싶었어요"…SNS 뒤흔든 '굿즈' 뭐길래 [현장+]

강윤지 2026. 5. 20. 13: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팝 타고 번진 한글 굿즈…키링·과자·패션으로 무한 확장
K콘텐츠 넘어 K언어로…한글 자체가 된 소비 상품
세종학당 수강생 5년 새 137%↑…한글 소비로 번진 한류
<한글 키캡 인기> 20일 서울 성수동의 한 잡화 편집숍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글 자모가 새겨진 키캡을 고르고 있다. /강윤지 기자

“한국에 온 만큼 한국말로 쓰인 물건을 사 가려고요."

20일 서울 성수동의 한 잡화 편집숍. 매장 입구 매대에는 가로·세로 1cm 안팎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최근 유행하는 키보드 자판 덮개 ‘키캡’이다. 원래는 키보드 부품이지만 요즘엔 가방과 휴대전화에 다는 키링 굿즈로 소비되고 있다. 알파벳과 숫자, 하트·별 모양은 물론 ‘ㄱ’ ‘ㄴ’ ‘ㅁ’ 같은 한글 자모가 새겨진 키캡도 눈에 띄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휴대전화 번역기를 켠 채 매대 앞에 한참 머물렀다. ‘사랑’ ‘행복’ 같은 단어를 검색한 뒤 한글 자모 키캡을 하나씩 골라 빈 틀에 끼웠다. 중국인 관광객 리타 씨(35)는 중국 SNS에서 키캡 키링 만들기 영상을 보고 성수동 방문을 여행 일정에 넣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다”며 ‘사랑’이라는 단어를 한글 자모로 직접 조합했다.

매장 직원은 “외국인 손님들이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어떻게 쓰는지 묻는 경우가 많다”며 “한글 자모를 글자라기보다 디자인 요소처럼 보고 고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LOVE 대신 사랑" 외국인 사로잡은 한글 굿즈

외국인 관광객이 번역 앱으로 한국어 단어를 검색하며 한글 키캡을 고르고 있다. /강윤지 기자

한글이 '읽는 문자'를 넘어 외국인들이 소비하는 문화 상품이 되고 있다. 과거 외국인의 한류 소비가 K팝 앨범이나 드라마 굿즈 같은 콘텐츠 소비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한국어와 한글 자체를 즐기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한글 자모 모양의 비스킷을 조합해 원하는 단어를 만드는 ‘한글과자’도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다. 단순히 과자를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자음과 모음을 맞춰 이름이나 좋아하는 단어를 만들어보는 체험형 상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한글과자’를 출시한 방송인 타일러 라쉬 씨(38)는 “외국인들은 한글을 단순한 문자라기보다 하나의 도형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자음 ‘ㅇ’ 모양을 귀엽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이름이 한글로 어떻게 표현되는지에 흥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세종학당 수강생 5년 새 137% 늘어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자음과 모음 모양으로 구성된 ‘한글과자’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윤지 기자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어 학습 열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세종학당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세종학당재단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한국어·한국문화 보급 기관이다. 현지 대학과 교육기관 등을 통해 외국인에게 한국어 수업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난해 전 세계 세종학당 수강생은 23만9020명으로 5년 전 10만1000명보다 약 137% 늘었다. K팝과 드라마를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한글은 외국인에게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어 레터링 티셔츠처럼 한글 문구 자체를 감각적인 그래픽으로 소비하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패션 브랜드 마뗑킴이 선보인 한글 문구 티셔츠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를 끈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통업계에서는 한글 굿즈 시장이 키링과 문구류를 넘어 패션, 식품, 생활소품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기념품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적 정체성이 드러나는 상품을 일상에서 쓰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글은 한국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디자인 언어”라며 “K팝과 K드라마로 높아진 한국 문화 관심이 한글 자체를 소비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윤지 기자 yuntory@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