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 10, 21, 133 ‘탱크데이’ 숫자들…“극우가 숨긴 상징 놀이”

역사 조롱 논란을 빚은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 홍보문에는 ‘탱크데이’ ‘책상에 탁!’ 문구 외에도 각종 폄훼 상징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의 분석글을 보면, 홍보문에 나온 ‘오전 10시 오픈’은 5·18민주화운동 때 계엄군과 시민이 전남대 앞에서 처음 충돌한 시간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1980년 5월31일 계엄사령부는 ‘1980년 5월18일 오전 10시경 광주시내 중심가로 불법 진출한 전남대생 200여명의 시위 행렬은 계엄 철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점차 격렬화됐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참고했을 것으로 봤다.
김 교수는 할인율을 뜻하는 ‘세트 10% OFF(오프)’에 대해서는 “10일간의 항쟁을 삭제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분석했다. ‘21% OFF’는 1980년 5월21일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 날짜를 뜻한다고 했다.
텀블러(컵 종류)의 용량 503㎖는 2017년 3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를 의미한다고 했다.
133㎖는 계엄사가 발표한 최초 사망자 숫자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5·18 이후 국방부는 시민군들이 서로 오인 사격해 다수 숨졌다며 총상 사망자를 133명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2024년 5·18 기간 전체 사망자를 166명으로 결론 내렸다.
김 교수는 이번 논란에 대해 단순한 실수나 역사적 무지가 아닌 의도적인 역사 폄훼·왜곡이라고 봤다. 극우세력 사이에서 유행하는 ‘상징투쟁’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극우세력은 놀이처럼 상징을 교묘하게 숨기곤 한다. 상징이 갖는 의미는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들키더라도 부정하면 된다”며 “이들은 숫자나 상징의 의미를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고무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논란을 계기로 역사 왜곡·폄훼를 막는 법·제도를 보완하고 기업이나 기관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강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스타벅스는 5·18 46주년 기념일인 18일 ‘탱크 시리즈’ 텀블러 판매를 시작하며 ‘5/18 탱크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넣은 홍보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5/18 탱크데이’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차(탱크)를 동원한 전두환 반란세력의 광주 진압, ‘책상에 탁!’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치안본부가 발표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내용을 연상시킨다고 비판받고 있다.
전날 스타벅스 코리아의 모기업 신세계그룹 임원이 광주 5·18단체를 찾았으나 홍보문이 작성된 경위는 “조사 중”이라고만 밝히며 5·18단체는 만남을 거부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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