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원 명부까지…‘부동산 개인정보’ 어둠의 경로로 팔린다
불특정 다수 대상 홍보와는 차원달라
이름·주소·전화번호·주민번호까지
中 온라인 플랫폼서 버젓이 거래 심각
사이버범죄 활용 우려…강력 단속돼야

부동산 소유주를 겨냥한 광고 부동산 중개업체들의 ‘우편(DM) 영업’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건물주 명단까지 통째로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활용해 홍보물을 보내는 수준을 넘어 중국의 불법 사이트 등에서 거래되는 명단을 영업에 활용하고 있어 관계 당국의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화번호와 건물 위치가 담긴 건물주 리스트가 있는데 필요하냐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며 “다시 전화하면 없는 번호가 뜨는 경우가 많고 불법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피싱처럼 비밀스럽게 접근한다”고 말했다.
중개사들 “조합원 명부 암암리 거래돼”
복수의 중개업계 종사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건물주 장부나 정비사업장 조합원 명부 등이 은밀하게 유통된다고 한다. 은평구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옛 아파트를 재건축해 새 단지가 들어서면 조합원 명부가 생긴다”며 “재건축 추진위원회나 조합 관계자들이 보유한 명부가 암묵적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예전에 더러 있었다”고 했다.
조합원 가운데 상당수가 새 아파트의 입주자가 된다. 이 때문에 조합원 명부는 가치가 높은 영업 자산이 된다는 설명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중개법인이나 대형 중개업소들은 오랜 기간 거래 과정에서 축적한 고객·건물주 리스트를 일종의 영업 자산으로 관리한다”며 “요즘은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과거에는 그런 절차가 느슨했던 만큼 오래 축적된 명단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중국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개인정보를 활용한다는 의혹도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타오바오’, ‘시엔위’ 등 중국 중고 거래 플랫폼에선 검색창에 우회 키워드를 입력해 한국인 개인정보나 신분증·명의 정보를 판매하는 브로커와 접촉할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중개업계에서도 암암리에 이런 정보 가운데 영업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활용한다는 의혹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중국 서버 기반 사이트를 통해 이름·주소·전화번호·주민등록번호 등이 섞인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에서는 단속이 어렵고 중국에서도 한국인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적극 단속하지 않는 구조라는 얘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등기부만으론 설명 안돼” 업계서 제기된 의문
부동산 중개업체들이 등기부 등본의 본래 취지를 넘어 등기부 상의 정보를 영업용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인중개사협회도 부동산 소유주와 같은 개인 정보가 거래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협회 측은 “등기부 등본 열람은 실소유자 확인과 저당권·채무관계 확인을 위해 필수적이어서 제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악용하려는 사람들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등기부 등본 상의 개인정보를 넘어, 별도로 정리된 개인 정보를 거래하려는 자체는 명백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토지대장이나 등기부 같은 공적 부동산 장부를 공시 목적과 달리 이용하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하지만 현장의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신축 아파트 단지 중심의 DM 영업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한다. 문제될 수 있단 인식도 옅은 분위기다.
서울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등기부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공시자료라 주소 확인 정도는 가능하다”며 “(우리 사무실도) 인근 신축 단지는 지난해에도 두 차례 정도 우편을 보냈고 인근 부동산도 해당 방식을 많이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화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따로 취득한 게 아니라 등기부상 주소로만 발송했다. ‘좋은 세입자를 맞춰드리겠다’ 같은 영업 차원의 취지였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는 “세대주 귀하 식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넣는 광고 우편은 시장에서 흔한 홍보물 수준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실명·주소·전화번호가 포함된 개인정보를 중국 사이트나 불법 경로를 통해 사고파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정보는 사이버 범죄나 불법 영업에도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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