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대신 ‘과정’을 그리다…수원 파란달 화실, 열여섯 해의 붓질이 만든 ‘다양한 시간’
직장인·학생·주부 등 ‘삶의 궤적’ 담아낸 서양화 향연

캔버스 위로 번지는 수채화의 투명함과 유화의 묵직한 마티에르 속에는 저마다 삶을 살아내는 이들의 '시간'이 녹아있다. 빠름과 효율만을 미덕으로 삼는 거친 세상에서, 오롯이 자신의 속도대로 연필을 깎고 붓을 드는 이들이 만들어낸 고요한 기적이 수원 만석전시관을 채우고 있다.

2010년 수원에 처음 둥지를 튼 파란달 화실은 '취미미술을 전문으로 하는 어른들을 위한 공간'을 표방하며 출발했다.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남을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곳은 단순한 기능의 학원을 넘어 일상에 지친 이들이 예술을 통해 숨을 쉬는 해방구 역할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 세월의 깊이를 증명하듯 다채롭고 풍성하다. 전시장 벽면을 채운 작품들은 드로잉, 수채화, 유화 등 서양화 전반을 아우른다.

실제로 파란달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최경숙 작가와 장철익 작가의 지도 아래, 수강생들은 획일화된 입시 미술의 틀을 깨고 저마다의 개성을 자유롭게 발산했다. 거친 유화 터치 속에서 직장인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가 하면, 맑은 수채화의 번짐 속에서 잃어버린 자아가 피어나기도 한다.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체득한 미학적 깊이가 작품마다 은은하게 배어 나온다.

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그림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오랜 시간 변함없이 붓을 쥐어온 이들의 '끈기'와 '진정성'이다. 속도보다는 과정과 마음을 더 소중히 여긴다는 화실의 철학처럼, 이번 전시는 보는 이들에게 "당신의 삶은 어떤 속도로 흐르고 있느냐"는 따뜻한 질문을 던진다.
지역 문화예술의 저변을 넓히는 것은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이처럼 이웃들의 평범한 일상이 예술로 치환되고, 그것이 기록으로 쌓여 역사가 되는 과정 그 자체다.
푸르름이 가득한 5월, 만석전시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서두르지 않고 자신만의 '다양한 시간'을 담아낸 파란달 화실 수강생들의 아름다운 붓질 속에서 깊은 위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장선 기자 now48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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