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N%’ 바람에 하청들도 ‘하투’ 참전 우려…기업들 “진짜로 해외이전 고민” [삼성전자 파업 ‘운명의 날’]

박지영 2026. 5. 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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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법으로 원청-하청 교섭 문 활짝
교섭 불발시 하청도 쟁의가능
“6월 중순부터 하투참전 가능성 높아져”
산업계 “협상력 균형 깨져…해외 이전도 고려”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함께 영업이익의 15%를 관련 재원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결의대회 이후에도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는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평택=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박혜원·권제인 기자]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N%’라는 과도한 성과급 요구로 ‘성과급의 결실을 나눠야 한다’며 하청업체들까지 줄줄이 원청에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업체도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게 되면서, 원청과 하청업체간 교섭이 불발됐을 경우 하청도 쟁의행위가 가능해졌다. 산업계에선 대기업 뿐 아니라 하청업체까지 하투(夏鬪)에 참전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줄파업의 공포에 질렸다. 결국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협상 테이블’ 자체가 부담, “결국 해외로 나갈 수밖에”=산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사용자’ 정의를 넓히게 되면서 결국 하청업체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업계는 협상을 하게 된다면 사용자성이 인정된 사안 뿐 아니라 성과급 등 사용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안까지 모두 논의하게 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성과급을 목적으로 원청을 대상으로 한 하청업체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20일)에는 울산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는 현대차 원청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첫 심문회의가 열린다. 구내식당·공장 보안·경비·판매대리점 카마스터 등 현대차 하청근로자 1675명은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내용 등을 포함해 현대차에 원청 교섭을 요구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자, 하청도 결실을 나눠야 한다는 맥락에서다.

현대차는 교섭 요구에 “당사는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아 교섭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지난달 20일 답변했지만, 노조가 지노위에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을 하면서 사용자성을 따지게 됐다.

최근 정규직 근로자에게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하고 성과급 상한을 없앤 SK하이닉스 하청업체도 결실을 나누자고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반도체·부품 운반하는 하청업체 피엔에스로지스는 지난달 30일 “성과급 차별 지급을 중단하라”며 SK하이닉스에 교섭 요구안을 전달했다.

김진수 금속노조 피엔에스로지스 지회장은 “원청 직원에게는 수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하청노동자에겐 500만~600만원 수준의 상생장려금이 끝”이라며 원청과 직접 교섭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김 지회장은 “지난달 30일 교섭을 요구했지만 원청은 무반응”이었다며 “지난 15일 다시 한번 단체교섭 요구에도 아직 답이 없어, 지노위에 시정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4월 한달 간 지노위에 접수된 원·하청 교섭 관련 사건 62건 중 사용자성이 인정된 건수는 56건(90.3%)으로 나타났다. 하청업체가 교섭 신청만 하면 원청은 협상 테이블로 끌려 나올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청업체까지 영업이익을 나눠달라고 요구하면서 재계에서는 “진짜 해외로 기업을 이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허탈감까지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으로 하청노조가 파업해도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줄파업이 일어나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협상력이 노조 쪽으로 기울면서 이미 기업은 노조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균형이 깨지게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으로 인건비를 많이 지출하는 건 문제가 아니다. 진짜 큰 문제는 정상적인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기업들 사이에서는 해외에 투자할 명분은 많다. 노조가 힘의 우위를 가지게 되면서 결국 해외에 나갈 수밖에 없지 않나라는 자조섞인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란봉투법으로 ‘황당’ 요구도…역대급 ‘하투’ 우려=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으로 노조법 제2조 5호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노동쟁의가 가능해지면서 노조의 황당한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HD현대나 한화오션 등 조선업계에서는 산업재해 감소를 위해 AI CCTV를 설치하려고 하지만, 노조는 노동 감시와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팩토리 전환을 위해서는 CCTV 등으로 암묵지(경험과 노하우)를 수집해야 하는데 노동계는 향후 일자리 대체에 쓰일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며 “AI 팩토리 전환에 큰 걸림돌이며, 개정 노조법으로 CCTV 설치를 이유로 파업까지도 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HMM 노조는 본사 부산 이전에 반대하며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노란봉투법 적용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노사가 합의하긴 했지만 노조가 구조조정, 해외 투자, 공장 이전, 생산라인 재배치 같은 핵심 경영 사안 전반에 반대하고 나서면 사측이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은 거의 없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다.

현대차 노조도 로봇이 들어오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AI 시대 고용안전을 이번 교섭안건으로 내걸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신기계·신기술 도입이나 작업 공정 개선에 관한 사항이 있으면 ‘노사 공동 경영협의회’에서 논의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월 중순~하순께 삼성전자 사태가 마무리되면 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둘러싼 분쟁, 점거 농성 등 본청을 상대로 한 집단행동, 다양한 형태의 쟁의행위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 과정을 우리 경제가 잘 견딜 수 있을지 두고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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