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면 치매 위험 낮아지는 이유… “심장과 뇌 함께 단련”[노화설계]

박해식 기자 2026. 5. 2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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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시기 크게 늘었던 자전거 열풍은 예전만큼 뜨겁지 않다. 하지만 자전거는 여전히 매력적인 운동이자 근거리 이동 수단이다. 특히 중년 이후 뇌 건강 관리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권위 있는 의학 저널 ‘JAMA Network Open’에 게재된 평균 연령 56.5세의 성인 47만 9723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치매의 가장 흔한 유형인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22% 낮은 것과 관련됐다. 또한 65세 이전 진단되는 조기 발병 치매의 경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위험이 40% 낮은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진은 자전거 타기가 심혈관 운동과 균형 감각뿐 아니라, 주변 환경과 위험 요소를 빠르게 파악하고 판단하는 능력까지 함께 자극하기 때문에 특별한 보호 효과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전거 타기가 걷기보다 뇌 건강에 더 큰 도움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전거를 탈 때 처리해야 하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일 수 있다.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의과대학 심혈관·대사 건강학부의 스튜어트 그레이(Stuart Gray) 교수는 운동이 몸과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도로 위 자전거 타기가 결코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레이 교수는 “인지 기능 측면에서 보면 자전거를 탈 때는 교통 상황을 계속 경계해야 하기 때문에 뇌가 적극적으로 작동한다”며 “나 역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데, 차가 부딪히지 않도록 계속 주변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뇌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이중 과제 수행(dual-tasking)’이라고 부른다. 즉 몸을 움직이면서 동시에 뇌도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치매 예방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계획 능력, 의사결정, 정신적 유연성 같은 기능 향상과 관련이 있는데, 이런 기능들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가장 먼저 저하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이번 JAMA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뇌 구조 자체가 달랐다는 점이다.
자전거 이용자들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는 뇌 깊숙한 곳에 있는 기억 관련 구조물로, 모양이 바다 생물 해마(海馬·seahorse)를 닮아 붙은 이름이다. 이 부위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며, 알츠하이머병 관련 병리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 중 하나다.

JAMA 연구의 공동 저자인 호주 시드니대학교 의과대학 멜로디 딩(Melody Ding) 교수는 텔레그래프에 “고령자에서 해마 부피가 클수록 일화 기억(자신의 경험을 기억하는 능력), 언어 학습, 실행 기능(계획·의사결정·정신적 유연성 등)이 더 우수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해마 위축 속도가 느릴수록 인지 기능 저하 속도 역시 더 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미 알츠하이머 관련 병리가 시작된 사람에게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즉 알츠하이머병 관련 병리 변화가 이미 시작된 경우에도, 운동이 인지 저하 속도는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운동이 뇌를 보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심장 기능 개선과 관련이 있다.
글래스고대학교에서 인지 저하를 연구하는 테리 퀸(Terry Quinn) 교수는 텔레그래프에 “심장에 좋은 것은 뇌에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심폐 체력이 좋아지면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증가하고, 수십 년에 걸쳐 뇌에 축적되는 알츠하이머병 관련 독성 노폐물 제거 능력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전거 타기는 심혈관계를 훈련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운동으로 평가된다. 오랜 시간 일정 강도로 운동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몸에서 가장 큰 근육인 다리 근육을 계속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구력 운동은 혈관을 더 넓고 탄력 있게 만들고, 혈압을 낮추며,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런 변화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치매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

그레이 교수는 “운동의 뇌 건강 효과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며 심장과 혈관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운동은 뇌에 직접적인 영향도 준다.
연구에 따르면, 운동이 뇌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대표적 기전 중 하나로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증가가 꼽힌다. BDNF는 뇌 신경세포 간 연결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운동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비정상 단백질 축적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대표적인 물질이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 엉킴이다.

미국 뉴욕 노스웰 헬스의 노인 의료 책임자인 리론 신바니(Liron Sinvani) 박사는 JAMA 연구 보도자료에서 “자전거 타기는 중강도에서 고강도의 운동이며 균형 감각도 필요하다”며 “걷기보다 더 복잡한 뇌 기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치매 위험을 더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신바니 박사는 “단순히 운동을 하고 그것을 생활의 일부로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딘가로 가기 위해 차를 운전하는 대신 자전거라는 활동적인 이동 수단을 생활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해당 연구는 자전거 타기와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로, 자전거 타기가 직접 치매를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원래 건강 상태나 생활습관이 더 좋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탈 때는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특히 중년 이후에는 낙차와 교통사고 위험에 대비해 헬멧 착용과 자전거 도로 이용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networkopen/fullarticle/2835115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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