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도 언급한 공급망 안정성…파업 면해도 고객사 불안 해소 과제 [삼성전자 파업 ‘운명의 날’]

이정완 2026. 5. 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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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간 공급망 기획…공급사서 물량 보장 총력”
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거래기업 신뢰 중요도 ↑
이재용 회장 “불안 끼친 점 전세계 고객사에 사과”
원활한 HBM 생산 위해 ‘원팀’ 회복 최우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밀켄 연구소 글로벌 컨퍼런스 2026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이정완 기자] 삼성전자는 노동조합이 총파업 돌입 시 최대 100조원에 달하는 유·무형 손실이 우려되는 만큼 생산라인 정상 가동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메모리반도체 공급망 안정성을 언급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이처럼 인공지능(AI) 투자에 한창인 미국 빅테크 기업의 눈높이 맞추기가 중대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번 파업을 면하더라도 고객사들이 느끼는 잠재적 불안요인을 해소, 신뢰도 회복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델 테크놀로지 월드 2026 행사장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우리의 기술은 메모리반도체와 통합된 형태로 제공된다”며 “엔비디아는 지난 2~3년 동안 공급망을 기획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파트너들은 공급 물량을 보장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도 “다만 현재 수요가 전반적인 생산능력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기 위해 막대한 공을 들였지만 엔비디아 입장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급망 안정성에 의문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하면서 차세대 HBM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외에도 지난 3월 AMD와 차세대 AI 메모리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AMD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4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돼 차세대 AI 가속기 ‘Instinct MI455X’ GPU에 업계 최고 성능 HBM4를 본격 탑재할 계획이다.

빅테크 기업은 공급 안정성을 주요 평가 지표로 삼는다. AMD는 공급망 회복 탄력성을 ESG 평가 항목으로 삼고 엔비디아의 경우 분기·반기 공급업체 평가 결과를 물량 배분에 반영한다. 생산 차질이 생긴다면 글로벌 선도 지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메모리 산업 전환기에 고객 신뢰를 잃는다면 AI발 수혜에서 멀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른 경쟁사는 앞서 나가는데 삼성전자만 뒤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황 CEO는 같은 인터뷰에서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이 사라지고 있다고 이미 3년 전부터 공급업체에 말했다”면서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나 최태원 SK 회장에게 물어보면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16일 귀국길에 발표한 사과문에서 고객사에 메시지를 전했다. 이 회장은 “저희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한편, 노사 합의를 통해 생산 차질 문제를 풀더라도 이번 협상 과정에서 생채기가 난 조직 내 융화력도 시급히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적지 않은 반목이 쌓인 DX(완제품)·DS(반도체)부문 구성원 간 뿐 아니라 DS 내 메모리 사업부와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간 결속도 다시 다져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파운드리 공정과 설계 간 협업을 통해 HBM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로직·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원스톱 설루션’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반도체 회사다.

하지만 성과급 배분 비율을 놓고 내부에서 불만 섞인 의견이 확산됐다. 노조는 성과급 재원의 70%를 전체에 배분한 뒤 30%만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나누자고 주장했는데 이 경우 적자 사업부 직원에 수억대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희생되는 구조다.

DS 부문을 넘어 전사 차원에서도 통합이 필요하다. 5만명에 달하는 DX 부문은 성과급 협상에서 소외된 만큼 이들을 달랠 만한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

앞서 이 회장이 ‘한 가족’을 강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16일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삼성인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자”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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