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국영화 출연 안도 사쿠라 "연기는 언어를 넘어서는 것"
일본 배우 안도 사쿠라의 첫 한국영화 출연작
"연기로 추구했던 것 명확해져, 많은 걸 배웠다"
편집자주
나홍진 감독 '호프'를 비롯해 다수 작품이 초청되고 박찬욱 감독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제79회 칸국제영화제. K영화 향연으로도 반가운 세계 최고 영화제 현장에서 고경석 기자가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한국 영화에 출연하면서 문화도 언어도 달라 조금 어려웠지만 칸이라는 장소에서 또 여러 문화를 가진 분들에게 도달할 수 있게 되어 영화는 굉장히 존엄스러운 것이구나 하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됐습니다.”
일본 유명 배우 안도 사쿠라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해변가에 설치된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파빌리온에서 만나 영화 ‘도라’를 칸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이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도라’는 17일 칸영화제 비공식 부문인 감독주간을 통해 처음 상영됐다. 장편 데뷔작 ‘도희야’로 칸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은 뒤 두 번째 영화 '다음 소희'로 칸영화제 비공식 부문 비평가주간에 이름을 올렸던 정주리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상영 후 이틀이 지났는데도 그는 “영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기분인지 정리하기가 아직은 어렵다”며 “저 자신만의 경험으로 어떻게 정리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안도는 ‘N포세대’ 여성의 복서 도전기를 다룬 ‘백엔의 사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 등으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배우다. 한국 영화 출연은 ‘도라’가 처음. 영화 ‘도라’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대표적 치료 실패 사례인 ‘도라’를 여성 감독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극화한 작품이다. 온몸에 원인 불명의 피부병이 생긴 고3 학생 도라(김도연)가 치료를 위해 시골집에 머무는 동안 아버지의 가까운 지인인 연수(송새벽), 나미(안도 사쿠라) 부부와 가깝게 지내며 겪는 일을 그린다.

안도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나선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한국어 대사가 적지 않은 데다 아이를 낳고 나선 성적인 표현을 연기하는 것이 꺼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좋은 시나리오나 큰 역할 같은 건 영화를 선택하는 데 크게 작용하지 않고 제 안의 에너지와 영화가 잘 맞는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도라’가 망설여졌던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출연을 고사한 안도에게 어떻게든 연기할 수 있도록 맞춰주겠다는 편지를 보냈고, 결국 출연으로 이어졌다.
영화 속 나미는 속내를 파악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남편 연수와는 사사건건 싸우지만, 도라의 아버지에겐 다정한 모습을 보인다. 도라와의 관계도 간단히 정의하기 어렵다. 안도는 “저는 기본적으로 답을 정해놓지 않고 연기하는 편”이라며 “나미를 연기할 때도 답을 정해놓고 하기보다 그 캐릭터가 어디에 도착하는지에 집중해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나미는 여러 사람, 여러 상황을 접하면서 미묘하게 변하는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데 나미 자신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변화 자체를 연기하기보다 자연 속에 스며드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존재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안도는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나미를 연기하기 위해 정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대사 자체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 영화 출연을 통해 연기는 언어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걸 실감하게 됐습니다. 연기에서 추구해 왔던 것이 더 명확해진 느낌이었어요. 언어적인 문제 때문에 순간적으로 생기는 감정에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안도는 ‘도라’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배우로서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화의 차이, 촬영 현장의 차이 등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손을 모아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저를 감동시켰어요. 영화계가 조금 더 풍성해지는 데 기여하기 위해, 보다 좋은 영화를 찍기 위해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영화에도 많이 참여하고 싶습니다.”
칸=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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