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랜드마크급 신사옥" 추진…북항 개발 호재냐 재무 리스크냐

HMM은 5월 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에서 부산광역시로 변경하는 안건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HMM은 5월 중 이전 등기 등 법적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안에 대표이사 집무실을 부산광역시로 우선 이전하고, 향후 부산항 북항에 ‘랜드마크급 신사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부산광역시 지역사회에서는 HMM 신사옥에 관심을 보인다. 부산광역시는 당초 북항에 2030 엑스포를 유치할 계획이었지만 유치에 실패하면서 북항 재개발도 제동이 걸렸다. 이 때문에 지역 정치권에서도 북항 재개발은 뜨거운 이슈다. 부산광역시장에 출마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북항에 돔구장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북항에 88층 높이의 타워를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HMM이 북항에 신사옥을 지으면 북항 재개발에도 활력이 생길 전망이다.
HMM은 신사옥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랜드마크급 신사옥’이라는 표현으로 인해 지역사회에서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5월 14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신사옥이 랜드마크급이라는 표현을 보면 60∼70층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비용이다. 60~70층 사옥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67층 높이 부산롯데타워의 사업비는 2019년 추산 당시 4500억 원이다. 하지만 이후 원자재값이 크게 상승하고 설계도 변경되면서 실제 사업비는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건설업계는 예상한다. HMM 역시 60~70층 규모의 신사옥을 건설한다면 비용을 1조 원 이상으로 고려해야 한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HMM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조 7608억 원이었지만 올해 3월 말에는 7985억 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최근 실적도 하락세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 2조 8547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조 7187억 원으로 4.76%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139억 원에서 2691억 원으로 56.17% 감소했다.

또 다른 변수는 사옥의 수익성이다. 60~70층 규모의 사옥을 짓더라도 HMM이 모든 층을 다 사용할 수는 없고, 임차인을 구해야 한다. 대부분 주요 대기업 본사가 서울에 위치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임차인 물색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컬처웍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에이엠씨 등 다수의 롯데그룹 계열사를 입주시켰다. HMM은 롯데그룹만큼 계열사가 많지 않고, 오히려 직원의 절반가량이 현장에서 일하는 해상직이다.
신사옥 전 층을 사무실로 사용하지 않고, 호텔이나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롯데월드타워처럼 일부 층을 주거시설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산에서는 이미 엘시티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엘시티도 한때 미분양됐던 점을 감안하면 부산에 고급 주거시설 수요가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기에 부산롯데타워까지 완공되면 경쟁 상대가 더 늘어난다. 다만 주거시설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시설은 부산광역시 전역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부동산으로서의 가치 상승도 장담하기 어렵다. 부산 부동산 시장은 수영구와 해운대구가 주도한다. 반면 북항은 동구에 위치해 있다. 추후 동구가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운대만큼의 가치 상승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장기적으로 HMM을 매각할 계획이다. 신사옥이 기대만큼 경제 효과를 내지 못하면 HMM 재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매수자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해운업이 호황기와 불황기가 극단적으로 나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후 적자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HMM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2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적도 있다.
HMM 관계자는 구체적인 규모나 일정, 자금 조달 방안 등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답했다.
박형민 기자(godyo@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