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CJ ENM 조회수 사냥 끝…'전환 플랫폼' 전쟁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 5. 20. 09:5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공=그립컴퍼니

조회수와 체류시간만으로는 플랫폼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한때 플랫폼 산업에서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오래 머무르게 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통해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매와 참여, 팬덤 소비까지 연결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 조회수 경쟁을 넘어 콘텐츠를 실제 행동과 소비로 전환하는 이른바 '전환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틱톡은 이 같은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플랫폼으로 꼽힌다. 과거 쇼핑은 필요한 상품을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한 뒤 구매하는 목적형 소비에 가까웠다. 하지만 틱톡에서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상품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고 곧바로 구매까지 이어지는 방식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콘텐츠와 커머스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제공=틱톡 공식 채널

실제 시장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와 이마케터 등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 내 틱톡 쇼핑 이용자는 약 7140만명으로 전년 대비 24%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용자의 약 45%가 실제로 틱톡 내에서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규모 역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커머스 물류업체 레드 스태그 풀필먼트에 따르면 틱톡 쇼핑의 글로벌 거래액(GMV)은 2024년 약 332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성장했다. 더 이상 틱톡을 단순 숏폼 플랫폼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틱톡 커머스의 핵심은 콘텐츠 기반 발견형 소비 구조다. 이용자가 명확한 구매 의도를 갖고 유입되는 기존 이커머스와 달리, 틱톡은 콘텐츠 소비 흐름 자체에 상품을 녹여 넣는다. 짧은 영상 속 제품은 하나의 서사 요소처럼 기능하고, 이용자는 별도의 검색 과정 없이 화면 안에서 곧바로 구매 단계로 이동한다. 콘텐츠가 단순한 주목을 넘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다. 미국 뷰티 브랜드 e.l.f. Cosmetics와 CeraVe 등은 틱톡 기반 바이럴을 통해 글로벌 판매량을 크게 끌어올린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제공=티빙

이러한 흐름은 OTT와 커머스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CJ ENM은 최근 OTT 플랫폼 티빙과 커머스 부문 CJ온스타일을 결합한 '쇼퍼테인먼트'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온스타일 방송을 티빙 쇼츠 탭에서도 시청할 수 있도록 연동해 콘텐츠 시청이 곧바로 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효과도 뚜렷했다. 시범 운영 기간 티빙 쇼츠를 통한 주문액은 월평균 174% 증가했고, 티빙을 통한 CJ온스타일 앱 유입 역시 월평균 197% 늘었다.

지난 2021년 카카오가 1800억원을 투자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립의 차별점은 플랫폼 내부에서 셀러 팬덤 자체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라이브커머스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외부 SNS에서 형성된 팬덤을 소비자로 전환시켰다면, 그립은 플랫폼 안에서 팬덤과 구매를 동시에 형성한다.

김한나 그림컴퍼니 대표는 최근 열린 '2026 그립 파트너스 데이'에서 "과거 라이브커머스는 감각이나 단발성 이벤트 방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방송을 시스템으로 확장해 반복 가능한 비즈니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제공=그립컴퍼니

다만 콘텐츠 기반 구매 전환 모델이 곧바로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그립은 거래액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방송 MTN에 "코로나19 시기 매출이 급격히 성장했지만, 이후 매출 지표와 실제 수익성이 비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며 "플랫폼이 판매자를 지원해 초저가 판매가 이뤄지면 거래액은 커지지만, 플랫폼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만 늘어나는 형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브커머스 기술 지원 중심의 B2B 사업이나 정부 사업은 성장 한계가 뚜렷하다"며 "결국 크리에이터 기반 팬 마케팅으로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데, 유명 인플루언서는 확보 비용이 지나치게 높고 중간급 크리에이터는 효과가 제한적이라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플랫폼 산업의 방향 전환 자체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은 더 이상 이용자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 시간을 실제 행동과 소비로 빠르게 연결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틱톡이 콘텐츠 기반 발견형 소비를 만들고, CJ ENM이 IP를 구매로 확장하며, 그립이 플랫폼 내부에 팬덤 자체를 정착시키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 역시 모두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조회수와 MAU(월간활성이용자수), 체류시간이 핵심 지표였다면 이제는 구매 전환율과 팬덤 재방문율, 이용자 참여율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플랫폼의 생존 여부는 소비를 이끌어내는 능력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