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스님, 이벤트 아닌 수행 벗… ‘마음처방의 길’도 제시할 것”[현안 인터뷰]
불교경전 데이터 학습한 AI, 현대인 행복에 이르도록 도움
연등행렬 동참시킨 로봇, 미래 포교 새 플랫폼 기대
힙불교·사찰음식·템플스테이 열풍, 참불자 증가 씨앗 뿌린 것
집 사려고 취업하려고 노력하면서 왜 ‘마음평안’ 노력 안하나
정치인 명상했으면… ‘분노 정치’를 ‘치유 정치’로 바꿀 수 있어

대한불교조계종 37대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역대 불교 행정 수반 중 가장 빠르고 복잡하고, 기묘하며 혼탁한 시대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불교는 ‘힙’불교라 하여 2030 젊은이들의 놀이문화로 떠올랐고, 수행자의 음식인 ‘절밥’은 유명 맛집 가듯 미식화되고, 사람들은 마음의 고통을 인공지능(AI)에 털어놓는다. 불교가 욕계(欲界) 중생들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제 역할을 잘 찾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22년 취임해 이제 4년의 임기를 다 채워가고 있는 진우스님은 파격적 전법(傳法·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활동)으로 그 고민을 돌파하고 있다. 마음의 문제는 양자역학 논리로 파고들고, 휴머노이드 로봇에 수계를 내려 국내 최초 ‘로봇스님’을 탄생시켰다. 첨단기술과 과학이라는 ‘중생의 언어’를 자비의 방편으로 삼은 진우스님을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에서 만났다. 이어, 16∼17일 연등회 직후 이메일로 한 번 더 대화를 나눴다.
―연등행렬에 등장한 로봇스님들이 지금 불교 최고의 화제입니다. 최근 ‘AI의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하셨는데, 굉장히 신속한 행보입니다.
“말로 AI의 중요성을 전달하기보다 피지컬AI의 상징인 휴머노이드를 실제로 행렬에 동참시키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불교가 가진 ‘AI에 대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줄 수 있었습니다.”
―국내 최초 로봇스님인 ‘가비스님’의 수계식 때만 해도 한 차례 이벤트로 끝날 줄 알았습니다.
“수계식과 연등행렬 참가는 상징성이 강하지요.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겁니다. 로봇스님은 장기적으로 미래 불교 포교와 문화 안내의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AI를 탑재한 로봇스님은 사찰을 안내하고 불교문화유산을 해설하고, 불교 전반에 대해 우리와 자연스럽게 대화할 것입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한국불교의 전통 수행 및 선명상과 같은 마음 치유 방안까지 알려주는 역할을 시킬 예정입니다.”
―그것은 AI가 결국 사람(스님)이 하던 것을 대체한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로봇스님의 등장은 한국 불교와 한국 사회에 어떤 유익이 있을까요.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나는 이들을 새로운 전법 도구이자 수행 도반(벗)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국민의 행복이 아닐까요. 로봇스님은 바로 그 인류 보편적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인간의 영역, 즉 기존 스님들이 기억하기 어려운 방대한 불교 경전 데이터들을 학습하고, 다양한 사례들과 접목해 프로그래밍화하고, 현대인들을 행복에 이르게 하는 마음 평안의 길, 적절한 마음처방의 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AI가 종교를 대신하고, 스스로 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요.
“글쎄요, AI는 인간의 고통 자체를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그저 방편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뿐입니다. 특히 부처님의 말씀은 이미 과거에 완성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학습만 수반되면, 본질 자체가 변할 일이 없습니다. 이것은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지난달 불교박람회도 역대 최대 인파가 몰리며 흥행했습니다. MZ세대가 80% 넘게 참석하며, 이른바 ‘힙불교’ 현상을 일으켰는데요. ‘불교 중흥’을 일으키겠다고 하신 취임사가 떠오릅니다.
“다행이지요. 불교는 전통적이지만 어렵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불교 중흥’은 아니지요. 그저 ‘인식’을 만든 단계입니다. 이러한 관심을 직접적인 불자와 신도로 연결시켜야 하는데, ‘신심의 차원’이라는 것이 총무원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뭔가 새로운, 또 다른 차원의 것을 만들어 내야 하겠지요. 씨앗은 뿌렸으니, 무언가 나오고 자라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박람회장에 중생을 유혹하는 것이 많더라고요. 기발한 상품이 많아서, ‘무소유 배우러 갔다가 풀소유하고 온다’는 말까지 생겼어요. 일부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고요.
“그건 소유라는 걸 정확히 모르는 말이지요. 불교는 물질적인 것을 소유, 무소유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소유는 ‘마음’의 문제예요. 욕심과 탐심을 버리는 게 무소유지 갖고 있는 물질, 눈에 보이는 물건을 다 버리는 게 무소유가 아니에요. 조주선사 이야기가 유명하지요. 제자가 오랜만에 와서 ‘빈손으로 왔습니다’라고 했더니 ‘그거 내려놓아라’라고 하셨어요. ‘뭘 내려놓습니까’라고 물으니 ‘그러면 가지고 있어라’라고 다시 하셨어요. 그러니까 뭔가를 가지고 왔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 그것을 버리는 게 불교의 ‘무소유’예요.”
―힙불교 현상을 견인하는 것 중 하나가 사찰음식입니다. 수행자의 식사이고, 수행의 도구 중 하나가 속세의 ‘미식’이 된 것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나야 어릴 때부터 먹은 밥이라, 개인적으로는 정말 맛이 없어요(웃음). 알다시피 사찰의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고 몸과 마음을 돌보는 수행의 방식입니다. 음식을 통해 자연 본래의 맛을 느끼며 온전히 자신의 내면세계에 집중한다는 수행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또 ‘맛있다’ ‘맛없다’ ‘이게 더 맛있다’는 건 ‘분별(分別)하지 말라’ ‘집착하지 말라’는 불교적 가르침과도 어긋나고요. 그러나 무엇이든 화자(話者)가 원하는 대로, 본질적으로 사람들에게 내용이 잘 전달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불교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고민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봐요. 불교를 나름의 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열어 둔 것이지요.”
―그런데 스님도 지금 분별하셨습니다. 사찰음식이 맛없다 하셨는데, 좋아하는 음식이 궁금합니다.
“이런, 나는 사실 조미료 많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해요. 간이 세고 자극적인 걸 더 잘 먹습니다(웃음).”
―사찰음식뿐 아니라 수행의 공간인 사찰에서 숙박하는 것도 인기지요. 템플스테이 체험은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데, 인기 사찰 예약은 몇 달 전에 해야 할 정도입니다.
“젊은 세대와 외국인들이 사찰을 궁금해하고, 많이 찾아오는 것은 한국 불교 입장에서 매우 고맙고 희망적인 일입니다. 불교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필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템플스테이로 불교와의 첫 인연을 시작한 이들이 마음을 쉬고, 생명을 존중하는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된다면 그것이 곧 부처님 가르침과 만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사찰음식과 템플스테이가 인기고, 연등회엔 수십만 인파가 몰립니다. 또 2030의 힙불교 열풍까지…. 그에 비해 국내 불교 신자와 수행자 수는 답보상태입니다. 오히려 줄고 있어요. 이 모든 게 일종의 포교활동이기도 한데요.
“불교가 인기라지만 그것이 곧바로 신자와 수행자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합니다. 이 현상은 이제 씨앗을 뿌린 것에 불과하니까요. 무엇보다, 내가 지금의 ‘힙불교’ 현상에서 기대하고, 또 지향하는 것은 ‘참불자’의 탄생, 참불자의 증가입니다. 참불자는 부처님 말씀대로 사는 사람들이죠. 나와 남이 함께 이익을 볼 수 있는 공생·공영·자비를 행하는 삶 말이에요. 자신을 돌보는 만큼 남을 돌보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재물을 쌓아두지 않고 베풀고…. 그렇게 살면 각자 ‘사회적 기여’를 하고,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겠어요?”
―‘사회 갈등은 불교가 치유할 일’이라고 줄곧 말씀하셨어요. 그러면서 정치인들의 ‘명상’을 통한 마음공부를 강조하셨고요. 전국민적 차원의 ‘K명상’ 보급에도 힘쓰셨는데, 성과가 있었는지요.
“불교가 힙하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처럼, 국민에게 ‘선명상’이라는 용어를 인지시킨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최근 한 조사에서 국민 절반 이상이 선명상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하고요. 또 정치인들에게 명상을 권하는 것은, 업무 특성상 감정의 진폭이 매우 큰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비판을 받고, 갈등을 조정하고, 정파적 이해관계 속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마음이 쉽게 거칠어지고, 감정에 휘둘리기 쉬우니 마음공부와 선명상 실천을 강조했지요. 그래야, ‘분노의 정치’를 ‘치유와 대화의 정치’로 바꿀 수 있어요. 명상이 내면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유엔에 ‘세계 명상의 날’도 제안하셨죠.
“2024년 제79차 유엔총회에서 ‘세계 명상의 날’ 제정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습니다. 지난해 12월엔 ‘세계 명상의 날 한국위원회’가 출범했고요. 명상은 앞으로도 인류의 정신건강, 사회갈등 해소, 청소년 정서 안정의 측면에서 점점 더 중요해질 겁니다. 이를 위해 할 일도 많지요.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표준화, 과학적 검증, 디지털 플랫폼 구축, 공교육과 공공기관 연계 같은 것들이요.”
―마음공부하고 명상하면, 삶의 고통이 해결될까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지금 이 순간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고통을 해결하려면 원인을 제거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나처럼 머리 깎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고요(웃음). 그러지 못한다면 노력을 해야 해요. 명상 쉽지 않지요? 하기 싫으면 계속 고통받으세요. 세상에 공짜 없습니다. 집 사려고, 대학 가려고, 취업하려고, 연애하려고 다들 노력하는데, 왜 마음 평안을 위해선 노력 안 하죠? 결국은 마음의 문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가 원인이고 결과입니다. 이를 연기법(緣起法)이라고 합니다. 생기고 없어지는 현상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스스로 가니, 초연하게 인연과 연기에 맡기고 스스로 탐욕과 집착을 없애십시오.”

■ ‘과학’ 매개로 불교 설파
“空 사상·中道 개념과 연결
불교를 알면 과학도 쉬워”
“양자역학은 과학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과학과 불교가 접점을 찾은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대중 강연에서 종종 불교의 공(空) 사상과 중도(中道) 개념 등을 양자역학의 원리와 접목해 설파한다. 스님은 “불교 철학을 더 쉽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과학을 현대 불교의 매개, 혹은 방편으로 삼는 것. 그게 가능할까. 불교 철학도 양자역학도 둘 다 ‘쉽지 않은’ 이야기다. 그런데 스님은 “양자역학을 통해, 불교와 과학의 진지한 논의가 가능해졌다”고 했다. “고정된 존재가 아닌 양자는 확률의 파동 상태로,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입자(현상)가 됩니다. 이는 곧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와 같은 개념입니다. 양자는 관측 전에는 상태가 없어요. 이것은 상(相)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는 불교의 개념과 연결됩니다.”
진우스님은 황산덕(1917∼1989) 전 법무부 장관이 ‘중론’을 게송(부처를 찬미하는 시)으로 간략하게 만든 책을 읽으면서 양자역학을 전법 수단으로 삼게 된다. 모든 걸 ‘공’으로 여기는 현상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었다고 했다. “있음도 없음도 아닌 것을 ‘중도’라 하고, 있음과 없음이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공’이라 하니,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빠져들었지요.”
스님은 “과학을 알면 불교가 보인다”는 확신으로 얼마 전 카이스트에서도 ‘양자역학과 중도’를 주제로 강연했다. 참석했던 연구자들은 스님의 양자역학 이해도에 놀라고, 불교에 비슷한 면이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스님은 “과학을 통해 현상을 바로 알면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난다”며 “불교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이해하면 집착에서 벗어나고, 깨달음에 이른다”고 했다. “모든 것은 서로 하나로 연결돼 있으니 옳고 그름이 따로 없지요. 모두가 원인이요 결과이니 남 탓하지 말고 스스로 마음을 해결해야 합니다.”
진우스님은 1961년 강원 강릉에서 태어나 14세에 할머니 손에 이끌려 출가했다. 1978년 보현사에서 관응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98년 통도사에서 청하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전남 담양 용흥사와 장성 백양사 주지, 총무원 총무부장, 기획실장, 호법부장, 사서실장, 교육원장 등을 지냈다. 2022년 9월 제37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했다.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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