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받던 아이들이 후원 멤버로… 28년전 시작된 나눔의 나비효과[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위탁가정 아동들과 인연… SK하이닉스 ‘두리회’
12명중 3명이 ‘결연아동’ 출신
매달 회비 모아서 후원금 전달
생일·어린이날·명절 등도 챙겨
그동안 4200만여원 도움 손길
“보통의 삶 살아갈수 있게 응원
성장하는 모습 지켜보면 힘 나”


34년 전, SK하이닉스 직원 예닐곱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임 이름은 ‘두리회’.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나 큰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함께하는 것이 좋아 시작한 모임이었고, 모인 김에 기왕이면 좋은 일을 해 보자는 마음이 더해졌다. 자연스럽게 어려운 아동을 돕는 활동을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된 ‘작지만 큰 마음’은 어느덧 34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 두리회는 김영삼(56), 이배찬(56), 구영대(52) 씨 등 원년 멤버를 포함해 총 12명의 회원이 함께하고 있다. 회원 수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쌓아 온 나눔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이들의 첫 나눔은 당시 소년소녀가정세대(현 가정위탁세대)를 대상으로 한 후원 활동이었다.
두리회가 본격적으로 아이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28년 전이다. 1997년 말, 두리회는 초록우산과 인연이 닿았고 이후 28년 2개월간 4200만400원을 후원했다. 1998년 시작한 결연아동 후원으로 지금까지 총 11명의 아동과 인연을 맺었으며, 현재도 두 명의 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두리회가 결연 아동을 챙기는 마음은 남다르다. 매월 회원들은 회비를 모아 정기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 생일과 어린이날, 명절이 되면 선물금도 함께 보낸다. 특히 아이들의 생일은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신경을 쓴다고 한다. 두리회는 생일과 명절 등 선물금을 전달하는 날을 한 번도 놓치거나 늦추지 않고 꾸준히 챙겨 왔다. 아주 오랜 시간 후원을 이어 오면서도 아이들의 작은 일상을 챙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리회 회원들의 각별한 애정 덕분이다.
회원들은 나눔이 어느 순간 거창한 결심으로 시작된 게 아니라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나눔을 이어 가는 원동력이 됐다. 회원들은 과거 초록우산이 주최한 운동회에도 직접 참여하며 아이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원들은 당시 아이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더욱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단순한 후원 관계를 넘어 서로 안부를 나누고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인연으로 이어진 셈이다. 후원이 종료된 이후에도 그들의 연결고리는 끝나지 않았다. 연락을 이어 가고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회원들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과거 후원을 받았던 아이들이 성장해 자연스레 두리회의 일원이 된 것이다. 현재 회원 12명 중 3명이 어린 시절 두리회의 도움을 받았던 아이들이다.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또 다른 아이들을 후원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나눔의 영향은 다양한 형태로 이어졌다. 박문희(52) 씨는 어릴 때부터 부모의 모임 활동을 자연스럽게 접하며 자란 경험이 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특별히 나눔에 대해 가르치거나 강조한 적이 없었는데도 아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자연스럽게 기부를 실천했다.
과거 후원을 받았던 회원들에게도 두리회는 후원 단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재 회원으로 활동 중인 백한솔(여·28) 씨는 어린 시절 회원들을 ‘아저씨’라고 불렀지만 이제는 ‘삼촌’이라고 부른다.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느낀 친밀감 때문이었다. 그는 큰삼촌, 작은삼촌, 외삼촌 등 자연스러운 호칭을 사용하게 됐고 이제는 두리회 회원들이 가족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원년 멤버인 김영삼 씨는 “처음부터 우리가 30년 동안 나눔을 해 보자, 했다면 결코 모임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오늘부터 하루하루 쌓아 가다 보면 형태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창하지는 않아도 한 끼 밥값을 아껴 아이들이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지지하고 있다”며 “나눔은 대단한 당위가 없어도 일단 시작하면 된다”고 전했다.
34년 전 시작된 작은 모임은 누군가의 삶을 바꿨고, 그렇게 변화한 삶은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하고 있다. 두리회가 이어 온 시간은 나눔이 누군가의 삶을 이어 주는 일임을 증명하고 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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