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누님보단 누나… 얼굴 가득 머금은 미소 잃지 마세요[사랑합니다]

2026. 5. 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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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합니다 - 팔순 소녀 ‘작은 누나’ <하>
1994년 아버지 생신 날 찍은 가족사진. 눈 감은 이는 필자고, 고개 숙인 이는 작은누나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 택시기사는 내가 정신과 의사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자신의 고민을 저에게 털어놓았습니다. 2년 전에 친동생과 아버지 유산 상속 문제로 다툰 후, 지금까지 형제간의 연을 끊은 채 전화 한 통화도 없이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서로 대면은 물론,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서들끼리도 연락을 끊고, 부모님 기일에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기사님 종교가 불교라기에 하심(下心)을 이야기하며 아무리 그렇더라도, 형님인 기사님이 먼저 아우에게 전화라도 해주는 넓은 아량을 보여주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나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혈육 간의 인연에 관한 고사도 들려주면서. 그 일이 있은 후, 그가 아우에게 먼저 연락을 했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습니다.

2000년 시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마땅히 형님이 어머니를 모셔야 했지만, 오래전에 형수님이 돌아가셔서 형님은 홀아비 신세였지요. 차남인 제가 모셔야 하는데 늘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의사 동생보다는, 친딸인 작은누나가 모시는 것이 더 좋겠다며 어머니를 서울로 모시고 갔습니다.

제가 의사협회 일로 서울에 갔을 때, 가끔 특강을 갔을 때도 어머니 얼굴만 잠시 뵙고 울산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어쩌다 세미나 참석차 서울에 갔을 때도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 곁에서 자고 온 날이 손꼽을 정도였습니다. 제 평생에 어머니를 모신 것은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시기 전 2개월이 전부였습니다. 2015년 12월 9일 이후, 울산 하늘공원에 가서 어머니를 뵙고 올 때마다 더 잘 모시지 못한 불효 때문에 스스로 미워집니다.

작은누나! 희수를 넘긴 동생이 팔순을 지난 누나에게 누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누나라고 부를 수 있는 끈끈한 오누이 정에 대해 새삼 묵상해보는 토요일 저녁입니다.

누나. 늘 건강하세요.

한결같이 머금고 있는 그 미소를 잃어버리지 마세요. 연세도 있는데 손주 돌보다가 몸살 나지 마시고, 웬만한 것은 며느리에게 맡겨두세요. 아무래도 할머니 손길보다는 엄마 손길이 더 따뜻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팔순을 지나고도 밝은 얼굴로, 젊은이 못지않은 낭랑한 음성을 간직하고 있는 누나를 보며, 누나가 예술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아하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작은누나!

우리에게 남은 날들이 얼마일지는 알 수 없지만 건강하고 밝게 그리고 맑고 우아하게, 하루하루를 알차게 가꾸어 나가기를 소망합니다.

작은누나! 영원히 사랑합니다.

동생 김정곤(의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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