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스널’→‘만년 2위’ 아픔 딛고 22년 만의 우승···아스널 ‘세트피스와 수비’로 이기는 축구 결실

아스널이 마침내 22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에 올랐다. 과거 아스널을 상징하던 아름다운 축구와는 결이 다른 변신이 ‘4스널’ ‘만년 2위’ 아스널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아스널은 20일 리그 2위 맨체스터 시티가 이날 열린 3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본머스와 1-1 무승부에 그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아스널은 전날 번리와 홈 경기에서 1-0으로 이겨 승점 82점을 쌓았다. 맨시티는 이날 무승부로 승점 78에 머물면서 주말 열리는 최종 라운드 결과에도 순위는 뒤바뀌지 않는다.
이로써 아스널은 아르센 벵거 감독 체제로 전설적인 ‘무패 우승’을 이룬 2003-2004시즌 이후 2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오랜 기간 상위권을 지켰으나 4위에 그친 적이 많아 ‘4스널’로 불리다 최근 3년간은 우승 경쟁을 펼치다 2위에 머무르는 아픔 끝에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로이터는 아스널의 우승을 분석하며 “스타일을 강철로 바꾼 덕분”이라고 전했다. 올 시즌 부상 선수 속출과 상대의 밀집 수비에 막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세트피스를 확실한 공격 루트로 만들었다. 아스널은 올 시즌 세트피스에서 24골, 코너킥에서만 18골을 넣었다. 모두 리그 우승팀 기준 최다 기록이다. 세트피스 코치 니콜라 조베르가 설계한 정교한 약속 플레이가 시즌 내내 승점의 차이를 만들었다.
아스널 이번 우승은 ‘잘하는 축구’보다 ‘이기는 축구’였기에 가능했다. 상대가 내려앉으면 코너킥과 프리킥으로 균열을 냈고, 리드를 잡으면 수비 간격을 좁혀 버텼다. 윌리엄 살리바와 가브리엘, 주리엔 팀버가 버틴 수비 라인은 시즌 내내 안정적이었다. 로이터는 아스널이 여전히 유럽 무대에서는 유려한 오픈 플레이를 보여줬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보다 육체적이고 계산적인 방식으로 변했다고 짚었다.

과거 아스널과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벵거 시절 아스널은 아름다운 축구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 이후 아스널은 오랫동안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근 세 시즌 연속 2위에 머문 것도 상처로 남았다. 가디언은 아스널이 세 차례 준우승의 좌절을 지나 마침내 아르테타 체제에 대한 믿음의 보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시즌 중 흔들린 시기를 견뎌낸 회복력과 문화적 재정비가 우승의 밑바탕이 됐다고 봤다.
아르테타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의 그림자에서 벗어났다. 그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코치로 일했고, 아스널 부임 뒤에도 한동안 ‘제자’라는 시선 속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아르테타는 맨시티 왕조를 직접 끌어내린 감독이 됐다.
우승 과정은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아스널은 시즌 중반 이후 공격진 부상과 체력 저하, 맨시티의 추격에 시달렸다. 경기력이 압도적이지 않은 날도 많았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무너지지 않았다. 1-0 승리가 반복됐고, 세트피스 한 방으로 승부를 가져오는 경기가 늘었다. 이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아스널의 세트피스 의존을 두고 ‘못생긴 우승’이라는 식의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아르테타 감독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세트피스를 향한 비판에 대해 오히려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취지로 반박한 바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데클런 라이스가 있었다. 라이스는 중원에서 활동량과 압박, 세컨드볼 싸움을 책임졌다. 외데고르가 경기 흐름을 조율하고, 사카가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었다면, 라이스는 팀의 엔진이었다. 살리바와 가브리엘의 수비 조합도 리그 최고 수준으로 자리 잡았다. 아스널은 더 이상 재능 많은 젊은 팀에 머물지 않았다. 부딪히고, 버티고, 이기는 팀이 됐다.
아르테타는 부임 이후 선수단 구성과 훈련장 분위기, 경기 접근 방식까지 바꿨다. 구단은 그가 세 시즌 연속 2위에 머무는 동안에도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그 기다림이 이번 시즌 결실을 맺었다.
이제 아스널의 시선은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으로 향한다. PSG와의 결승은 아스널 축구의 또 다른 시험대다. 모두 자국 리그 우승을 이룬 두 팀의 치열한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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