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789] 당구에서 ‘걸어치기’를 왜 ‘히까키’라고 부를까

김학수 2026. 5. 20.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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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에서 '걸어치기'는 단순히 공을 정면 충돌시키는 기술이 아니다.

그래서 일본 당구인들은 이 동작을 '걸린다', '긁는다'라라는 의미로 '히까키(ひっかき)'라고 불렀다.

'걸어친다'는 순우리말 표현보다, 당구인들 사이에서는 '히까키 친다'가 더 즉각적인 감각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대한당구연맹이나 교육 콘텐츠에서는 '걸어치기', '밀어치기', '끌어치기' 같은 순화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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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볼을 겨냥하는 김영원
당구에서 ‘걸어치기’는 단순히 공을 정면 충돌시키는 기술이 아니다. 수구가 목적구의 가장자리를 얇게 스치듯 ‘걸어’ 지나가며 회전과 각도를 만들어내는 섬세한 동작이다. 힘보다 감각이 중요하고, 두께보다 접점이 중요하다. 그래서 일본 당구인들은 이 동작을 ‘걸린다’, ‘긁는다’라라는 의미로 ‘히까키(ひっかき)’라고 불렀다. 이는 일본어 동사 ‘히카쿠(引っ掻く)’ 혹은 ‘히카케루(引っ掛ける)’ 계열에서 온 표현으로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 둘 다 공통적으로 ‘걸다’, ‘긁다’, ‘비껴 걸리다’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 당구에서 말하는 걸어치기의 이미지와 정확히 맞아 떨어진다.

한국 당구 문화는 일제강점기와 전후 일본식 당구 시스템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초창기 당구장은 일본식 용어와 운영 방식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당시에는 전문 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하기보다 발음을 그대로 들여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일본어가 세대를 거치며 한국식 발음으로 변형됐다. ‘시네루(회전)’, ‘다마(공)’, ‘당구대(다이)’, ‘기리까시(비켜치기)같은 말들이 대표적이다. (본 코너 1779회 ‘왜 아직도 '당구공'을 ‘다마’라고 부를까‘, 1780회 ’왜 ‘당구대’를 ‘다이’라고 부를까‘, 1787회 ’당구에서 왜 ‘회전’을 ‘시네루’라고 말할까‘, 1788회 ’당구에서 ‘비껴치기’를 왜 ‘기리까시’라고 말할까‘ 참조)

이 가운데 히까키는 특히 기술의 느낌을 잘 전달하는 말이라 오래 살아남았다. ‘걸어친다’는 순우리말 표현보다, 당구인들 사이에서는 ‘히까키 친다’가 더 즉각적인 감각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얇게 걸리는 두께, 미세한 회전, 그리고 살짝 끌리는 느낌까지 한 단어에 담겨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고 있다. 생활체육으로서 당구 인구가 넓어지고, 방송 해설이나 유튜브 강의가 늘어나면서 일본식 용어 대신 쉬운 한국어 표현을 쓰려는 움직임도 강해졌다. 대한당구연맹이나 교육 콘텐츠에서는 ‘걸어치기’, ‘밀어치기’, ‘끌어치기’ 같은 순화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그럼에도 현장의 언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몸에 밴 표현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문화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당구장에서 들리는 “히까키 너무 두껍다”라는 한마디에는 한국 당구의 역사와 세대의 기억이 함께 녹아 있다.

어쩌면 당구는 공만 굴리는 게임이 아니라, 언어와 시대도 함께 굴러가는 스포츠인지 모른다. 히까키라는 말 하나에도, 한국 당구가 지나온 시간이 고스란히 숨어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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