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2.0] 요양산업 '퍼스트 무버' KB금융···추격자 따돌릴 수 있을까
보험·신탁·돌봄 연결 시니어 전략 확대
후발주자 신한·하나·우리도 사업 가속

초고령사회 진입이 현실화되면서 금융권의 시니어 사업 경쟁도 자산관리(WM)와 보험 상품을 넘어 요양·돌봄·주거·상속을 함께 다루는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신한·하나·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가 요양사업 자회사 설립과 보험사 인수 등을 통해 시니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10년 이상 관련 사업 기반을 다져온 KB금융그룹의 선점 효과에 주목한다. 시설 운영 경험과 보험 계열사 연계, 수도권 거점 확보 측면에서 KB가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요양산업은 자본력만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다. 초기 부지 확보와 시설 건립에 큰 비용이 들고 장기요양기관 지정, 인력 배치, 수가 체계, 시설 운영 기준 등 제도적 변수도 함께 작용한다. 입소자 안전과 돌봄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 운영 부담도 크다. 금융사가 요양산업을 보험·헬스케어·신탁·자산관리와 함께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령층 고객과 장기간 접점을 유지하면서 보험금 지급, 간병 보장, 상속 설계, 노후 자산 관리까지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 경험 강점 수도권 거점 확대, 수익성은 과제
업계가 KB금융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는 경쟁 금융지주보다 먼저 실제 시설 운영 경험을 쌓았다는 점이다. KB금융은 KB라이프생명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요양시설과 노인복지주택 사업을 확대해왔다. 현재 서초·위례·은평·광교·강동 등 수도권 5곳에서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는 임대형 실버타운인 평창카운티를 선보였다. 주·야간보호센터와 도심형 요양시설, 노인복지주택을 모두 갖춘 금융권 사례라는 점에서 후발주자와 차이가 난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2019년 위례케어센터 개원 이후 도심형 요양시설을 넓혀왔다. 2023년 평창카운티 개소 이후 2025년에는 은평·광교·강동 빌리지를 추가로 열며 시설 수를 늘렸다. KB라이프생명 사업보고서 기준 KB골든라이프케어의 2025년 영업수익은 216억원으로 전년 147억원보다 46.9% 증가했다.
다만 사업 확대 과정에서 수익성 부담도 함께 커지는 모습이다. KB골든라이프케어는 최근 신규 시설 확대와 인프라 투자 영향으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순손실 규모는 2024년 81억원에서 2025년 104억원으로 늘었다. 신규 시설 개소 초기에는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운영 안정화 비용이 동시에 반영되는 만큼 단기간 내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요양산업 특성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후발주자들도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기존 헬스케어 자회사 신한큐브온을 요양사업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로 전환한 뒤 성남 분당 데이케어센터와 하남 미사 요양시설을 열었다. 하나생명도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를 출범시키고 경기 고양시 일대 요양시설 설립을 준비 중이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ABL생명 편입 이후 보험 계열사를 활용한 시니어 금융과 헬스케어 연계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다. KB가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전체가 아직 초기 확장 국면인 만큼 경쟁 구도는 앞으로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KB금융의 강점은 먼저 확보한 운영 경험이다. 요양시설은 부지를 확보와 더불어 입소자 모집, 요양보호사와 간호 인력 확보, 장기요양등급별 서비스 운영, 보호자 상담, 의료기관 연계, 시설 안전 관리가 모두 맞물려야 한다. 특히 프리미엄 요양시설은 이용료 부담이 큰 만큼 시설 수준과 돌봄 품질에 대한 기대가 높다. KB는 여러 거점에서 운영 경험을 축적하면서 금융권 내에서 가장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그룹 차원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은 2023년 KB손해보험이 보유하던 KB골든라이프케어 지분 100%를 인수하며 요양사업을 생명보험 계열로 편입했다. 이후 시설 확장과 신규 사업 투자를 위해 자본 투입도 이어졌다. 생명보험사는 장기 계약과 고령층 보장성 상품을 다룬다는 점에서 요양사업과 접점이 크다. 간병보험, 치매보험, 건강관리 서비스, 보험금 청구권 신탁 등과 결합할 수 있는 여지도 상대적으로 넓다.
KB가 다음 단계로 추진하는 사업은 대형 거점 확보다. KB라이프생명은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서울 송파구에 정원 350명 규모의 대규모 요양시설인 'KB 송파빌리지'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면적 약 3만3000㎡,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로 2028년 개원을 목표로 한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서울 내 대형 요양시설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AI) 기반 돌봄 기술과 스마트케어 시스템 도입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기술 도입을 곧바로 인력난 해소나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해 해석하기는 어렵다. 요양시설에서 AI 돌봄 로봇과 사물인터넷(IoT) 기반 헬스케어 장비는 입소자 모니터링과 생활 편의, 일부 반복 업무 지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돌봄의 핵심은 여전히 인력과 운영 품질에 달려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실제 경쟁력은 시설 운영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현장] 로봇이 약 집어주고 부축···금융권 AI, 시니어 향한 '에이지테크' 진화
KB라이프 그룹 내 존재감 확대 기대
KB라이프 입장에서 요양은 그룹 내 역할과 존재감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 사업이다. 전통적인 생명보험 산업이 저성장·저출산 구조 속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장기 돌봄과 시니어 케어 시장은 보험사들이 중장기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장기 보장성 상품과 연금, 건강관리 서비스를 기반으로 고령층 고객과 접점이 깊다는 점에서 요양사업과의 사업적 연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특히 요양사업은 은행·카드·증권보다 생명보험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간병보험과 치매보험, 건강관리 서비스, 연금, 상속·증여 신탁 등 고령층 금융 수요와 실제 돌봄 수요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권에서도 시니어 사업 경쟁이 시설 확보 자체보다 보험·자산관리·헬스케어 서비스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하느냐의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 향후 KB라이프가 시설 운영 안정성과 브랜드 신뢰를 바탕으로 그룹 내 시니어 사업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기요양보험=고령이나 노인성 질환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운 사람에게 신체활동·가사 지원·요양서비스 등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는 사회보험 제도.
☞WM(자산관리)=은행·증권사 등이 고객의 자산 규모와 투자 목적에 맞춰 투자, 세무, 상속, 부동산 등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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