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엔지니어 때문에 노다지 뺏겼다”…해외 독점기술 깨뜨린 분야는 [iR52 장영실상]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해 지난 2021년 선주사에 인도한 LPG운반선의 모습. [HD한국조선해양]](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0/mk/20260520074803492hmbw.jpg)
이 제품은 영하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LPG 화물을 안정적으로 싣고 내리며 선박 내 온도와 압력을 정밀하게 유지하는 핵심 장비다. 그동안 국내 조선소들은 세계 시장에서 굵직한 LPG 운반선을 많이 건조해 왔지만 정작 핵심인 화물 운용 시스템은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은 소수의 해외 업체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비싼 값을 치르고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야만 했다.
연구팀은 해외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자적인 기술 개발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온도 차이 탓에 자연적으로 끓어서 증발하는 가스, 일명 ‘BOG(Boil-Off Gas)’를 처리하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기존에는 이 증발 가스를 다시 액체로 만든 뒤 원래 있던 보관 탱크로 일단 돌려보냈다. 그러다 보니 가스를 탱크로 다시 넣는 과정에서 증발 가스가 발생하고 이를 연료로 쓸 때는 펌프를 두 번(저압·고압)이나 거쳐서 엔진으로 밀어올려야 하는 등 불필요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연구팀은 이 번거로운 과정을 과감히 생략했다. 이른바 ‘직접 연료 공급(DFS·Direct Fuel Supply)’ 기술을 독자 개발해 증발 가스를 액체 상태로 만들자마자 엔진으로 가는 고압 펌프에 직접 쏴주는 ‘직통 노선’을 뚫은 것이다.
하대승 HD한국조선해양 책임연구원은 “복잡한 단계를 줄이면서 불필요한 저압 펌프를 아예 돌릴 필요가 없어졌고 가스를 액체로 만드는 장비의 가동 시간까지 줄어 선박을 움직이는 데 드는 비용을 20% 이상 크게 아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물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도 특징이다. 선박을 운항하다 보면 불순물 때문에 100% 액화되지 못하고 남는 찌꺼기 가스들이 생기는데, 연구팀은 냉각기의 온도를 최저로 유지해 가스 속에 숨어 있는 LPG까지 최대한 재회수했다. 그 결과 해외 경쟁사 제품에 비해 화물 손실을 최대 83%까지 대폭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복잡한 장비와 배관들을 마치 레고 블록처럼 하나의 구조물로 묶는 ‘스키드(Skid)’ 방식을 설계해 좁은 배 안에서 공간을 아끼고 작업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였다. 선원들이 새로운 국산 시스템을 믿고 쓸 수 있도록 실제 환경과 유사한 시뮬레이터 교육도 함께 제공하며 신뢰도를 높였다.
국산화 성공은 시장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 6월 첫 수주를 따낸 뒤 2025년 매출 627억원을 올렸다. 올해는 2204억원, 내년에는 3133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 책임연구원은 “상용화된 기술을 기반으로 암모니아 운반선의 화물 운용 시스템에 즉시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당사에서는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과 에탄 운반선의 화물 운용 시스템 모델군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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