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에어' 텐트는 과연 실패였을까? [21세기 HEAVY DUTY 니모 모퍼 텐트]
'21세기 HEAVY DUTY'는 월간<山>의 필자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합니다. 수록된 제품 소개 기사는 편집숍 주인이 튼튼Heavy Duty하고 좋은 아웃도어 장비를 손님에게 추천하는 콘셉트로 작성됐으며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받거나 비용 지원을 받은바 없음을 밝혀둡니다.

한 손님과 요즘의 백패킹 트렌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화가 점점 연도를 거슬러 올라갔다. 이야기는 2000년대 초반에서 멈췄다. 손님이 말했다.
"옛날에 공기를 주입해 세우는 텐트가 있었죠. 그때가 2004년이었나? 공기를 채운 튜브가 폴대 역할을 했는데, 정말 충격이었어요."
나도 맞장구쳤다.
"맞아요! 니모Nemo에서 만들었죠. 폴대가 필요 없는 '에어빔 텐트'라고 불렀어요. 아직도 기억나는데, 텐트를 설치하는 데 단 45초면 된다고 광고했죠. 텐트 이름이 '모퍼Morpho'였나? 아무튼 저도 이 텐트를 보고 크게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백패킹 장비로 유명한 니모는 2002년 미국에서 탄생했다. 창립자는 캠 브렌싱어Cam Brensinger. 그는 미국의 명문 디자인 학교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에 다니던 중, 백패킹을 위해 떠난 워싱턴산에서 준비해 간 고물 텐트 때문에 끔찍한 밤을 보냈다. 이후 그는 아웃도어 환경에서 더 나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한 장비를 만들자고 결심한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니모를 설립했다. 니모는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 등장하는 네모 선장에서 따 왔다. 이것이 묘하게 '뉴잉글랜드 마운틴 아웃피터New England Mountain Outfitters'라는 단어의 줄임말과도 일치해 캠은 몹시 흡족했다(뉴잉글랜드는 미국 북동부의 6개주를 일컫는 지역명이다. 로드아일랜드가 여기에 속한다). 브랜드를 만들고 캠은 작업장에서 에어빔 텐트 만들기에 돌입한다. 2년간의 연구 끝에 마침내 2004년 알루미늄 폴대 없이 공기로만 텐트를 세울 수 있는 모퍼 텐트를 대중에게 공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각종 미디어의 찬사가 이어졌고, '올해의 100대 발명품'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 텐트의 인기는 얼마 안 가 금세 꺼지고 말았다. 손님이 당시 상황을 이어서 설명했다.
"혁신적이었지만 얼마 안 가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했어요. 왜냐하면 폴대가 없었는데도 텐트 무게가 꽤 무거웠거든요. 그 무게는 공기를 가두는 고무 튜브가 대부분 차지했어요. 또 입으로 고무 튜브를 부풀리는 건 무리여서 펌프를 따로 챙겨가야 했죠. 배낭 무게가 두 배로 늘어나기 일쑤였죠. 또 이 튜브는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공기압이 낮아져 흐물대기도 했어요. 독특하긴 했지만 실용성은 얼마 없었어요."

나는 여기에 또 맞장구쳤다.
"맞아요. 마침 동아알루미늄에서 가벼운 폴대를 출시하기도 했죠. 이 폴대가 고무 튜브보다 무게가 더 가벼웠을 거예요. 결국 니모의 에어빔 텐트는 마케팅용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이걸로 회사 이름을 크게 알렸으니까요."
니모의 에어빔 텐트는 실패작이었을까? 나는 그들이 실패작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여긴다. 이후로도 니모에선 좋은 제품들이 계속 나왔으니까. 지금 백패커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얻는 에어 매트 '텐서' 시리즈가 그렇고, 발수력과 인장 강도를 비약적으로 높인 니모의 독자 원단 '오스모'도 그 증거다. 최근에 나온 캠핑용 의자를 보면 이들은 여전히 아웃도어 활동에 진심이며, 어떻게든 더 나은 장비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지금 니모를 두고 실패작을 만든 회사라고 말하는 백패커는 전무하다.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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