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소리가 심장을 울렸다

염주호 2026. 5. 2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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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너 아빠의 산중 편지 ③
아빠 이야기 듣고 아들은 그림을 그렸다.

안녕? 아들! 산과 들, 계곡을 달린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야. 마치 해적들이 보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과 같지. 자연을 달리며 그 속에서 마주하는 생명들은 나에게 보물과 같은 존재들이야. 그 생명들은 나와 자연을 하나로 이어주는 존재들이지. 아빠가 이번달 산에서 달리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들려줄게.

"똑똑 또또또독."

봄의 숲을 깨우는 노크 소리가 들렸어. 어디서 들리는 걸까? 한참을 멈춰서서 두리번 두리번 댔지. 겨우 소리의 주인을 찾을 수 있었어. 그건 새였어! 옅은 초록색 물감이 흩뿌려진 것 같은 봄의 숲에서, 손바닥만큼 작은 딱따구리였어.

새들은 사람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편인데, 그날만큼은 왠지 딱따구리가 아빠를 숲으로 초대한 것 같았어. 아빠는 조심스레 딱따구리가 있는 나무로 다가갔지. 천천히 두 팔을 벌려 그 나무를 안았어.

잠깐 정적이 흘렀어. 바람이 멈추고 햇살을 담은 공기도 정지하고 숲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이 숨죽이며 기다리는 것 같았어. 딱따구리는 도망갔을까? 그때, 다시 소리가 들렸어

"똑똑 또또또독."

울림이 느껴졌어. 소리가 큰 나무를 휘젓는 것 같았어. 진동이 아빠의 뺨을 타고 몸으로, 그리고 심장에 도착했어.

작은 딱따구리에게서 시작된 울림이 아빠의 심장소리와 합쳐지면서, 진동은 점점 더 크게 느껴졌어. 딱따구리가 신기한 한편 기특했어. 아빠는 비로소 딱따구리와 공존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 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와 내 심장 소리가 겹쳐지면서 공명하고 있다고도 느꼈지. 아빠는 딱따구리와 같이 숲의 한 부분이 된 기분이 들기도 했지.

이날 이후 달라진 게 있어. 숲에서 아주 작은 나무 울림 소리만 들려도 딱따구리가 느껴져. 어떤 생명체와 연결됐다는 경험을 한 덕분일까? 당시의 진동이 마음속에 또 파동을 만들더구나.

오늘도 산에서 달리면서 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를 들었어. 저절로 웃음이 나왔어. 그리고 행복했어!

언젠가는 너도 자연 속에서 걷거나 달리면서 수많은 생명을 마주하는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 몸을 움직여 모험을 떠나지 않으면 '보물'은 절대 찾을 수 없거든.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과 뜨거운 햇살을 직접 맞아야만 해.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너만의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길 바라.

*딱따구리의 번식기는 4~6월이며, 2~3월에 나무에 구멍을 뚫어 집을 짓는다. 딱따구리는 풍향을 고려해 비바람이 둥지로 들이치지 않는 방향으로 입구를 만들며, 집 내부에는 습기를 막기 위해 황토를 바른다. 딱따구리가 떠나고 난 둥지는 다른 새들이 가장 선호하는 보금자리가 되기도 한다. 최근 서울 근교 공원과 산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딱따구리를 만날 수 있다. 나는 청담공원과 어린이대공원(군자역), 아차산에서 딱따구리를 발견했다.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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