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언중유향]부임 후 단 1패, 김판곤 매직은 '부활 진행형'…아세안 정상까지 두 걸음 남았다

이성필 기자 2026. 5. 2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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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판곤 셀랑고르 감독의 파마 머리는 여전히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셀랑고르FC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김판곤 셀랑고르 감독의 파마 머리는 여전히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셀랑고르FC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지금은 팀을 지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입니다."

지난 1월, 말레이시아에서는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판곤 매직' 김판곤 감독이 말레이시아 슈퍼리그 전통 명문 셀랑고르 지휘봉을 잡았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이끌고 2023 아시아 축구연맹 아시안컵 본선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휘하고 있던 한국을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가는 등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고 2024년 울산 HD를 맡았지만, 그의 이상 실현은 쉽지 않았고 1년 만에 팀을 떠났다.

홍콩에서 재기를 모색했던 김 감독에게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인근 셀랑고르를 연고로 하는 셀랑고르가 손을 내밀었다. 프랑스 출신 감독이 있었지만,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2(ACL2)에서 1무5패, FA컵 4강 탈락 등으로 지도력이 바닥을 치고 있었고 말레이시아 문화를 잘 알고 있던 김 감독을 영입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놀랍게도 김 감독 체제에서 셀랑고르는 리그에서 단 1패도 기록하지 않았다. 슈퍼리그 신흥 명문 조호르 다룰 탁짐과 만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부임과 동시에 4연승에 10승 3무를 거두며 승점 52점, 3위로 시즌을 마쳤다. 2위 쿠칭 시티(53점)에 1점 차였다. 16승4무4패에서 김 감독 부임 전 4패가 너무 컸다.

아쉬움은 더 짙었다. 말레이시아컵 4강에서 쿠칭에 1차전을 1-1로 비기고 2차전을 0-1로 패하며 더 높은 곳으로 행하지 못했다. 그래도 반년 만에 팀을 정상화하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무엇보다 아직 기대할 대회가 남았다는 점이다. 동남아 팀들의 챔피언스리그인 아세안 클럽 챔피언십 결승이다. 태국 타이리그 최강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오는 20일(홈), 27일(원정) 일전을 벌인다. 지난 8월 첫 경기 원정에서 1-1로 비긴 기억이 생생하다.

김 감독은 큰 욕심을 내지 않았다. 홍콩에서 쉬면서 자신을 되돌아봤고, 시장에서 자신을 찾기까지 믿는 신에게 기도하며 기다렸다. 마침, 슈퍼리그 6회 우승 경력의 셀랑고르가 김 감독에게 접촉을 시도했다. 김 감독은 "고민했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고 선택했다. 저를 원하는 팀의 마음이 감사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으로 떠나면서 울산을 맡았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많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으며 중도 사임했고 '실패자'로 낙인찍어 버린 한국 문화에 아쉬움도 있었던 김 감독이다. 그래서 셀랑고르에서의 도전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을 견인한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을 전력강화위원장을 맡아 선임하고 선임 과정과 게임 모델까지 설명하며 대중적으로 체계적이라는 모습을 심어줬지만, 울산에서의 1년은 그의 이력에 꽤 큰 상처였다.

▲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지휘 시절의 김판곤 감독. ⓒ연합뉴스
▲ 벤투 감독과 김판곤 위원장 만남 ⓒ스포티비뉴스DB

셀랑고르 부임 당시 리그에서는 조호르를 추격 중이었지만, 승점은 10점 이상이나 차이가 났다. 현실적으로 2위를 노리는 것이 최선이다. 해석하게도 쿠칭시티에 1점 차 3위로 마감했지만,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에는 더 좋은 성적이었다.

슈퍼리그는 12년 연속 조호르가 우승했다. K리그 부산 아이파크에서 뛰었던 베르손이 27골로 득점왕에 오르는 등 조호르 독주를 그 누구도 깨지 못하는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조호르는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주의 왕자인 툰구 이스마일이 구단주다. 김 감독이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맡았을 당시 조호르 소속 선수들을 보내주지 않는 등 막강한 권력과 자본력을 자랑한다.

구단 재정부터 심판 판정 등 모든 면에서 조호르 왕자의 '보이는 손'이 '보이지 않게' 작용한다. 김 감독은 이런 환경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자칫 조호르에 대해 '도전 의식'을 보이는 말이라도 한다면 살해 위협을 당할 정도로 부담에 시달릴 수 있고 보이지 않는 압력도 느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셀랑고르 내부만 들여다봤다. 김 감독은 "우리 팀에는 재능 있는 선수들이 꽤 있다. 브라질 공격수(크리고르 모라에스, 22골로 득점 2위)부터 북중미 월드컵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요르단, 카보베르데 국가대표도 있다"라며 나름대로 전력을 잘 갖춰 놓았다고 강조했다.

구단 내부에서 김 감독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다. 빠르게 선수단 지원 체계를 바꿔 놓았고, 선수단과 동화되는 모습도 호평했다고 한다. 말레이시아 축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셀랑고르 고위 프런트와 대화를 해보니 김 감독이 더 잘해서 말레이시아 국가대표 감독으로 복귀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팬들도 조슈아(김 감독의 영어 이름)를 상당히 좋아한다"라고 설명했다.

셀랑고르가 모든 공식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15년 말레이시아컵이 마지막이다. 조호르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진 뒤에는 어느 것도 들지 못했다. MFL(말레이시아 풋볼 리그) 챌린지컵 우승을 2024-25 시즌에 했지만, 8팀이 나선 '그들만의' 소규모 대회였다. 조호르는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리그보다 아세안 클럽 챔피언십에서의 활약은 선수단에 대한 애정을 더 쏟는 계기가 됐다. 4강 상대는 남딘(베트남)이었다. 김상식 베트남 대표팀 감독의 제자인 응우옌 반 비 등 A대표팀부터 연령별 국가대표가 여럿 있었다.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지만, 두려워할 것도 없었고,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기량을 있는 그대로 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그 결과 홈에서 2-1, 원정에서 2-0으로 이기며 결승에 올랐다.

부임 후 공식 대회 성적은 15무5무1패다. 말레이시아컵 4강 2차전에서 두 명이나 퇴장 당하며 0-1 패배, 1-2차전 합계 1-2로 밀려 탈락한 것이다. 억울했던 선수들은 김 감독에게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다"며 분노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더는 뒤돌아보지 않고 앞을 보자고 했단다.

이제 남은 두 경기는 말레시이아와 김 감독에게 모두 소중하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부리람에 밀리지만 축구공은 둥글다는 가치를 보여주고 싶다는 김 감독이다. 부리람이 조호르를 꺾고 결승에 올라왔다는 점에서 더 이기고 싶은 의지가 있어 전략, 전술 수립에만 빠져 있다.

정상의 맛을 볼 수 있을까. 우승한다고 챔피언스리그 엘리트나(ACL)나 ACL2 출전권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김 감독은 차분하게 앞만 보고 있다. 선수들이 경험을 통해 더 발전하기를 바란 것이다. 구단도 말레시이아가 아닌 아세안과 아시아 전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김 감독의 도전은 아세안 클럽 챔피언십을 조별리그부터 중계했던 유료 TV채널 스포티비 프라임(SPOTV PRIME)과 OTT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에서 생중계로 볼 수 있다. 우리 시각으로 20일 오후 10시 1차전, 27일 오후 9시 2차전이다. 파마한 긴머리를 휘날리며 기술 지역 앞에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지휘하는 김 감독의 매직이 펼쳐질 것인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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