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그 억울함을 갚을 기회' 지소연, '감독' 리유일 상대로 리턴 매치...챔피언스리그에서 설욕할까

정승우 2026. 5. 20.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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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지형준 기자]

[OSEN=정승우 기자] 그날의 분노도, 억울함도 그대로 남아 있다.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에서 대한민국 여자대표팀은 북한에 1-4 역전패를 당했다. 결과보다 더 거셌던 건 경기 내용이었다. 거친 태클, 끊임없는 신경전,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까지 뒤섞인 90분이었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장소는 수원이다. 무대는 아시아 최고 클럽을 가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이다. 상대는 또 북한이다. 지소연(수원FC 위민)과 리유일 감독이 이끄는 내고향여자축구단이 다시 만난다.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AWCL 준결승 단판 승부를 치른다. 승리 팀은 멜버른 시티-도쿄 베르디 벨레자 승자와 결승에서 맞붙는다.

이번 경기는 단순한 클럽 대항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북한 여자 축구팀의 방남 자체가 2014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북한 스포츠 선수단 방남으로 범위를 넓혀도 2018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처음이다.

그 중심에 지소연과 리유일 감독의 재회가 있다.

[OSEN=인천공항, 이대선 기자]


리유일 감독은 북한 여자 축구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북한 여자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내고향을 이끌고 북한 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번 내고향 선수단 역시 사실상 북한 대표팀급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장 김경영 역시 과거 한국을 여러 차례 무너뜨렸던 공격수다.

지소연도 누구보다 이를 잘 안다.

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고향 선수들 경기를 봤는데 대표팀에서 보던 선수들이 많다. 감독님도 대표팀 감독이었다. 북한 대표팀 수준의 전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소연은 "북한 선수들은 거칠고 욕설도 많이 한다. 우리도 물러서지 않고 상대가 욕하면 욕하고, 발로 차면 발로 차고 같이 대응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평소의 지소연답지 않은 표현이었다. 그만큼 기억이 선명하다는 뜻이다.

[OSEN=조은정 기자]

실제 지소연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과 맞붙은 뒤 공개적으로 분노를 터뜨렸다. 당시 한국은 북한에 1-4로 패했는데, 경기 내내 거친 플레이와 판정 논란이 이어졌다. 손화연의 석연치 않은 퇴장까지 겹치며 한국은 무너졌다.

해당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났던 지소연은 "축구를 하면서 이렇게 언페어한 경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북한 선수들과도 싸워야 했는데 심판 판정까지 너무 힘들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11명이서 했다면 지지 않았을 것 같다"라는 말엔 억울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비가 죽죽 내리는 날씨에서 진행된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늘 침착하던 지소연이 공개적으로 분노를 드러낸 드문 경기였다.

이번엔 다르다. 당시 대표팀 유니폼이 아닌, 이번엔 수원FC 위민 유니폼을 입고 북한을 다시 마주한다. 더구나 장소는 한국이다. 수원종합운동장에는 7000여 관중이 들어설 예정이다. 취재진만 100명이 넘는다.

[OSEN=인천공항, 이대선 기자]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오후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참가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남했다.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오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2025-2026시즌 (AWCL) 준결승에서 격돌한다.공항을 방문한 단체가 내고향축구단을 환영하고 있다. 2026.05.17 /sunday@osen.co.kr

분위기는 묘하다. 북한 팀 방남 자체가 지나치게 조명되면서 정작 수원FC 위민의 역사적인 준결승 도전은 뒤로 밀렸다. 일부 단체는 '공동응원단'을 조직했고, 정부 지원금까지 투입되면서 논란도 커졌다.

정작 내고향은 선을 그었다. 리유일 감독은 공동응원 관련 질문에 "우리는 철저히 경기를 하러 왔다. 응원단 문제는 감독과 선수들이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남은 건 축구다. 그리고 승부다. 수원FC 위민은 지난해 조별리그에서 내고향에 0-3으로 완패했다. 당시에는 지소연이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지소연이 돌아왔고, 팀 중심에 서 있다.

박길영 감독도 "그때는 선수들이 솔직히 쫄았던 것 같다. 지금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고향이 강팀인 건 맞지만 우리만의 축구로 더 강하게 대응하겠다"라고 자신했다.

[OSEN=원저우, 정승우 기자]

지소연에게 이번 경기는 단순한 준결승이 아니다. 항저우의 기억을 다시 꺼내든 리턴매치다. 북한과 다시 마주한 그는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듯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수원의 밤, 지소연은 설욕을 준비하고 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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