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엔지니어링사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청년을 채용하면 사업수행능력평가(PQ) 가점을 부여하는 제도(청년 고용 가점제)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엔지니어링사들이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청년 고용 가점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속 늘고 있다. 결과적으로 ‘회사 살림에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의견인데, 업계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국토교통부 등에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20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5년 설계·건설사업관리(감리) PQ 기준에 청년 고용 가점제를 적용, 매년 정원 대비 3% 이상의 청년 인력을 채용하면 최대 0.3점의 가점을 제공하고 있다. 차등 작용해 2% 이상은 0.2점, 1% 이상은 0.1점의 가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기류에 변화가 일고 있다. 당장 건설엔지니어링사인 A사는 지난해 말 실시한 청년 채용에서 3%를 채우지 않았다. 0.3점을 받으려면 60명 이상을 뽑아야 하는데, 약 40명만 채용해 0.2점만 받기로 했다. 0.1점만으로도 수주 여부가 갈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지 않은 경영상 판단이라는 진단이다.
또 다른 건설엔지니어링사 B사는 올 하반기 실시할 청년 채용에서 3%를 채우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B사가 가점을 모두 받으려면 50명 가까이 선발해야 하는데, 약 2/3 수준에서 채용하는 것으로 논의하고 있다. C사도 A사와 B사의 흐름을 참고, 내년 신입사원 채용을 60∼70% 수준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 D사도 내년 채용을 3% 미만 규모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사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 수주 실적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데, 40∼50명씩 뽑아 유지할 자신이 없다”라며 “가점을 덜 받더라도 당장 회사 살림을 잘 꾸리는 게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업계가 판단하는 신입사원 1인당 고용 유지 비용은 1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이다. 급여와 함께 4대 보험·복리후생비·교육비 등을 반영한 수치다. 매년 50명을 선발한다면 해마다 70억원 안팎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A사 고위 관계자는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사정에 따라 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청년 고용 창출’이라는 정부의 방침은 십분 이해하지만,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서 ‘몇 명을 뽑아라’라고 하는 건 지나친 간섭”이라고 토로했다.
B사 고위 관계자는 “PQ의 원래 취지는 해당 사업의 수행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건데, 신입사원 채용 규모로 사업 추진 능력을 따져보겠다는 것은 PQ 도입 방향과 맞지 않다”며 “PQ 점수만 맞추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해지면서 업계 전반에 ‘기술력 하향 평준화’ 부작용이 일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엔지니어링업계는 더 많은 기업들의 동향과 입장을 파악 후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와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등을 통해 정부에 청년 고용 가점제 개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이미 여러차례 개선을 요구했지만, 이번에는 더욱 힘을 실어 관련 의견을 전달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업계가 희망하는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제시할 예정이다. 업계는 ‘기업별 차등 적용’과 ‘신입사원 규정 재정립’ 등을 개선책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업별 차등 적용은 기업 규모에 따라 가점 부여 기준을 달리하자는 것이다. 1000명 이상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엔지니어링사는 1∼1.5%를, 500명 미만 기업은 3%를 각각 가점 부여 만점 기준을 설정하자는 제안이다.
신입사원 규정 재정립은 현재 ‘경력관리 수탁기관(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최초 등록한 인원’으로 돼 있는 기준을 변경하자는 의견이다. 예컨대, 최초를 3년 이내 또는 5년 이내로 개정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청년 고용 가점제는 미래 엔지니어 육성을 돕기 위한 정부의 진작책이라는 점을 업계가 다시 한 번 상기했으면 좋겠다”라며 “업계에서 관련 의견을 제출하면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