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톡] 압구정5구역 수주전 핵심은 ‘책임조달 범위’
진행= 한형용 도시정비팀장
현대건설, 사업비 전액 책임조달
DL이앤씨, 코픽스+0%ㆍLTV 100%
적용 범위ㆍ단서 조항 등 핵심 변수
“숫자보다 실제 실행 가능성 중요”

서울 압구정5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현대건설은 전 세대 100% 한강 조망ㆍ로보틱스 등 프리미엄 상품성을, DL이앤씨는 공사비 절감ㆍ공기 단축 등 조합원 수익성을 각각 앞세우며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시공권 수주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조합원들도 양사 입찰 제안서를 분석하며 유불리 저울질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주 주제는 압구정5구역 입찰 제안서 속 내용입니다. 이번주 <정비톡>에서는 도시정비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압구정5구역 수주전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 한강 조망권ㆍ디자인 경쟁을 넘어 사업 조건 경쟁으로 판이 바뀌는 분위기입니다. 현대건설은 사업비 전액 책임조달이나 기본ㆍ추가이주비 확정 금리 적용 등 실제 금융 부담을 낮추는 조건들을 강조하고 있고, DL이앤씨는 ‘LTV 150%’, ‘코픽스+0%’ 같은 수치를 앞단에 배치했습니다. 브랜드ㆍ외관 경쟁에서 이주비ㆍ분담금ㆍ금리 조건을 함께 따져보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한= 김제경 소장님은 양사의 입찰 제안서 어떤 점에 주목했나요.
김= DL이앤씨 조건에 시선이 모아지는데요. 코픽스+0%면 금리가 낮아 보이고, LTV 150%면 더 많이 빌릴 수 있는 조건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DL이앤씨는 코픽스+0% 적용 범위를 필수사업비로 한정했습니다. 현대건설이 조합 사업비 전액 책임조달을 명시한 것과는 차이가 큽니다. 현대건설은 조달금리 차이가 생기면 건설사가 부담한다는 조건까지 제시했지만, DL이앤씨는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차이로 거론됩니다.
한= 추가이주비가 필수사업비 범위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게 핵심 쟁점이군요.
김= 조합원들의 핵심 관심사인 추가이주비가 필수사업비 범위 밖으로 빠지면 코픽스+0%라는 조건은 사실상 의미가 쪼그라듭니다. 제안서에 안 적혀 있으면 나중에 문제 제기를 안 할 경우 안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조합원들이 꼭 짚어봐야 합니다.
한= LTV 경쟁도 갈수록 치열한데요.
이= 한남뉴타운 수주전 이후 LTV 경쟁이 100%에서 150%까지 올라왔지만, 압구정은 상황이 다릅니다. 6·27대책·10·15대책 등 대출 규제로 25억원 초과 주택의 한도는 2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대부분이 추가이주비 형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 압구정처럼 감정평가액이 높은 곳은 LTV 100%만 적용돼도 수십억원 규모의 이주비 활용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DL이앤씨의 LTV 150%는 숫자는 크지만 실제로 그만큼 더 빌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셈입니다. 추가이주비 금리가 연 6∼8%대에 달하는 상황에서 수십억원을 고금리로 빌려가라는 조건이라면 LTV가 150%라도 실제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LTV 150%를 해줘도 고금리면 빌려가는 게 말장난이 되는 겁니다.
한= 분담금 납부 유예 조건도 관심이 큽니다. DL이앤씨는 입주 후 7년 유예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죠.
김= 수치만 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입니다. 다만 최근 시장에서는 유예 기간 자체보다 실제로 조합원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는 분위기입니다.
한= 조금 더 부연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 DL이앤씨와 달리 현대건설은 2+2년(최장 4년)으로 기간은 짧지만 금융 조달 실패 시에도 건설사가 책임 이행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입주 시 분담금을 납부하거나, 수요자 금융 불가 시에도 책임조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유예 기간이 길더라도 실제 대출이 되지 않으면 조건 자체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문제를 책임지겠다고 한 것이죠. 압구정5구역뿐 아니라 다른 사업지에서도 대출 규제 등의 이유로 수요자 금융 조달이 안됐을 때 어떤 방식으로 시공사가 책임지고 유예를 해주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한= 이번 수주전의 관건은 결국 ‘금융 구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싸움이기도 하군요. 제안서에 적힌 화려한 숫자만 볼 게 아니라 적용 범위와 단서 조항을 반드시 확인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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