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vs 북한 내고향, 오늘 '공동 응원' 속 맞대결…거친 수중전 가능성

(수원=뉴스1) 안영준 기자 =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운명의 남북전을 치른다. '총성없는 전쟁'으로 표현될 만큼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수원FC위민과 내고향축구단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2025-26 AWCL 4강전을 치른다.
조별리그를 함께 통과했던 두 팀은 8강에서 각각 우한 장다(중국)과 호치민시티(베트남)를 제압하고 4강에 올랐다. 이어 대한축구협회가 4강 및 결승전 개최에 성공하면서, 한국에서 남북 여자축구 클럽 간 역사적 맞대결이 성사됐다.
북한 선수단이 한국을 찾아 공식 스포츠 일정에 참가하는 것은 2018년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 이후 8년 만이다.

수원FC위민이 역사를 쓰려면 '강호' 내고향축구단을 넘어서야 한다.
북한의 스포츠용품 회사인 '내고향'이 지난 2013년 창단,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에 오를 정도로 세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강호다. AFC에 따르면 내고향 여자축구단은 여자 1부 리그에 해당하는 '축구련맹전'에서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김경영 등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에서 뛰는 선수도 다수다.
수원FC위민은 지난해 11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내고향축구단과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시엔 0-3으로 졌다.
내고향축구단에선 박예경이 선제골을, 리수정이 멀티골을 넣었다.
다만 수원FC는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올해 초 국가대표 3인방 지소연, 김혜리, 최유리를 영입, 팀 전력이 크게 올라갔다. 중압감 큰 무대를 극복할 수 있는 경험도 있다.

경기 하루 전 열렸던 기자회견에서 지소연은 다부진 각오로 승리를 향한 열망을 표현했다.
지소연은 "내고향축구단 전력이 좋지만, 우리도 작년보다는 훨씬 좋아졌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뒤 "북한 대표팀과 경기 했을 때의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북한 선수들은 항상 거칠고 욕도 많이 한다. 우리 역시 상대가 욕하면 욕하고, 상대가 발로 차면 똑같이 차면서 대응하겠다"는 직설적 표현으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길영 수원FC 감독 역시 "지난 조별리그 맞대결에서도 경기였다기보다 '총성없는 전쟁'일 만큼 거칠게 싸웠다"면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강팀은 맞지만, 우리도 자신있다. 강력하게 대응하겠다. 안방서 절대 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리유일 내고향축구단 감독은 겉으로 모두 표현하지는 않고 짧게 기자회견을 마쳣으나, 신중함 속에서 자신감을 숨기지 않은 건 같았다.
리 감독은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고 내일 경기만 집중하고 있다. 준비는 잘 마쳤다"고 짧고 굵은 각오를 전했다.

한편 결전을 앞두고 경기 외적 요소가 대회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수원FC위민의 안방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경기가 열리는데, 홈 이점을 전혀 누릴 수 없다.
통일부 등 정부와 남북협력단체들은 7000석의 응원석 중 3000석을 '공동응원단'으로 꾸렸다.
'2026 AFC-AWCL 여자축구 공동응원단'으로 명명된 응원단은 홈 팀과 원정팀을 함께 응원하고 "잘 한다 수원, 힘내라 내 고향" 등의 플래카드를 걸 예정이다. 수원FC 위민에 유리한 조건이 아니다. 기존 수원FC위민 팬들과의 협의는 전혀 없이 정해진 결정이다.
축구에서 양 팀을 동시에 응원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심지어 정부는 이번 행사가 '남북 상호 이해증진에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해 응원 단체들에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3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홈 팀 국가가 클럽대항전 축구대회에서 원정팀을 지원, 수원FC 위민의 탈락을 위해 애쓰는 납득하지 못할 상황이다.

양 팀은 이 응원단에 대해선 크게 개의치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길영 감독은 "관심이 내고향 팀에 쏠려 있는 건 사실"이라고 씁쓸하게 웃은 뒤 "경기 외적 요소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공동응원단이든 우리 팬분들이든 모두 우리를 응원한다고 생각하겠다"며 흔들리지 않았다.
공항에서 성대한 마중을 받은 데 이어 경기장에서도 뜻밖의 지원군을 얻게 된 리유일 감독 역시 "우리는 이곳에 경기를 하러 왔다. 응원단이 아닌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아울러 경기 당일에는 날씨도 작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21일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와 서해5도 30~80㎜다. 특히 인천·경기 서해안과 서해5도는 많은 곳에서 100㎜ 이상의 비를 뿌린다.
미끄러운 잔디와 더 빨라질 공 속도는 경기 양상을 더욱 거칠게 만들 수도 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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