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학교로 간 2030 여성들…“언젠가 진짜 해녀 되고파”

서보미 기자 2026. 5. 20.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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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학교는 2024년부터 설립 취지에 맞게 여성에게만 수강 기회를 주는데, 올해 입학생 44명 중 절반가량인 21명(20대 7명, 30대 14명)이 2030세대다.

졸업생이기도 한 이현지 한수풀해녀학교 사무국장은 "자기소개서에 해녀학교에 대한 열정을 얼마나 잘 담았는지를 기준으로 올해 67명의 지원자 중 44명을 선발했다"며 "바다와 도전을 좋아하는 젊은 여성이 늘 입학생의 절반 이상은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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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수풀해녀학교 물질수업 가보니
지난 16일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앞바다에서 한수풀해녀학교 학생들이 조별로 나뉘어 현직 해녀한테 물질 수업을 듣고 있다. 서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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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쟁기 요래 놤시매 강 심엉 오라.”(소라 여기 놨으니까 가서 잡아와라.)

초여름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 16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앞바다. 40년차 해녀인 김영여(66)씨가 물속에서 방금 건져 올린 소라를 다시 던지며 소리쳤다. 선생님 말에 숨 참고 바다로 뛰어들었던 학생들이 물 밖으로 나온 뒤 “나도 잡았다”며 소라와 성게를 자랑스럽게 들어 올렸다.

평소 해녀들이 물질하는 작업장인 귀덕리 앞바다는 이날 한수풀해녀학교의 교실로 변신했다. 한림의 옛 이름인 ‘한수풀’에서 이름을 딴 한수풀해녀학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해녀 문화를 계승하고 새내기 해녀를 양성하기 위한 전국 최초의 교육기관이다.

학생에게 발차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해녀. 서보미 기자

5월부터 4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열리는 해녀학교를 졸업하면 ‘인턴해녀’(해녀회가 승인한 수습해녀)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2008년부터 귀덕2리어촌계가 운영해온 이 학교에서는 지금까지 949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는데 이 중 70명이 정식 해녀로 일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등록된 해녀는 총 2371명이다.

올해 두번째 물질 수업이 있던 이날 현직 해녀 6명은 각각 학생 6~7명씩 맡아 “밑으로만 가려고 하지 말고 발차기하면서 앞으로 나가라” “작은 소라는 잡지 마라” “물속 돌을 들추면 성게가 나온다”고 알려줬다. 그 뒤 실습에 나선 학생들은 “보물찾기 같다” “물 밖으로 나가기 싫다”며 신나게 물질을 몸에 익혔다. 수영을 못 하는 이들은 물에 뜨고 발을 차는 방법부터 따로 교육을 받았다.

기초교육을 받는 학생들. 수영을 전혀 못 해도 해녀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서보미 기자

물속 학생의 상당수는 2030세대 여성이었다. 해녀학교는 2024년부터 설립 취지에 맞게 여성에게만 수강 기회를 주는데, 올해 입학생 44명 중 절반가량인 21명(20대 7명, 30대 14명)이 2030세대다. 올해도 제주시가 이 학교에 지원하는 약 1억5천만원의 예산 덕분에 등록금은 무료다. 졸업생이기도 한 이현지 한수풀해녀학교 사무국장은 “자기소개서에 해녀학교에 대한 열정을 얼마나 잘 담았는지를 기준으로 올해 67명의 지원자 중 44명을 선발했다”며 “바다와 도전을 좋아하는 젊은 여성이 늘 입학생의 절반 이상은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2030세대 여성 21명 가운데 제주도민은 15명이다. 제주에서 태어난 대학생 이채윤(20)씨는 “아버지가 어부라서 어릴 때부터 배 타고 낚시를 가기도 했고, 힘들 때는 바다에서 위로도 받았다”며 “바다를 좋아해 해녀학교에 들어왔는데, 언젠가는 해녀라는 직업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현직 경찰인 김승혜(39)씨는 “2024년 제주에 내려와 출퇴근을 해안도로로 했는데 물질하는 해녀가 내뿜는 에너지가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해녀 활동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생겨 입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물속에 들어가기 전 안전을 위해 체조를 하고 있다. 서보미 기자

육지나 국외에 사는 6명의 학생은 4개월 동안 주말마다 제주를 찾거나 제주에 숙소를 얻어 생활하고 있다. 외가가 제주인 이원결(29)씨는 “네덜란드에서 영상예술을 하고 있는데 해녀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하게 됐고 6~7월부터는 촬영을 하려고 한다”며 “해녀들이 물속에서 특화된 신체적 경험을 가르쳐주고 있는데 그들만의 언어가 굉장히 재미있다”고 전했다.

물질 수업은 마을 해녀에게도 뜻깊은 경험이다. 50년차 해녀 김영자(77)씨는 “손주 같은 젊은 사람들이 우리 일을 열심히 배우려고 하니까 수업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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